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생쥐’는 유명한 이솝 동화의 하나다. 어느 날 사자가 자고 있는데 생쥐 한마리가 부스럭거리며 신경을 거스른다. 화가 난 사자는 당장 이 쥐를 잡아 죽이려 하지만 생쥐는 자기 같은 미물을 죽여 사자에게 무슨 득이 되겠느냐며 한번만 살려달라고 빈다. 사자는 불쌍히 여겨 생쥐를 놓아준다.
그리고 얼마 뒤 사자는 사냥꾼이 놓은 덫에 걸려 밧줄에 꽁꽁 묶이는 신세가 된다. 사자의 울부짖음을 듣고 달려온 것은 그 때 살려준 생쥐였다. 생쥐는 이빨로 밧줄을 갉아 사자를 풀어줌으로써 그 때 은혜를 갚는다.
PBS 자연 도큐멘터리 프로의 하나인 ‘코끼리와 흰개미’는 사자와 생쥐보다 훨씬 더 덩치 차이가 나는 이 동물들이 어떻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케냐의 차보 국립공원은 대체로 건조한 초원이지만 이 초원에 커다란 원 모양의 빈터가 있다. 이는 원래 호수였던 곳이 마른 것이다. 이곳도 한 때는 다른 초원과 같은 곳이었다. 다른 점 하나는 여기에다 흰개미들이 언덕 모양의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흰개미들은 주변 흙에다 자신의 체내 분비물을 섞어 집을 짓는데 여기에는 동물의 생존에 필요한 미네랄이 풍부하게 포함돼 있다. 이를 안 코끼리들이 핥아 먹기 시작하면서 이 언덕은 점차 웅덩이로 변한다. 그리고 비가 내리면 이 웅덩이는 진흙탕으로 바뀐다.
진흙 목욕은 코끼리들이 좋아하는 취미 활동이다. 강한 햇볕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고 곤충의 공격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코끼리들이 이 진흙탕에서 뒹굴며 흙을 퍼나르면 이 웅덩이는 점차 호수로 변한다. 이 호수는 코끼리 발에 묻어온 알들이 부화하면서 곤충과 물고기가 넘치며 이들을 먹으러 몰려온 새들과 파충류, 양서류들로 북적이게 된다.
물론 이 상태는 오래 가지 않는다.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계속되면 호수는 말라 붙어 다시 초원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다시 흰개미가 집을 지으면 코끼리들이 몰려 오고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도 하찮아 보이는 인간들이 때로는 큰일을 한다는 것을 춘추전국 시대 맹상군의 일화는 보여주고 있다. 제나라의 왕손인 맹상군의 원래 이름은 전문이다. 그 아버지 전영은 선왕의 이복 동생으로 40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전문의 어머니는 신분이 낮은데다 전문은 5월5일에 태어났다. 이 날 태어난 아이는 부모를 해친다는 이야기가 있어 전영은 전문을 죽이려 했다.
전문의 생모는 이 아이를 몰래 숨겨 키우다 발각이 났다. 전영이 대노하자 전문은 아버지를 찾아가 왜 자기를 죽이려 하느냐고 따졌다. 아버지가 그날 태어난 아이는 키가 문 높이만큼 자라면 부모를 죽이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전문은 “그럼 문 높이를 높이면 되지 않느냐”고 답한다. 이 말에 느낀 바 있던 전영은 그를 아들로 받아 들인다.
어느 날 전문은 아버지를 찾아가 아들의 아들은 뭐냐고 묻는다. 손자라고 답하자 그럼 손자의 손자는 무엇이냐고 묻는다. 현손이라고 답하자 그럼 현손의 손자는 뭐냐고 묻는다. 모른다고 답하자 전문은 나라는 발전이 없는데 우리 집안의 부는 나날이 늘고 있다며 누구를 위해 이런 재산을 쌓아두느냐고 묻는다. 전영은 이를 계기로 전문에게 식객을 관리하는 일을 맡겼고 전씨 집안의 평판이 날로 높아가자 전영은 전문을 후계자로 삼는다.
전문의 식객중에는 도둑질 잘 하는 사람과 동물 소리 잘 내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이 그런 하찮은 재주꾼을 뭐 하러 거두느냐고 따지자 그런 재주도 언젠가 쓸모가 있을 거라고 답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진나라 소양왕이 그를 초청해 중용하려 한다. 그러나 신하들이 제나라 사람은 안된다고 반대하자 그를 돌려보내느니 죽이기로 결심한다. 연금 상태에 빠진 맹상군은 소양왕의 애첩 연희에게 도움을 요청하나 연희는 그 대가로 여우 겨드랑이 털로 만든 호백구를 요구한다. 그러나 호백구는 이미 진왕에게 바친 상태였다. 식객 중 도둑질 잘 하는 사람이 나서 이 옷을 훔쳐 오며 이를 바쳐 탈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국경에 도착했을 때 이미 성문은 잠겨 있었고 이는 닭이 울어야만 열렸다. 이 때 동물 울음 흉내 잘 내는 사람이 닭 우는 소리를 냈고 이에 놀란 닭들이 함께 울면서 성문은 열리고 맹상군은 무사히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계명구도의 고사다.
이솝의 우화나 차보의 호수, 맹상군 이야기는 모두 강자도 때로는 하찮은 존재의 도움을 필요로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힘만 믿고 주변국들을 우습게 여기고 모욕하는 인간에게도 이 교훈을 깨닫는 날이 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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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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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주변국이라곤 죄다 미국의 피만 빨더니 페어 플레이 하자니 다들 볼멘소리.
난 인과는 있다고 믿는다..그게 자연으; 이치 우리가 잘 알면 너도 나도 다 잘 놀고 즐기고 행복 할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