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공세 속 지지율 끌어올려 역전승…과반 의석 확보는 어려울 듯
▶ 사전투표율 역대 최고…카니 총리 “미국이 우릴 무너뜨리려 해” 성토

조기 총선 승부수로 재집권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로이터]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당이 승리하며 집권 연장에 성공했다.
과반 의석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는 하지만 인기 추락으로 고전하던 자유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세 속에 역전 드라마를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니 총리는 승리 연설에서 미국의 배신을 잊지 않겠다며 무역전쟁에서의 승리를 다짐했다.
캐나다 공영 CBC 방송에 따르면 오타와 시간으로 29일 오전 4시 현재 자유당은 하원 전체 343개 의석 중 153개 지역구에서 승리를 확정지었고, 15개 지역구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야당인 보수당은 133개 지역구에서 승리, 11개 지역구에서는 앞서고 있다.
승리 및 선두 지역을 합치면 자유당은 총 168석, 보수당은 총 144석이다.
두 정당에 이어 퀘벡지역에 기반을 둔 블록퀘벡당은 당선 및 선두 지역이 총 23곳, 진보 성향의 신민주당(NDP)은 총 7곳, 녹색당은 1곳으로 집계되고 있다.
AP 통신은 자유당이 보수당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유당이 의석의 과반(172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압박과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주권 위협 속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자유당은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정치적 대반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니 총리는 유례 없는 외교·경제적 불확실성 속에 총리직을 유지함으로써 관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산적한 국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
카니 총리는 승리 연설에서 "미국과의 구연(舊緣), 꾸준히 통합을 확대하는 것에 기초한 관계는 끝났다"면서 미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캐나다 국민이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몇 달간 경고해 왔듯이, 미국은 우리의 땅, 우리의 자원, 우리의 물, 우리의 나라를 원한다"며 "이것은 헛된 위협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리를 소유하기 위해 우리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미국의 배신이 안긴 충격에서 벗어났지만, 그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이 무역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두 주권 국가 간의 미래 경제 및 안보 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트럼프와 함께 마주 앉을 것"이라며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의지를 내비쳤다.
캐나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월 18일부터 나흘간 약 730만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해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총선 당시 사전투표율보다 25%나 증가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가 촉발한 위기감이 투표율 제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자유당과 정책 협력을 맺어온 진보 성향 신민주당(NDP)의 지지 철회는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의 사임과 이날 조기 총선 실시의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앞서 트뤼도 전 총리가 9년여간 이끌어 온 자유당은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에 따른 불만으로 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여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제1야당인 보수당은 집권 자유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20%대로 벌리며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가 차기 캐나다 총리가 되는 게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관세 압박과 더불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병합 위협이 캐나다인들의 반미 감정을 부추긴 게 총선에서 자유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보수당 대표인 포일리에브르는 그동안 만들어진 '캐나다의 트럼프'라는 이미지에 발목이 잡힌 채 지지 기반이 약화됐고, 경제 위기 국면에서 안정감을 주지 못한 게 결정적인 패배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트뤼도 전 총리에 이어 지난달 취임한 카니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및 주권 위협에 맞서며 캐나다가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일부가 되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애국심을 결집시켰다.
정치 경험이 없는 데다 대중적인 지명도도 상대적으로 낮았던 그는 트뤼도 전 총리의 정책 기조와 거리를 두면서 경제전문가로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위협 대응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감 있는 지도자임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신뢰를 샀다.
카니 총리는 2008년 2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지내며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비교적 성공적으로 캐나다 경제를 방어해 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다.
또 지난 2013∼2020년엔 외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총재를 맡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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