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가스 개발서 구매까지 참여 논의…한국 정부도 신중 검토
▶ 미 통상 압박 완화 지렛대…철강·조선 산업 특수 효과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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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쇄빙 LNG선 [대우조선해양 제공]
화석연료 산업 진흥을 핵심 경제 정책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별한 챙기는 알래스카 석유·가스 개발 사업에 일본이 발 빨리 적극적인 참여 의향을 밝히며 통상 압력 완화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를 통한 미국발 통상 압력 완화를 기대하는 한국 정부도 알래스카 가스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미일 정상은 지난 7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확대하기로 했다며 양국 기업이 알래스카 석유·천연가스 가스 합작 사업 논의에 나섰다고 밝혔다.
일본이 참여 타진에 나선 프로젝트는 오랜 기간 진척 없이 동력을 잃었다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다시 개발 드라이브가 걸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다.
주 정부가 주도하는 이 사업은 북극해 연안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에서 난 천연가스를 송유관을 거쳐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날라 액화한 뒤 수요지로 나르는 프로젝트다.
알래스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약 1천300㎞ 길이 가스관을 건설하고 액화 터미널 등 인프라를 건설해야 한다. 초기 추산으로만 약 450억달러(약 64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엑손모빌 등 오일 메이저가 참여한 가운데 사업이 시작됐지만 북극해 인근이라는 지역 특성에 따른 개발의 어려움과 사업성 문제로 민간 기업들이 빠져나가 계획단계에서 더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국제 가스 시장의 '큰손'인 일본의 사업 참여 타진은 침체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도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 기업의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투자 계획 등 미국산 LNG 수출 확대를 대대적인 성과로 홍보했다.
세계 2위 LNG 수입국인 일본으로서도 상업적 조건만 맞는다면 알래스카 가스 수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주요 무역 적자국들을 향한 '관세 전쟁'을 예고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 각국은 앞다퉈 미국산 LNG 등 에너지 수입 확대를 천명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가장 낮은 국가다.
그러나 이는 자국내 소비에 국한된 얘기다. 셰일가스 위주인 미국산 천연가스는 지역 내 소비자가 많고, 액화 터미널과 장거리 이송 가스관 등 인프라 시설은 부족해 현실적으로 미국산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추가 구매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사업성 논란에도 개발 단계부터 투자해 '입도선매' 방식으로 장기 구매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위한 현실적 해법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 정부도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를 통한 통상 압력 완화를 기본 대미 통상 대응 정책의 주요 축으로 본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트럼프 신정부 출범 직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가격 측면에서 중동 에너지 자원보다 (미국산이) 훨씬 더 유리해 공사나 민간에서 충분히 (수입을) 확대할 여지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신정부는 모든 나라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긴 데 이어 4월 이후 주요 무역수지 적자국에 '맞춤형'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과제'인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이 향후 대한국 통상 압력을 완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형성된다.
한국 천연가스 수입에서 미국 비중은 2016년 0.1%에서 2021년 18.5%까지 급상승했다. 다만 2022년부터는 미국 비중이 고점 대비 다소 하락해 작년 12.2%까지 내려와 미국산 비중 확대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에너지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한국은 주된 중동산 도입 물량 일부를 미국산으로 돌리는 선에서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도모할 수 있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LNG 수입국이다.
안보 우려가 커진 중동산 의존도를 낮춰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민간·공공 차원에서 알래스카 석유·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액화 터미널, 송유관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때 철강·건설 등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참여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북극해라는 사업지 특성상 한국이 세계적 기술을 보유한 쇄빙 LNG선 투입 가능성도 높아 사업이 가시화한다면 한국 기업들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이 이뤄지려면 수요처가 있어야 하는데 일본만으로는 한참 부족해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참여도 꼭 필요하다고 볼 것"이라며 "북극해 가스전 개발에 필요한 쇄빙선 건조 능력에서부터 대량의 철강재가 필요한 송유관 건설까지 한국이 더 직접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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