정상급의 테니스 선수들은 부상과 고통에 익숙해 있다.
톱 랭커 가운데 웬만한 부상 때문에 4대 그랜드슬램 이벤트같은 메이저 대회에 불참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상당수의 선수들은 극심한 고통을 견디면서도 대회에 참가한다.
지난 2주 동안 영국에서 열리고 있는 윔블던 대회에 참가한 전년도 남녀단식 챔피언 피트 샘프라스와 린지 데븐포트가 그 좋은 예다.
샘프라스는 초반 라운드 경기에서 부상으로 왼쪽 발이 부었지만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올해에도 결승에 진출했고 허리부상으로 기동력이 떨어진 데븐포트도 보통 사람같으면 벌써 기권했겠지만 고통과의 싸움에서 굴하지 않았다. 데븐포트는 부상이 악화됐지만 2라운드에서 엘레나 리콥세바에게 3-6, 6-3, 6-3으로 역전승을 거두고 계속, 투지를 불사르면서 역시 결승에 올라 2연패를 노리고 있다.
데븐포트는 경기가 없는 오프시즌의 기간을 더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역 및 은퇴선수 그룹 가운데 한 사람이다.
"우리는 매년 1월 호주 오픈으로 시작해서 체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11월까지 경기를 한다. 1년에 11개월을 경기한다는 것은 너무 무리다"
금년 윔블던 남자 결승에 올라 피트 샘프라스와 우승을 놓고 격돌하게 된 호주의 패트릭 래프터도 같은 생각이다.
"테니스 투어측에서 선수들에게 휴식을 재충전할 수 있는 기간을 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 당장 가능한 얘기는 아닐테지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다가 최근 은퇴 후 테니스 해설가로 변신한 짐 쿠리어도 거든다.
"선수가 유일하게 유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바로 부상을 당했을 때다. 경기 스케줄이 선수들에게 부상을 입은채로 대회참가를 강요하기 때문에 부상이 호전되지 않는다. 경기 스케줄이 단축돼야 한다"
여자 테니스 투어기구인 WTA의 회장 마트 맥과이어와 남자 테니스 투어를 관장하는 ATP의 회장 마크 마일스는 선수들에게 오프시즌의 기간을 점차적으로 연장해주는 계획이 이미 진행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내년부터 여자 테니스시즌은 현재보다 2주 단축되고 남자 시즌은 1주 빨리 종료된다.
"1998년 U.S. 오픈 남자부 준결승에 진출했던 네 명의 선수 모두 작년에는 부상으로 불참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위험 신호다. 경기 스케줄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것은 단식, 복식, 혼합복식등을 병행하는 여자 톱랭커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맥과이어의 말이다.
마일스는 이렇게 얘기한다.
"현재 우리가 고려하고 있는 또 다른 방안은 시즌을 지금보다 늦게 시작하는 것이다. 현재 스케줄은 선수들의 크리스마스나 새해등 연말연시 휴가시즌을 박탈하고 있다. 호주 오픈이 연초에 열리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이것을 해결할 수 있으면 선수들에게 8주간의 휴가를 줄 수 있게 된다"
테니스 역사가겸 TV 해설가인 버드 콜린스는 시즌 경기 스케줄은 문제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한다.
"파워를 강조한 첨단의 라켓과 경기장 표면이 단단한 하드코트도 선수들에게 부상을 유발하는 요소들이다. 프로선수들은 몸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지만 이같은 여건하에서는 오래 지탱할 수 없다"
한때 세계 여자테니스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크리스 에버트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프로세계의 변화도 선수들의 부상을 초래한다고 분석한다.
"내가 활동하던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대회에 출전해서 준준결승정도 올라가야 힘든 상대를 만났었다. 그만큼 선수층이 얇았다는 얘기다. 힘든 상대를 만나 힘든 경기를 하는 횟수가 적었기 때문에 부상당할 확률도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요즘에는 정상급 선수라도 1라운드부터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다. 경기도 과거에 비해 훨씬 격렬하고 과격해 졌다. 파워와 스피드, 순발력등 보다 강한 체력을 요하고 있다. 프로 지망생이 많고 이들을 양성하는 테니스 전문 아카데미에서 보다 강하게 훈련받은 선수들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내가 선수생활을 할 때는 하루에 코트 연습 두 시간, 체육관에서의 체력단련 한 시간정도를 했다. 하지만 요즘 테니스 아카데미에서는 훈련시간자체가 늘어난 것은 물론 훈련강도도 훨씬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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