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일 목사 / 버클리신학대학원 교수, 버클리 새교회 담임
설교자의 핵심역할은 해석에 있다. 성서본문을 해석하고 동시에 삶의 현장을 분석하여 오늘 이 시대 청중들 개인은 물론 사회의 나아갈길을 제시한다. 분야는 다르지만, 법조인들도 하는일은 비슷 할것이다. 관련된 법규정 본문을 해석하고 주어진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여 법의 적용을 결정하리라. 두 경우 모두 해석자의 전문지식과 함께 그가 속한 전통의 축적된 경험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큰 요소는 해석자의 소신이다. 이 소신은 철학자 가 다머의 말을 빌리면 해석자의 이해 혹은 편견인데, 꼭 편견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첫째, 우리는 누구나 편견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둘째,편견은 본문 혹은 타자와의 대화를 통한 수정/비판을 거쳐 발전된 이해로 향해 가는 발판이 될수있기 때문이다. 필요 한것은 이러한 대화에의 참여 의지이다. 설교자의 경우 자신의 경험이나 진보 혹은 보수적 신학이 해석과 정의 편견이라면, 성서 본문과의 대화를 통해 ,특별히 죄를 용서하고 인종 문화 이념의 벽을 초월해 인류를 하나케하시려 자신을 드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빛에서 편견을 수정하고 보다 포용적인 멧시지를 찾을수 있다. 또 법을 다루는 분들및 정치인들에게 진영의 논리가 편견이라면, 법규정 혹은 정치적 대척점에있는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넘어 진리와 정의를 위한 길을 찾을수 있다.
미국도 그렇지만 지금 한국의 불안한 정치적 상황은 양극화된 이념대결의 최악의 예로 보여진다. 문제는 이 상황에 중재자로 나서는 사람도없고, 설사 나서려고 해도, 참 대화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얼마전 점잖으신 은퇴교수 지인이 한국의 현실을 염려하며 올린 글에,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쌍욕 댓글 도배를 했다고 격한 감정을 토로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품위는 고사하고 상식선의 대화가 쉽지 않은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런상황에 오늘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치유와 화합의 매개자 역할을 하는가, 아니면 오늘 문제의 일부가 되어 있는가?
분열된 사회에서 대화를 통한 화합과 치유는쉽지 않다. 그렇다고 불가능 한 것만도 아니다. 첫 걸음은 큰 그림을 보며 서로가 가슴으로 만나는 것이다. 며칠전 세상을 떠난 지미 카터 전대통령의 정치적 공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리라 본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정파를 넘어 카터의 인간미와 화해의 삶에 칭송한다. 소년 카터가 자란 조지아 남부인구 200의 농촌 아쳐리마을엔 그의 가족을 빼고 모두가 흑인들이었다. 어릴때부터 흑인 친구들을 가슴으로 만난 카터는 40년대초, 백인중심의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할때,소수의 흑인생도들이 겪을 어려움을 생각해, 학교측에 자신의 룸메이트를 흑인으로 해 달라고 특별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번에 플리인즈 카터센터와 그가 주일학교 교사로 섬긴 교회의 장례식 순서를 맡으신 분들 대부분이 흑인들인것을 보면서, 나는 그분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상상 할 수 있었다. 또캐피털에서 이뤄진 국장에서 첫번째 조사를 낭독 한분은 다름아닌 카터가 대통령 선거에서 물리친 공화당 포드대통령의 아들이었다. 정치적으로 서로 반대편에 있는 사이었지만, 7년전 카터는 93세의 노구를 이끌고 포드의 90회 생일잔치에 참석하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장례식에서 조사를 해 줄것을 미리 부탁하였고, 이번 카터의 장례식에는 포드의 아들이 선친이 미리 써놓은 조사를 읽은 것이다. 감동은 거기서 끝나지않는다. 대립과 갈등속의 중동사태 해결을 위해, 1976년 캠프데이빗에서 카터가 이집트 사다트대통령과 이스라엘 베긴수상을 중재하는 과정에 대화가 풀리질 않자, 13일동안 밤낮으로 자전거를 타고 양쪽 숙소를 오가며 설득, 결국 평화협정을 이뤄냈다. 그때 카터가 던진 말이 “당신들 손주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계속 이렇게 지금처럼 싸우며 사는것을 생각해 보았냐”는 질문이었다고 한다.지도자이기 전에 사람됨을 생각하자는 말로 들렸다.
설교자들의 관심은 진보 보수를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삶에서 보여진 치유와 화해의 노력을 구현함에 있어야 한다.또 지도자들에게 지금 절실 한것은 자신들 정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들과 후손들의 장래를 생각해, 상대를 가슴으로 만나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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