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토류 역외통제 도입·퀄컴 반독점 조사 등 잇단 ‘강공’
▶ 中, 무역전쟁서 ‘우위’ 자신감…전문가 “협상력 올려 더 큰 양보 얻으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략광물인 희토류 수출통제를 강화하고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을 겨냥해 반독점 조사에 나서는 등 공세에 나섰다.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이 약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이 미국의 각종 제재수단을 적극 활용하며 강공에 나섰다는 점에서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고 미국의 첨단기술 통제나 대만 문제 등 핵심 의제에서 '더 큰 양보'를 얻어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희토류 '역외수출'도 통제, 반도체·방위산업 겨냥 "가장 중대한 조치"
중국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희토류 합금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10일에는 오는 14일부터 미국 관련 선박에 대해 순t(Net ton)당 400위안(약 8만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자동차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오토톡스 인수와 관련해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조치는 해외에서 중국산 희토류와 관련 기술을 이용해 생산되는 제품까지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이어도 중국산 희토류 미량이라도 포함돼있거나 중국의 정제·가공 기술을 이용한 경우 중국 정부로부터 이중용도 물자(군용으로도 민간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물자)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허가대상은 중국산 희토류를 전체 상품 가치의 0.1% 이상 포함한 품목과, 중국의 희토류 채굴과 제련·분리, 야금, 자성 재료 제조, 희토류 2차 자원 회수 등 기술을 사용해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 등이다.
중국은 또한 군사용도가 아니어도 14㎚(나노미터) 이하 시스템반도체(로직칩)나 256층 이상의 메모리반도체의 제조·테스트 장비, 잠재적으로 군사 용도를 가진 인공지능(AI) 연구·개발에 쓰이는 희토류 수출 신청은 개별 심사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특히 주로 미국이 중국 등을 겨냥할 때 사용해 온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과 같은 역외수출 통제를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광물안보 프로그램 책임자인 그레이슬린 바스커런은 "중국의 새 수출규제는 미국이 오랜 기간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데 사용해온 FDPR을 중국이 처음으로 적용한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을 고려할 때 이는 이번 조치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바스커런은 이전에도 방위수요 충족에 어려움을 겪던 미국 방위산업이 타격을 받고 중국은 미국보다 더 빠르게 군사력 확장을 가속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수출통제는 현재까지 (미국의) 국방 부문을 겨냥해 중국이 취한 가장 중대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또한 반도체 관련 희토류 공급에 대해서도 새로운 전략적 통제력을 얻게 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 희토류로 자신감 얻은 中 '경주담판'서 美에 '큰 양보' 겨냥하나
이번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와 일련의 대미 제재는 일차적으로는 지난달 미국 정부의 '통상 블랙리스트' 확대 등에 따른 대응 조치로 볼 수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9일(이하 미국시간) 수출통제 대상 기업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에도 수출통제를 적용하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제재를 피해 자회사 설립이나 현지 법인 인수 등을 통해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중국 기업을 사실상 겨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지난 7일에는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가 중국 기업들이 대중국 판매가 금지된 반도체 제조장비 380억달러어치(약 54조원)를 구매했다는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컨설팅업체 로듐그룹의 찰스 오스틴 조던 수석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미국의 블랙리스트 확대가 중국의 이번 희토류 수출규제 강화의 '촉매'가 됐다며 "중국 정부는 보복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경절) 황금연휴로 며칠간 지연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 재점화 이후 가장 중요한 담판을 앞두고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던 연구원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동등한 여건을 만들고자 의도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우세한 상황에 있다는 판단을 토대로 더 큰 '거래'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을 상대로 무역 합의를 넘어 대만 문제나 미국의 대중 기술 통제 등과 관련해서도 더 큰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수세적이었던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중 무역전쟁과 달리 이번에는 보복관세와 희토류 등 핵심광물 수출통제, 비관세 조치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반격하고 있다. 특히 희토류 수출통제와 미국산 대두 관세 부과 등으로 미국의 '급소'를 찔렀다.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닉 마로 아시아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지배력을 무기화하는 것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향후 양자 논의를 앞두고 자체 수출통제 체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 강한 입장을 취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SCMP에 말했다.
CSIS의 중국 전문가 스콧 케네디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관세와 수출규제, 또는 대만과 관련해 미국이 의미 있는 양보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새 희토류 수출통제에 나선 배경을 짚었다.
미국도 이에 강공으로 맞받아치면서 양국 정상회담 전 기싸움을 차원을 넘어서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대중국 초고율 관세(기존 관세에 100% 추가)와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통제 카드(이상 11월1일 시행)로 맞불을 놓았다. 그는 또한 시 주석과 만날 이유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담 취소 가능성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이 상황 악화 가능성도 계산에 넣고 '강수'를 둔 것으로 봤다.
케네디는 "중국은 트럼프가 보복하더라도 중국이 그 폭풍을 더 잘 견딜 수 있으며 미국이 먼저 물러날 것이라고 계산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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