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왕따 러시아와 전범 푸틴 쪽으로 갈아타…유럽에 이념 전쟁 선포”
▶ 미국의 고립에 러·중 부상 우려… “러, 우크라서 승리하면 다른나라 또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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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안보회의 회의장 앞에서 미국 지도자들을 비판하는 시위대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뮌헨안보회의에서 오랜 동맹인 유럽 국가들을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도 배제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유럽이 큰 충격에 빠졌다.
유럽 국가 지도자들과 주요 언론은 2차 세계대전 후 80년간 굳건한 동맹이었던 미국이 유럽을 배신했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분출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유럽 언론들에 따르면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뮌헨안보회의 의장은 독일 ZDF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종료된 뮌헨안보회의가 "어떤 의미에서는 유럽의 악몽이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 회의로 많은 것이 명확해졌다면서 "트럼프 치하의 미국은 다른 행성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호이스겐 의장의 이 발언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취임 후 첫 외교 무대에서 유럽의 극우 정치세력을 옹호하고 이들을 규제하는 각국의 정책을 '비민주적 행위'로 몰아붙인 이후에 나왔다.
로버트 하벡 전 독일 부총리도 독일 RTL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구가 공유하는 가치에 대해 공격을 시작했다면서 "법치, 자유민주주의, 규칙에 기반한 질서 등 미국에서 유럽으로 건너온 것들이 버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주도로 설립된 유럽의 방위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사무차장보 등을 역임한 스테파니 밥스트는 영국 타임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더이상 유럽의 동맹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 헌신하기보다 '왕따 국가'인 러시아와 '전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동조하려고 "편을 바꿨다"면서 "우리는 75년간 알고 있었던 대서양 관계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고립주의' 정책이 "매우 불안한 시대"를 만들고 있다면서 이는 러시아, 중국과 같은 국가들을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련 붕괴로 이룬 많은 성과가 이제 뒤집히고 있다. 만약 그들(러시아)이 우크라이나에서 성공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곳으로도 진출하게 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 주요 언론들도 뮌헨안보회의에서 드러난 미국과 유럽 간 인식의 격차에 심각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의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 실비 카우프만은 르몽드 칼럼을 통해 미국이 밴스 부통령을 통해 "유럽에 이념 전쟁을 선포했다"고 진단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밴스 부통령이 "친절한 모닝콜"을 해주러 독일에 온 것이 아니라 "방화범"으로 왔다고 맹비난한 논평가 다니엘 브뢰슬러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는 "유럽의 질서를 바꾸려는 목표에 훨씬 가까워진 푸틴의 공격에 유럽이 직면하고 있는데, 더 이상 공동의 이익은 물론 공동의 가치조차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에 의해서도 공격받고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임에도 종전 협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우크라이나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 격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현지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사설을 통해 "미 행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잔혹한 전쟁에서 러시아에 승리를 안겨줄 준비가 됐다. 이것이 우리가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이라면서 미국 당국자들의 말과 행동이 러시아에 대한 '회유'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종전 결정은 유럽이 해야 한다면서 "유럽 지도자들이 기회주의자가 아닌 진짜 지도자라면 상황의 시급성을 인정하고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끝내 미국이 빠지고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유럽은 러시아와 일대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뮌헨안보회의에서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언행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이 러시아와 연합해 유럽을 괴롭히거나 유럽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가 푸틴에게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어떤 목표보다도 훨씬 더 중대한,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는 분석가들의 관측을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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