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매체들 일제히 분석… “실현 안돼도 중동 뒤흔들기엔 충분”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이곳을 장악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에는 또 다른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이스라엘 언론이 분석했다.
국제사회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주민 이주' 제안 자체가 실제 목표라기보다는, 이같은 충격 요법을 통해 보다 근본적인 중동 평화 해법에 도달하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속내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들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가자지구 구상'의 의미와 여파를 다룬 해설 보도를 쏟아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트럼프가 가자지구의 뱀들을 놀라게 하려고 중동에서 풀을 때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가 순전히 발언한 것과 목표는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옛 중국의 병법서 삼십육계에 나오는 36가지 계책 중 타초경사(打草驚蛇)를 인용한 것이다. '풀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말인데, 미끼를 던지거나 도발함으로써 상대를 움직여 원하는 행동을 유도한다는 의미다.
예루살렘포스트는 "트럼프는 중동에서 '풀을 건드리는' 제안을 내놨다"이라며 "그의 급진적인 정책을 본 역내 일부 국가들이 가자지구 사안에 더 솔직하게 접근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지난 약 20년간 국제사회의 관여가 줄어든 사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 통치권을 장악하며 분쟁이 악화했는데, 이런 국면을 뒤집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의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루살렘포스트는 "가자지구 사람들이 이주해가면 하마스는 더는 그들을 인간방패로 쓸 수도, 인도적 지원을 착취할 수도 없게 되며, 유엔의 여러 일자리도 위험에 빠지고 비정부기구도 자극받을 것"이라며 "가자지구의 폐허로 이득을 얻던 모든 국가와 조직들이 문제 해결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트럼프의 가자 계획은 실현되지 않더라도 역내를 확실히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15개월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견딘 가자 주민 대다수는 망명 생활을 원치 않으며, 트럼프는 200만명 가까운 인구를 가자에서 몰아내기 위해 미군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주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히는 이집트, 요르단 등도 난민 유입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 구상에 동참할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 계획은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디어를 띄운 것만으로도 위험과 기회가 함께 찾아온다"고 짚었다.
일단 이스라엘 내부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제안을 실행에 옮기자는 극우파 압박이 높아지며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고,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 구상에 대응해 인질 석방을 중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네타냐후 총리가 합리적으로 비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내다봤다. 현 이스라엘 내각이 요구하는 하마스 지도자의 추방, 하마스 대원 무장해제, 국제 연합 구성을 통한 가자지구 감독 등 방안이 중동 주변국에 대해 설득력을 더하면 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레츠는 "트럼프는 미국이 가자를 장악한다는 비실용적이고, 이해할 수 없고, 불법적인 계획으로 네타냐후를 함정에 빠뜨리고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주의를 산만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몇 주 뒤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고 짚었다.
하레츠는 "트럼프의 백악관 쇼에서 네타냐후는 소품이었을 뿐"이라며 "인질을 버리고 목표 없는 전쟁을 재개해 정부를 살리거나, 합의대로 휴전 2단계로 넘어간 뒤 연립정부를 잃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갈림길에 섰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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