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판결 무시·답변요구 거부
▶ 트럼프, 무제한 권력 과시욕
▶ 권위주의 선망 ‘왕’ 자칭까지
▶ “견제와 균형 시험대 올라 민주주의 헌정 위기” 논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가 사법부 명령을 무시하는 사례가 부쩍 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연방 헌법에 명시된 권력 분립,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훼손돼 국가 기능이 차질을 빚는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지 유력언론들에서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7일 “백악관과 법원들 사이의 갈등이 헌정 위기가 될 위험이 있다”며 “최근 트럼프의 행정조치 다수를 중단시키려고 시도한 연방법원들과 법원 명령의 공개적 거부에 가까운 일을 거듭해 온 행정부 사이의 발화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한이 없고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휘두르는 대통령”의 모습을 세상에 과시하려 한다며 “트럼프가 법원들과 충돌하는 경로로 이미 가고 있으며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표현했다.
지난 주말부터 큰 이슈가 된 것은 ‘추방 항공편’ 문제다.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1798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EA) 등을 근거로 베네수엘라 국적자 수백명을 범죄조직원으로 일방적으로 지목해 재판 등 절차 없이 추방하려고 한 조치를 일단 중단토록 하면서, 설령 추방 항공편이 이미 이륙했더라도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조치하라고 정부에 토요일인 15일 명령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보스버그 판사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엘살바도르 정부와 미리 협의해둔 계획에 따라 추방 대상자들을 엘살바도르의 감옥에 수감시켰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 등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보스버그 판사를 조롱하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조롱에 가세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폴리티코는 “트럼프 2기 임기에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미국의 시스템에 대한 가장 비중 있는 시험이 찾아왔다. 그리고 결과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에서 ‘국경 담당 차르’로 불리는 톰 호먼은 1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나는 판사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좌파가 뭐라고 생각하든 신경쓰지 않는다”며 강제 추방 드라이브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 대통령 각서, 포고문 등으로 행정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논란은 임기 초부터 계속 되풀이됐다.
막무가내식 연방정부 구조조정과 동맹국에 대한 일방적 관세부과를 밀어붙이면서 연방의회와 사법부를 우회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방적인 행정부 정책이 법원 명령으로 제동이 걸리면 이마저도 번번이 무시해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향해간다는 얘기가 뒤따랐다.
법원은 헌법에 규정된 ’출생 시민권‘을 120여년 된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달리 해석해서 제한적으로 적용하라는 명령, 트랜스젠더 치료를 하는 의료기관들이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유지하는 기관들로부터 연방정부 자금을 박탈하라는 명령, 노동관계위원회(NLRB) 위원 해직 등 다양한 조치 등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명령에 수긍하지 않고 이들 정책에 점점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보복성 기소‘를 막기 위해 선제적 사면을 단행한 2021년 1·6 의회폭동 하원 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에 대해서도 사면이 무효라고 주장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성향은 권위주의자에 대한 선망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권위주의자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우호적인 대외정책을 펼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조국을 구하는 사람은 그 어떤 법도 위반하지 않는다”(He who saves his Country does not violate any law)라는 글을 올려 초법적 권한 획득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같은 달 19일에는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 도입된 혼잡통행료에 대한 승인을 취소한 뒤 “맨해튼과 모든 뉴욕이 구원을 받았다. 왕 만세”라는 글을 올려 ’왕‘을 자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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