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道理)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 길, 또는 어떤 일을 해결해 나갈 올바른 방도(方道)를 뜻한다.
AI 시대에서 고리타분하고 생뚱맞게 들리지 모르지만, 유학(儒學)에서는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도리로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즉 어질고(仁), 의롭고(義), 예절을 지키고(禮), 지혜롭고(智), 믿음을 가지고(信)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개국하면서 서울 사대문과 중앙의 지명을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의 도리’-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의 순서에 맞춰 작명을 하였다. 동대문은 흥인(仁)지문으로, 서대문은 돈의(義)문으로, 남대문은 숭례(禮)문으로, 도성 가운데의 종각을 보신(信)각으로 이름을 지었다. 다만, 당초에 홍지문(弘智門)으로 명명하려 했던 북대문은 숙청문(肅淸門)으로 바꿔 지었다.
도척(盜跖/盜蹠)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전설적인 대도적(大盜賊)이다. 태산에 웅거하며 9천명이나 되는 졸개를 거느렸다. 국경을 넘나들며 천하를 횡행하고 남의 재산을 약탈할 정도로 기세가 당당하고 막강했다. 성격이 포악하여 날마다 무고한 많은 양민을 살해하고 부녀자를 겁탈했다. 그는 인육(시치)을 좋아했으며, 특히 사람의 생간으로 회를 쳐서 먹거나, 해장국을 끓여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악당이었다.
부하가 고척에게 도적도 도적의 도(道)가 있냐고 묻자 그는 성(聖), 용(勇), 의(義), 지(智), 인(仁) 5도(五道)를 역설하였다. 도둑질 하러 남의 집에 들어갈 때, 무엇이 있는지 바로 알아 맞히는 것이 성(聖)/남보다 앞장 서서 들어가는 것이 용(勇)/남보다 나중에 나오는 것이 의(義)/도둑질을 해도 차질이 없는 곳을 터는 곳이 지(智)/훔친 것을 정당하게 나누는 것이 인(仁)이라고 했다. 이 5가지를 갖추지 못하고 큰 도적이 된 자는 없다고 답하였다.
야사에 따르면 도척도 집에 들어오면 촛불을 켜고 잠을 자는 자기 자식을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장차 이놈은 나 같은 도적이 되지 않기를 바랬다고 한다.
1970~80년대에 대한민국을 주름잡으며 활동했던 유명한 절도범으로 대도(大盜) 조세형이 있다. 15살 때부터 먹고 살기 위해 도둑질을 시작하여 총 전과 16범으로 별명이 ‘대도’(大盜)로 불렸다. 85세 때 절도죄로 복역하고 출소한 지 한 달 만에 전원주택에서 금품을 훔쳐 또다시 감옥에 갔다. 한국에서는 얼굴이 너무 잘 알려져서 일본 도쿄까지 원정 절도를 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 부유층 등 유명인사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지역만 골라서 털었다. 훔친 물건 중 막대한 가격의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있어서 화제가 되었다. 훔친 돈의 일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하는 등 자신만의 절도 5원칙을 분명히 한 도둑으로 유명했다.
1. 나라 망신을 시키지 않기 위해 외국인의 집은 털지 않는다. 2. 다른 절도범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판·검사집은 들어갔다가도 그냥 나온다 3. 연장사용금지. 4. 가난한 사람의 돈은 훔치지 않는다. 5. 훔친 돈의 30∼40%는 헐벗은 사람을 위해 사용한다.
고척이나 조세형같은 빌런들도 나름대로 5도리나 5원칙을 정해 놓고 지키려고 했다. 그런데 한국 공직사회에는 허가받은(?) 철면피 도적들이 있다. 도리나 원칙과 거리가 먼 빌런보다 못한 뻔뻔한 단체장과 고급 간부들이 있다. 공과 사를 구분 못하고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관용차를 자가용처럼 굴리는 얌체 단체장이 있다. 근무일이 아닌 주말과 휴일에 최고급 호텔, 고가 식당, 유흥업소 등에서 개인적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하여 고발 당하기도 하였다. 사회지도층으로서 책임과 모범적인 도덕성 없이 관용차와 법인카드만 제공하면 무슨 일이든 시키면 하는 사람들이다. 가렴주구하는 수령이나 청렴결백하지 못한 재상을 코스프레하는 것 같다.
망연자실할 날강도도 있다.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의 비리가 878건으로 조사됐다. 더욱 가관인 것은 ‘부자(父子) 세습' 비리의 민낯이 드러났다. 도리와 원칙은 커녕 기본 양심도 없는 공공연한 현대판 대도적들이다. 악당인 도척도 자기 아들만은 도적이 되지 않기를 바랬다.
지금 한국의 법치 문란은 민중적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서 폭발 전야의 휴화산과 같다. 국민 사이에는 “이게 나라냐?"는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어느시대든 ‘인의예지신'은 세상 살아 가는데 필요한 자양분이고 지켜야 할 최소한의 덕목이고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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