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형곤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 가장 흔한 판막질환 ‘승모판막역류증’
▶ 작은 절개로 고령 환자도 안전하게 수술
승모판막은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서 혈액이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조절하는 일종의 밸브다. 승모판막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혈액이 좌심실에서 좌심방으로 역류하는 상태를 ‘승모판막역류증’이라고 한다. 승모판막역류증은 대동맥판막질환과 함께 가장 흔한 심장판막 질환 중 하나다. 진행되면 좌심방의 부담이 증가하고 심장 기능이 저하되면서 심부전, 부정맥, 폐부종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고령화 영향으로 승모판막역류증을 포함한 심장판막 질환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성인성 심장판막 질환 유병률은 17.03%로 2010년 9.89%보다 약 1.72배 늘었다. 승모판막역류증의 발병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판막조직의 노화로 인해 판막이 늘어나거나 두꺼워지는 퇴행성 변화가 대표적이다. 또 류마티스성 심장병에 의한 판막 변형, 심근경색으로 인해 심장의 구조가 손상되면서 판막 기능이 약화되는 경우, 심장 확장성 근병증처럼 심장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판막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을 수도 있지만 질환이 진행됨에 따라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계단을 오르거나 걷는 도중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누운 자세에서 호흡곤란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다리가 붓거나 체중이 갑자기 증가하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불규칙한 맥박이 나타나는 부정맥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승모판막 질환과 동반되는 부정맥은 급사의 위험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승모판막역류증의 치료는 환자의 증상과 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경미한 단계에선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 악화를 억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베타차단제는 심박수를 조절하고 심장의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이뇨제는 체액 과부하를 줄여 호흡곤란을 완화할 수 있으며, 혈관확장제는 혈압을 낮추고 심장의 부담을 줄여 역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들은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출 뿐,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순 없다.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승모판막 성형술은 손상된 판막을 보존하면서 기능 회복을 돕는 치료법이다. 성공률이 높고 장기적으로도 좋은 예후를 보인다. 만약 판막의 손상이 심해 재건이 어렵다면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승모판막 치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인공판막은 크게 기계판막과 조직판막으로 나뉘는데, 환자의 연령과 건강 상태에 따라 적절한 유형을 선택해야 한다. 기계판막은 반영구적인 기능을 하지만 혈전(피떡)이 생성될 수 있어 평생 항응고제 복용이 필요하다. 조직판막은 항응고제 복용이 필요하지 않은 반면 내구성이 다소 떨어져 사용 수명이 짧은 편이다.
최근에는 흉골을 절개하지 않고 작은 절개만으로 승모판막을 치료하는 최소침습 심장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기존 개흉술에 비해 출혈과 통증이 적고 회복 속도가 빨라 고령이거나 만성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특히 유리하다. 가슴을 열고 진행하는 개심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경피적 승모판막 클립 시술과 같은 비수술적 치료를 시도한다.
대퇴정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해 판막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시술 시간이 짧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을 갖는다. 다만 판막의 손상 정도나 구조적 특성에 따라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므로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평가한 후 시행해야 한다.
승모판막역류증은 방치할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심장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상태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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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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