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성 학부모, 상대팀 팬과 언쟁 예사*주먹 다짐도
동심을 기르는 레크레이션 차원에 그쳐야 할 학생 아마추어 스포츠의 세계가 날이 갈수록 정상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자녀들의 스포츠 경기를 참관하는 극성 학부모들이 상대팀 팬들과 심한 언쟁을 벌이거나 심판판정에 시비를 걸기 일쑤다. 또, 팀의 코치들도 이런 과열분위기에 휩싸여 어린 선수들을 학대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아동스포츠 경기장의 팬들 사이에서 쌍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마치 랜디 존슨의 강속구처럼 쉴새없이 육두문자를 쏟아 놓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장 당황하는 쪽은 아동스포츠 리그 주관자들이다.
일리노이 네퍼빌에서 서브디비전 스포츠를 주관해 온 마이크 피너렌은, 2000년 시즌 3-8학년 학생들의 봄철 야구리그를 취소시켰다. 고질적인 심장병과 뇌졸증에 시달려 온 그로서는, 학부모들이 서로 싸우는 스트레스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특정지역에 그치지 않고, 미 전역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가 지나친 부모들의 경쟁 때문에, 자녀들이 아기자기하게 친선경기를 벌여야 할 동네 경기장들이 살벌한 전쟁터로 변한 것이다.
실제로, 요즘 아동스포츠 경기에서 추한 싸움이 한 두 번씩 벌어지는 것은 통관의례와도 같다.
지난해 가을, 펜실베니아의 ‘미젯 리그’ 풋볼게임에서는 100여명의 선수, 코치, 학부모, 팬들이 뒤엉키는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또, 메릴랜드의 한 아버지는 아들이 올스타 팀에서 제외된 것에 격분, 코치에게 발길질을 하여 때려 눕이는 불상사도 있었다. 오클라호마의 한 코치는 T볼 게임 도중, 한 십대 심판의 멱살을 쥐고 목을 조이는 바람에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했다.
전국 스포츠심판 협회에 따르면, 오늘날 심판들에 대한 신체공격은 흔한 일상사가 되고 있다. 오죽하면, 이 협회가 산하 1만 9,000여명의 회원 심판들에게 새로 ‘공격보험’을 제공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을까.
그러나, 정작 큰 공격의 희생자는 심판들이 아니라 아동선수 자신들이다.
미네소타 아마추어 스포츠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동스포츠 선수들의 절반 가량이 코치로부터 모욕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17.5%는 코치로부터 발길로 채이고 따귀를 맞은 적이 있다고 말했으며, 8.2%는 경기도중 상대선수에게 위해를 가하도록 압력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이쯤 되면, 아동스포츠 선수들의 70%가 13세 이전에 조직화된 스포츠 리그를 등진다는 사실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이와 관련, 전국 청소년스포츠 연맹의 프레드 엥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어린 선수들에 대한 부모들의 비현실적 기대는 일종의 아동학대와 같다. 피아노 연주회에서 실수를 했다고 고함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한편에서는 풍토병처럼 번지는 이런 공격적 성향을 시정하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수단방법을 가릴 것 없이 이기고 보자"는 멘탈리티를 지양하고, 아동스포츠 세계에 꿈과 레크레이션의 의미를 복원시키자는 것이다.
웨스트 드모인의 한 청소년 야구리그에서는 최근, 추한 행동을 하는 어른들에 대하여 ‘제로-톨러런스’ 규정을 도입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만일 학부모가 경기도중 싸움을 하거나 욕설을 하면, 해당 자녀는 팀을 떠나야 한다. 어떤 곳에서는 욕설을 하는 관중들에게 5달러씩 벌금을 물리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전국의 많은 축구리그들은 ‘침묵의 토요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말경기 때마다, 학부모 관중들의 입에 덕 테잎을 붙여놓거나, 큼직한 날리팝 눈깔사탕을 한 개씩 물려 놓는 제도이다.
그중, 미국에서 가장 엄한 조치를 도입한 곳은 플로리다의 쥬피터-테퀴스타 운동협회다.
이 협회는 자녀를 스포츠리그에 등록시키고자 하는 학부모들에게, 윤리강좌를 수강하고 협회가 제시하는 ‘행동규약’에 서명할 것을 요구한다. 이 조치는 현재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때문에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학부모들간에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포츠 역사가 제랄드 젬스는 이같은 조치들은 기껏해야 일시적 뗌질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한다. 궁극적으로, 미국인들의 "이기고 보자"는 멘탈리티를 치료하지 않고서는 근원적 해결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 대안으로서, 코치들에게 아동심리학을 가르치고, 또 학부모들을 다루는 전략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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