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M3E 이미 포화”…엔비디아 신제품 맞춰 HBM4 시장 개화
▶ ‘첫발’ 뗀 SK하이닉스…추격하는 삼성 “실수 범하지 않을 것”

(새너제이[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 넷째 날인 20일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그래픽 메모리 GDDR7에 친필 사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HBM3E(5세대) 공급량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가 빅테크 기업들이 AI 칩에 HBM4 탑재를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이에 HBM3E에서 고전 중인 삼성전자가 HBM4에서는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주도권을 빼앗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23일(한국시간)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8일(미국시간) 새너제이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에서 내년 하반기 '루빈'이라는 새로운 AI 칩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루빈은 엔비디아 AI 칩 중 처음 HBM4가 탑재되는 제품으로, HBM4 시대를 열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HBM4 양산을, 미국 마이크론은 내년 양산을 목표로 총력을 다하는 중이다.
HBM4 진출의 첫 신호탄을 쏜 건 'HBM 시장 1위'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황 CEO의 신제품 발표날에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들에 36GB(기가바이트) HBM4 12단 샘플을 제공한다"는 소식을 깜짝 발표했다.
이와 함께 GTC 기간 엔비디아의 2인자로 불리는 제프 피셔 수석부사장이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HBM4 샘플을 축하합니다!"(Congrats on HBM4 Sample!)는 메시지를 남겨 화제를 모았다.
공교롭게도 SK하이닉스의 HBM4 공급 소식은 삼성전자가 주주총회에서 HBM4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중에 전해졌다.
삼성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총에서 "AI 경쟁 시대에 HBM이 대표적인 부품인데 그 시장 트렌드를 조금 늦게 읽는 바람에 초기 시장을 놓쳤다"며 "HBM4 등 차세대 HBM에서는 이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계획대로 차근차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HBM3E보다 HBM4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본다.
이미 SK하이닉스가 HBM3E 12단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HBM3E 공급망에 진입한다 해도, 실제 주가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엔비디아 물량의 대부분을 맡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올해 물량을 '완판'했다고 밝힌 만큼 이미 HBM3E 시장은 포화 상태"라며 "삼성전자의 HBM3E 퀄테스트 통과가 사업적 의미는 있겠지만 (수익과 연계된) 공급량 확보 측면에서는 그다지 유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이미 뒤처진 HBM3E 보다는 새로운 HBM4 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맞춤형(커스텀) 제품인 HBM4에서는 새로운 적층(쌓기) 기술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협력이 중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에서 D램을 적층할 때, 비전도성 접착 필름을 이용해 붙이는 '첨단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TC-NCF)을, SK하이닉스는 칩과 칩 사이를 액체 물질로 채워 붙이는 '매스 리플로우-몰디드 언더필'(MR-MUF) 방식을 각각 사용하고 있다.
양사 모두 특정 HBM4 제품군부터는 칩과 칩 사이에 범프를 형성하지 않고 직접 접합시키는 기술로 고단 적층에 유리한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3E 격차가 적층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어 온 만큼,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HBM4 제품에서는 또 다른 경쟁 국면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HBM4부터는 HBM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 다이에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는 삼성 파운드리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HBM4에 활용되는 삼성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 기술이 높은 수율을 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들 간 협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자체 파운드리 역량을 보유하지 않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대만 TSMC와의 협력을 통해 HBM4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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