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맨해턴 타임스퀘어 일대 조닝규제로 면모 일신
뉴욕시 맨해턴 42번가를 끼고 남북으로 관통하는 브로드웨이 일대는 오랫동안 섹스산업의 천국이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타임스퀘어 일대에는 섹스 비디오 핍샵, 라이브 걸 쇼 극장, 그리고 섹스용품 스토어 등이 발길에 채일만큼 널려 있었다.
그러나, 루돌프 쥴리아니 시장의 등장과 함께 맨해턴의 명물로까지 불렸던 섹스샵들은 된서리를 맞기 시작했다.
수많은 섹스샵들이 쥴리아니 행정부가 밀어붙인 새로운 조닝규정과의 전투에서 패배, 브로드웨이로부터 멀리 추방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브로드웨이의 섹스산업을 주도했던 라이브 걸 쇼 극장들은 도덕성 시비와 렌트비 인상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서, 섹스업계는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뛰는 것이 연극에 라이브 걸 쇼를 접목하는 전략이다. 이른바, 섹스업계과 연극계의 동침이 시작된 것이다.
1975년에 개관한 8에버뉴의 쇼 월드 극장이 그 좋은 예다.
한 때, ‘섹스산업의 맥도널드’라고 불리며 섹스산업의 첨병역활을 했던 이 극장은 아직도, 비디오 핍쇼 부스와 섹스용품 스토어를 일부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조닝규정에 따라 극장 공간의 80% 이상에서 포르노관련 상품들이 철거되었다.
쇼 월드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던 중, 주말에 독립영화 제작자들에게 공간을 대여하여 단편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편영화에 이어서 "어번 페어리테일 페스티벌"이라는 단막극을 공연하기 시작했다.
이 연극은 다운타운의 한 극단이 주관한 "빅 톱 라운지"라는 쇼에 연극적 형태를 가미한 것이었다.
쇼의 원래 내용은 상반신을 완전 노출한 누드댄서들이 회전목마 위에서 현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섹스 쇼의 일종이었다.
그러다가, 브로드웨어에서 멀리 떨어진 변두리 극단 컬랩서블 지라프에게 "세 명의 처녀들"이라는 단막극의 공연장소를 대여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1999년 토도콘 데이다 극단의 예술감독인 아론 비올과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른다.
조건은 그냥 공연장소를 임대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극단의 티켓 수입금을 분할하는 방식이었다.
이로써, 쇼 월드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누리면서 누드장면이 삭제된 성인연극을 공연할 수 있게 되었다.
추후 공연될 레파토리 중에서, "복수의 하나님"이라는 작품은 한 유대인 창녀와, 딸을 사창가에서 건져내기 위해 애쓰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최근 대대적인 히트를 친 ‘더 쇼월드 리유니언 쇼’는 세익스피어의 메저 포 메저’를 각색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마치, 쇼 월드의 왕년의 디스크 자키, 스트립 댄서, 그리고 고객들을 다시 한 자리에 불러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쇼 월드 측은 이 작품이 자신들에게 제 2의 전성기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라이브 걸도 보고, 동시에 세익스피어의 연극의 맛을 동시에 느끼기를 원하는 관람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배우 중 한 명인 와이너는 말한다.
원작의 줄거리는 비엔나 시정부가 창녀들과 부도덕한 시민들을 추방한다는 내용이다.
디렉터 다이안 폴라스는 이 작품이 세익스피어의 플롯과 쥴리아니 시장의 타임스퀘어 섹스샵 일소작전을 절묘하게 매치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최종적으로 특정한 한 명의 관람객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다.
"우리의 목표는 쥴리아니 시장이 이 연극 관람석에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었다. 천하의 쥴리아니도 이 쇼를 공연금지시킬 수는 없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세익스피어의 연극이기 때문이다"
폴라스는 덧붙인다.
한편, 쇼 월드의 고문변호사 헤럴드 파링거는 쇼 월드를 쥴리아니 시장을 비판하는 본거지로 사용하는 발상이 마음에 든다며 흐뭇해 한다.
"우리는 시정부를 마음껏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다. 뉴욕시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뉴욕시의 위대성이다"
파링거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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