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다
지난 11월 사우디아라비아 여행은 짧고도 강열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성지순례 외 특별한 업무가 아니면 쉽게 입국도 할 수 없는, 여행지로는 거리가 먼곳으로 생각했지만 직접 와서 보니, 지금은 온 나라가 왕국의 장엄하고 아름다움을 보여주겠다고 작심하고 새로운 글로벌 여행지로 변모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감춰져 있어 더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메카와 메디나의 종교적 중요성을 넘어 독특한 문화유산과 7000년 이상의 역사와 더불어 현대적인 혁신까지, 사우디아라비아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놀랍도록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행지였습니다.
이곳에 대한 세계 여행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았는지 작년 2024년 한해 1억 1,6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고 올해 상반기에만 6천만명 이상이 사우디를 방문했다고 하니 이제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Vision 2030이 끝나고 나면 상상을 초월하는 미래의 도시들이 두바이를 넘어 중동, 아니 세계 최고의 여행지로 탈바꿈할 잠재력이 보입니다.
아라비아의 바다, 이슬람 순례자들의 관문이자 활기찬 낭만의 도시 제다(Jeddah)
제다로 가는 비행기는 이슬람의 정기 순례기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이 하얀색 천을 두른 이흐람 복장의 순례객들로 빈자리 하나 없이 꽉 차 있었습니다. 제다는 홍해 연안, 국제적인 해양도시 기도 하지만 위치상 이슬람 최대 성지인 메카로 가는 바닷길인 항구와 하늘길인 킹 압둘 아지즈 국제공항이 있는 관문 도시로 연중 순례객들이 끊이지 않는, 활기 넘치는 곳입니다.
제다 구시가지: 1,400년 역사를 가진 Old City, Al- Balad(알 발라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역인 올드 타운 ‘알발라드(Al-Balad)’는 산호석 석조건물 위로 전통 목조 발코니가 있는 가옥들과 복잡한 골목, 갤러리와 카페, 시장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해질녘 향신료 냄새가 물씬 나는 좁은 골목길들을 이리 저리 걷다보면 마치 과거의 시간을 걷는 것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제다 코니쉬(Jeddah Corniche)
홍해 해안선을 따라 길게 뻗어있는 해안 산책로인 코니쉬를 따라 걷다보면 현대 미술관과 식당들, 물에 떠 있는듯한 Al Rahmah Mosque를 만나게 되고 부호들의 요트가 몰려 있는 워터 프론트 & 요트클럽이 이 나라의 여유와 역동적인 뉴 트랜드를 보여줍니다. 또한 이곳에 제다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 높이의 분수라는 킹 파운틴이 있는데 이 분수는 밤에 와야 높이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라비아의 경이, 붉은 사막의 장대한 오픈 뮤지엄, 알울라(Alula)
이번 여행중 가장 멋진 곳이었는데, 아라비아 반도에서 지중해로 향하던 고대의 관문이자 무구한 세월동안 여러 문명이 교차하던 장소로 알울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장 중요한 문화 및 역사적 장소이자 관광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알울라 공항에서 한참을 달려 사막 지역으로 들어서면 어느새 믿기 힘들 만큼 신비롭고 웅장한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깊고 푸른 오아시스가 나오는가 하면 다시 황토빛 모래언덕과 붉은사암 협곡, 그리고 검은 바위가 한데 어우러진 화산암이 보이고, 이곳을 여행할때 첫 느낌은 요르단의 붉은 사막지역인 와디럼이나 페트라에서 좁은 바위협곡을 지나 신기루 처럼 나타나는 알카즈네 신전을 보게 되었을때 같은 경이로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이 이상하지 않은것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헤그라(Hegra) 지역은 요르단 페트라의 연장 선상에서, 고대 나바테아 인들이 남긴 100개도 넘는 거대 암벽 무덤들이 있는 문명의 흔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그중 나바테아 문명의 가장 웅장하고 유명한 The Lonely Tomb(Qasr al-Farid)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면서 신비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듯 강열한 인상을 줍니다.
꼬끼리 바위, Jabal AlFil
알울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거대한 코끼리 형상을 한 이 거대한 암석은 자연이 만들어 낸 걸작품으로 수백만년에 걸친 바람과 물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합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알울라의 모래들은 황금빛으로 변하고 노을에 반사된 암석들은 시시각각 색깔이 변하면서 정말 멋진 장면들을 연출하는데 어두워지면서 모래안에서 반짝이며 하나씩 켜지는 횟불 전등빛은 잊을수 없는 황홀한 풍광이었습니다.
사막속의 초 럭셔리 리조트들
우리 숙소를 확인하면서 다른 리조트들도 몇 군데 방문을 했는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 도시를 비전 2030 계획에 포함시키면서, 알울라는 럭셔리 관광지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지, 에어비앤비 같은 저렴한 숙소가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시설이 떨어지고 중간 클래스 호텔이 없이, 몇 개 되지도 않는 호텔들은 모두 최고 럭셔리 사막 리조트들입니다. 성수기도 전, 11월이었는데도 이곳의 리조트들은 얼마나 비싼지, 중간이 없어 일반 여행자들이 이곳에 숙소를 정하기란 쉽지 않을듯 합니다. MBS의 야심은 이런 멋진 자연 경관에 어울리는 럭셔리 숙박시설만 세우고 싶어 하는 듯한데, 이미 이곳은 주변의 사암협곡과 사막지형을 이용한 사막 럭셔리의 기준을 새로 쓴 독특한 디자인의 초고급 리조트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아샤르 계곡의 신비로은 지형속에 자라잡은 초호화 글램핑 리조트인 Banyan Tree Resort는 반얀트리 모양을 한 텐트형 빌라로 프라이빗 수영장이 있고 어마 어마하게 넓은 지역안에 상상도 하기 어려운, 두개의 수직 절벽 사이에 자리잡은 Rock Pool 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인생샷 찍을 만한 장소입니다.
우리 단체가 내년에 묵게 될 Shaden Resort도 바위산 계곡 한 가운데 전체가 거대 암벽들로 둘러싸여 객실 테라스에서 멋진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웅장하고 독특한 자연환경 속에 자리잡고 있어 또 다른 체험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사막 거울, Maraya Concert Hall
사막안에 난데없이 거울로 만든 대형 콘서트 홀이라니!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자연의 한 부분인지, 건축물인지 구분이 안가는 거울이라 불리는 ‘마라야(Maraya)’ 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열리는 콘서트 홀로 전면이 9,740개의 거울 패널로 만든 건물로 파란 하늘과 주위 사막풍경, 건너편 기암괴석들과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 비춰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거울 건물’로 기네스 북에 등재 되었다 합니다. 사진 작가들과 여행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로 사우디에서는 ‘must visit place’ 로 꼽히는 곳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참 멋진곳이라고 생각이 든것은 이 나라가 가진 전통과 종교적인 성지, 자연을 잘 보존하면서 초현대적인 미래 지향적 변화를 이루어 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분위기의 여행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체험 여행을 하고 싶다면, 방대한 역사가 말을 걸어오고 AI를 이용한 미래도시가 현실로 보여지는 이곳이야 말로 최고의 여행 목적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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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nne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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