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안에도 촌지가 있다. 수고하는 교역자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마음이다. 정말 순수한 사랑을 작은 선물로 전하는 것이라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심방시, 결혼식이나 각종 예식후 목사의 주머니에 찔러주는 사례조의 돈봉투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병중에 있는 양떼를 찾아 기도하는 심방에 왜 돈봉투가 등장하는가? 개업을 축하하는 예배시 건네는 돈봉투는 복채의 냄새가 나는데 그러면 목사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약혼, 결혼, 장례등의 예식은 목회의 중요한 부분이다. 소속 교인이 연관된 예식을 목사가 담당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기에 사례는 불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부수입을 올리며 양복 한 벌 더 챙기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송인호목사의 ‘교회의 촌지’에서)
"부흥집회나 타교회에 강사로 가서 받는 사례비가 목회자의 부수입이 되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본교회에서 목회해야할 시간에 다른 교회에 가서 사역하여 받은 수고비이기 때문에 본교회에 헌금하거나 뜻있는 사역에 쓰여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강일용목사의 ‘목회자 부수입’에서)
목사들이 결혼식을 주례하거나 심방, 개업, 돌잔치등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면 교인들이 흰 봉투를 전해주는 일이 보편화되어 있다.
이것은 한국적인 신앙정서가 집약된 관행으로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내집을 다녀가는 손님에 대한 예의, 그리고 ‘주의 종’을 잘 대접해야 축복받는다는 기복신앙이 한데 합쳐져 만들어낸 ‘목회 촌지’다. 액수는 교인의 형편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00달러선이고 결혼 주례의 경우 300-500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례비보다 더 교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은 부흥회 강사비다.
목사의 강사비는 대학교수보다 높은 수준이고 웬만한 샐러리맨의 한달 월급과 맞먹는다. 목사의 지명도및 집회수에 따라 다르지만 미주한인교회에서 목, 금, 토요일 저녁집회와 새벽집회, 주일예배를 인도하면 2,000-2,500달러의 강사비를 받는다. 이것은 세금 안 내는 순수한 수입이고 비행기 티켓과 숙식 일체도 초청교회가 제공한다.
꽤 오래전 한국의 유명한 목사 한사람이 외화반출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당시 언론보도에 의하면 그에게서 10여만달러가 들어있는 미국 은행통장이 발견됐는데 출처를 캐니 10년동안 미국서 집회를 가질 때마다 받은 강사료들을 예치시켜 놓은 것이라 했다. 대형교회 담임목사로 월급도 많이 받는 사람이, 목회지를 비운 시간에 다른 교회에서 가진 집회의 강사료를 개인 수입으로 간주하고 해외은행에 장기간 입금해왔다는 사실은 다분히 충격적이다.
LA의 한 목사는 "생활이 어려웠던 개척교회 시절에 강사비를 생활비로 썼고 1년에 많게는 7회까지 집회를 나갔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러나 가정과 교회가 모두 안정된 지금은 강사비를 헌금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강사비 사용은 목사 개인의 양식에 맡기는 수 밖에 없고 심방 사례비는 될수록 헌금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적 정서를 감안해 교인들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는 답례는 기쁘게 받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목사도 있다. 많은 목사들이 월급 만으론 생활하기 어렵고, 그렇게 받는 돈을 교역자들끼리 식사도 하고 필요한 사람이나 선교사들에게 나눠주는 일에 사용하므로 "양심에 거리낄 일이 없으면 자유스럽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관행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지못해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비즈니스 개업은 물론이고 이사를 가도 "목사님부터 모셔야지"라는 주위의 성화 때문에 고사 지내듯 음식 차려놓고 개업예배, 이전예배를 갖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한국서는 이같은 관행이 심한데 비해 미국에서는 덜 하다는 점이다. 한국서는 "큰 교회 부목사 3년 하면 아파트 한 채 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교구담당 목사들의 부수입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A의 몇몇 교회들에 전화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공식적인 지침을 가진 교회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큰 교회는 돈봉투를 건네는 교인이 있으면 그것이 헌금인지 목회자 개인 사례비인지를 확인한 후 헌금은 교회에 전달하고 사례비는 목회자 자신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목회 촌지와 강사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회나 교단 차원에서 분명한 지침을 마련한다면 불필요한 말이나 오해의 소지가 없어질 것이다. 또한 교인들도 목회자가 본의 아니게 물욕이나 탐심에 빠지지 않도록 이러한 관행을 고쳐나가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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