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은 6.25 전쟁이 일어난 지 50주년이라 하여 기념 행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처럼 미리부터 준비가 한창이더니 13일부터 15일까지 전격적으로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이 모은 것을 축소 내지 취소시키고 있다.
같은 동족끼리 총을 겨누고 싸운 것은 수치 일뿐 자랑이 될 수 없으니 6.25 기념 행사가 ‘남북통일을 위해 우리들의 할 일은 무엇인가’로 내용이 바뀌어지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하다 하겠다.
퀸즈 베이사이드 지역에 위치한 한 까페를 가보면 한쪽 벽면이 전쟁화와 사진으로 장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861년 일어난 남북 전쟁은 1888년 들어서야 롤 필름과 코닥 카메라가 대중화되었으니 흑백 스케치화로 남아있고, 1914년 일어난 제 1차 세계대전과 1941년 미국이 개입한 제 2차 세계대전은 누렇게 바랜 흑백 사진 속에 담겨있다. 독사진 혹은 단체사진 속의 군인들은 수염이 덥수룩하고 군복은 허름하고 신발도 낚았지만 표정은 당당하게 빛나 보인다. 그것은 그들은 동족간의 전쟁인 남북 전쟁을 치르고 단일국가로서 통일을 이루었고, 하나 된 조국을 위해 싸웠기 때문이다.
노예문제로 격화된 남북간의 대립은 상호 비난과 의회에서의 난투극을 거쳐 남부 11개주의 연방탈퇴와 연이어 남북 전쟁을 가져왔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대륙 횡단 철도의 완성에 의해 광대한 국내의 교통이 정비되자 미국은 유럽 열강이 만만히 볼 수 없는 산업국가로서 면모를 갖추었다. 이후 미국은 제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또한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가면 번화가 도로 한복판에 유능한 남군 지휘자였던 리 장군 동상이 말을 타고 하늘로 오를 듯한 기세로 높게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전쟁 초기에는 리 장군의 지휘아래 남군이 연전연승을 거두었으나 1865년 4월 남부 연방의 수도 리치먼드가 그랜트 장군이 거느린 북군에게 함락되며 4년간에 걸친 내전이 끝나게 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관광객들은 북군에 패했지만 지금은 지나간 역사 일뿐, 옛 영광스런 시절의 아름다운 시가와 건물을 그대로 보존한 리치먼드의 리 장군 동상을 고개를 위로 한껏 치켜들고 감상한 다음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곤 한다.
일주일 전에는 뉴저지 프린스톤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일요 상설 엔틱 프리마켓을 갔다가 간이 건물에서 엔틱으로 팔리고 있는 군복과 군모를 보았다.
빛이 바래고 낡은 장교복, 전투복, 점퍼, 레인 코트 등 다양한 디자인의 군복들이 양호한 보관 상태로 말끔하게 손질되어 한쪽 구석에 진열되어 있었다. 고풍스런 장식과 디자인이 참으로 새롭고 멋져 보여 사고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실제로 앞서가는 패션을 선호하는 프린스톤 대학생 몇 명은 그곳에서 옛 군복을 구입하여 학교에 입고 다닌다고 했다.
우리도 이제 남북의 지도자가 50년만에 만나 손을 맞잡고 6.15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했으니 새로 쓰이는 역사에는 반쪽의 기록만이 아닌 하나의 역사로 기록되어 국군의 지도자, 인민군 지도자 동상과 기념비가 남북한 격전지 한 구석에 세워져 후세들에게 한반도의 역사를 증언하게 될 날이 오기 바란다.
복원 실현 예정인 경의선도 하루빨리 개통되어 이 철도가 연결되는 신의주, 남포, 해주, 개성 등 인근 도시산업의 발전은 물론 경제, 문화적 교류도 이뤄지는 것을 보고싶다.
사실 베이사이드의 그 까페에서 하나의 조국을 위해 목숨 걸고 나간, 지난 전쟁의 역사를 액자로 만들어 자랑스레 걸어둔 것이 좀 부러웠고 동시에 분단된 조국이 생각나 서글프기도 했었다.
우리도 언젠가는 국군 군복과 군모, 인민군복과 별 달린 인민군모를 엔틱 시장에서 팔고 사며 젊은이들에게 신세대 패션으로 입혀지게 될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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