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연 생산업체들이 중국 흑연 수출업체들에 92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달라고 미국 규제당국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업체들이 자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받아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을 저가에 생산, 수출하는 탓에 이들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는 게 미국 업체들의 주장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단독 입수한 자료를 인용, 미국 흑연 생산업체들을 대표하는 활성양극재생산자협회가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 등 규제당국 2곳에 중국 업체들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18일 보도했다.

미국 업체들은 중국산 흑연에 최대 920%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흑연 수입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25%다.

이 같은 고율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으로 예상되는 관세 전쟁이 미·중 간 흑연 산업에서 시작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단을 공언해온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흑연에 대한 관세까지 올리면 미국 내 전기차 생산원가 인상도 불가피해진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에서 부피 기준으로 가장 큰 구성 요소다.

천연 흑연을 채굴할 수도 있고 가공해서 만들 수도 있는데 두 가지 모두 중국이 최대 생산국이다.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의 샘 아부엘사미드 애널리스트는 흑연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 비용의 약 10%를 차지한다면서 흑연 가격이 900% 상승하면 다른 공급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 때까지 전체 배터리 제조 비용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금도 미국의 배터리 생산 비용은 중국보다 최소 20% 더 많다.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테슬라도 중국산 흑연이 들어간 배터리를 사용하며,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는 중국산 흑연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로비를 벌여 성공한 바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천연 흑연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중국에 대한 흑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흑연 채굴과 합성 흑연 생산에 더 많은 투자를 추진 중이다.

미국 흑연업계는 그러나 중국산 흑연에 대한 추가 조치가 없으면 이런 노력은 무위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청원서를 제출한 활성양극재생산자협회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로비스트 에릭 올슨은 "미국 흑연업계가 중국의 악의적인 무역 관행으로 인해 질식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에서 흑연산업이 존재하고,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 중국의 진입을 막지 않고는 이 산업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한 결정은 내년 초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고 관련 상황에 대한 조사가 끝난 이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