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한국의 황금 정상회담
(도널드 그렉 전주한미대사, LA타임스 기고)
정상회담이란 대부분 겉만 화려하지 알맹이가 없기 마련이다. 지난번 클린턴대통령의 유럽순방이 그랬었다. 어떤 정상회담은 위험하다. 존 F. 케네디와 니키타 흐루시초프의 비엔나 회담은 62년 큐바 미사일위기로 연결된바 있다. 그래도 정상회담중 - 드물기는 하지만 - 성공적인 것도 있다. 바로 1972년 리차드 닉슨과 모택동의 회견 같은 것이다.
지난주 평양회담도 드문 성공한 정상회담의 범주에 속한다. 이회담은 남북한 화해의 새시대 장을 열었고 수백만 이산가족에게 반세기여만에 가족상봉의 희망을 안겨주었다.
평양회담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남한측의 주의깊은 노력과 북한측의 필요성의 수렴에 의해 가능했다. 김대중대통령은 대통령 당선후 취임전부터 중국,러시아,일본등 주변국가들과 새로운 관계정립을 위한 기초를 다졌다. 김대통령은 평양과의 대화에 이들 국가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98년 2월의 취임식에서는 냉전구조 종식을 통한 북한과의 새로운 역학관계 정립을 강조했다. 이목표는 김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동안 한번도 미룬 적이 없다.
지난 2월 서울에서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의 효과를 논의하기 위한 대규모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중국,러시아,일본의 대표들이 모두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 남북한은 이들 국가들이 전폭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회담은 이웃국가들의 승인이라는 견고한 토대위에서 열린 것이다. 북경,모스코바,도쿄에서 나온 회담에 대한 평가가 그같은 사실을 잘 뒷받침해준다.
북한입장에서는 최소한 4가지 점이 회담수용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김정일이 김일성 사후 6년만에 완전히 권력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지난번 중국방문도 이같은 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음으로 김대중대통령이 최상의 대화 파트너라는 사실을 북한이 마침내 인식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최소한 김대중이 자기네를 집어삼키려는 의도는 없고 남북한 관계개선과 경제개발지원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다.
셋째로 지난 수년동안 남한과 경제유대관계를 맺어온 중국이 북한측에 충고를 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북한에 남한과 대화를 하도록 강력히 촉구했다. 이는 미국에서도 고마워하고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북한이 필요한 경제원조를 남한만이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농업분야는 최악의 상태에 있어 대규모원조와 기술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중국도 그동안 북한에 식량지원을 해왔지만 이제는 남한이 주된 역할을 맡게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완화해줌으로써 이번회담을 건설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결과 북한은 미국에 상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됐고 미국사업가들이 북한에 대한 투자의 타당성조사를 위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경제가 좋아지면 평양이 외환조달을 위해 미사일 판매에 의존하는 비율이 낮아질 것이다.
이번에 두정상이 합의한 공동선언은 모든 것을 망라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산가족 상봉의 날짜를 8월15일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번 공동선언에 북한의 미사일문제 주한미군문제등 동북아의 안보문제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이는 앞으로의 과제로 남겨놓는 것이 좋다. 동북아 안보문제는 다른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들과 함께 논의해야 하며 남북한만이 토의할 사항은 아니다.
서울과 평양 사이에 대화와 화해가 유지된다면 북한은 깡패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북한을 돈 많이드는 미사일 방위시스템의 구축을 위한 변명으로 이용했던 워싱턴의 일부인사들이 이번 평양회담의 성공으로 당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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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무엇을 원하나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월스트릿 저널 기고)
북한의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이 영화광이라는 소문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확인됐다. "경애하는 지도자"는 김대중대통령과의 만남을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스펙터클로 연출했다. 그결과 아카데미상보다 더 귀한 것을 얻었다.
바로 미국의 경제제재 철회조치로 이 조치로 북한은 세계은행, IMF 기타 서방국가들의 원조를 받게됐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은 이 평양의 수수께끼 지도자에게 흠뻑 빠지기전에 이번회담이 외국의 원조를 끌어내기 위한 술수일 가능성을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
"걱정마시오. 섭섭치 않게 해주겠오" 라는 김정일의 말에 비평가들까지도 매료됐다. 뉴욕타임스는 이 군사독재자를 "귀엽다"고 표현했고 워싱턴의 한 익명의 고위관리는 이 랭군폭파사건의 배후조종자를 "용감하고 비전있는"지도자로 묘사했다.
김대중대통령까지 이 북한국민 기아사태의 주범의 경제개발을 위한 "위대한 노력"을 칭찬했다.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김대중대통령에게 "적절한 시기에"답방을 약속하며 포옹하는 순간 김정일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연출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남한 관리들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에 지나치게 도취돼 있다. 북한측은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호칭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공식으로 인정을 해준 셈이며 서울은 이를 중대한 양보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도 받아들이고 있는 김대중의 햇볕정책에 따르면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은 "북한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첫걸음이다. 다음단계는 평양이 미,일과의 관계개선을 하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대량살상무기의 제조를 중단하고 남한과의 평화적 공존을 모색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잘풀리면 좋겠지만 최근의 북한측 행동을 살펴보면 이는 지나친 낙관적 견해다.
북한의 경제는 현재 절망적 단계며 나아질 조짐은 전혀 없다. 지난주 일본통산성발표에 따르면 북한의 99년 수출실적은 6억달러로 90년수준의 3분의1에 지나지 않는다. 자급자족 능력이 없어진 북한은 외부원조에 생존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 평양이 금년들어 이탈리아,호주,필리핀등 외국과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있고 남북정상회담을 받아들인 것도 그 때문이다.
이같은 정책은 당장 효과를 보고 있다. 남한은 다음회계연도에 4억5천만달러의 대북지원예산을 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김대중의 평양에 대한 경제적 접근정책은 그동안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었다. 99년 북한의 대남수출은 95년 수준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현대는 금강산개발로 그룹존립이 위협받고 있다. 이제 남한 납세자들이 직접 부담한 생명보조장치로 북한은 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됐다.
북한에 외부원조가 쏟아지는 주된 이유는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때문이다. 순수한 기근문제 때문만이라면 이같이 관심이 쏠릴리 없다. 북한도 이같은 역학관계를 잘알고 있다.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 대표들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냉랭한 대접을 받았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며칠전 대표단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서방측에서는 이번 평양회담을 북한의 "해빙"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상황이 어려워지면 "숨돌릴 여유"를 얻기 위해 대화에 응하는 척하는 레닌이래의 공산주의 기본전략이 아닌지 두고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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