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두 딸과 함께 가족 여행으로 주일 예배를 한번 비우고 한국을 다녀왔다. 딸들이 어렸을때는 목회하느라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가족 여행을 가지 못했는데 이제 성년이 된 두 딸들의 주장에 못이겨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함께 가족 여행에 따라나섰다. 이번 가족 여행을 통한 소중한 경험들과 더불어 느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먼저 감사한것은 가족 여행에 드는 모든 비용은 두 딸이 자발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물론 아버지로서의 체면(?)이 있기에 내가 부담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안된다고 하기에 지난 번에 이어서 이번에도 은근슬쩍 양보했다. 전혀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딸들이 이제 어느덧 성년이 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모은 돈으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한 가족 여행이라는 사실에 매우 대견스러운 마음과 더불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나로서는 자녀들에게 재정적인 혜택(?)을 받아서 감사한 것보다 관계가 회복된 것에 대한 감사가 더욱 크다. 목회하느라 자녀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해서 두 딸에게 큰 상처가 되었고 한 동안은 관계가 무척 어려웠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두 딸의 태도(?)가 바뀌고 이제 나에게 무척 잘한다. 아마도 이제 나이가 제법 들어보이는 아버지가 애처로워 보이든지 아니면 목사인 아버지의 목회에 대한 이해심이 조금 더 깊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두 딸들에 또 다른 감사는 둘 다 이 곳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신기하게도 한국을 무척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사랑하는지 바로 한국 여행만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문화, 음식, 사람등등 모든 것을 좋아해서 너무나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즐겨한다. 그 덕택에 나도 한국을 방문할 수 있어서 감사한 것이고, 조국인 한국에서 잠시나마 함께 온 가족이 시간을 보낸것이 무척 소중하게 여겨진다.
이번 한국 방문에 가족들의 빗발치는 성화에 못이겨 처음으로 건강 진단을 받아 보게 되었다. 이제까지 건강진단이 필요없다 하며 완강하게 받지 않겠다고 버티어 왔는데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인지 쓸데없는 자존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받은 건강 진단에서 매우 놀란것은 신속함이었다. 반나절만에 전체 건강진단이 끝이난 것이다. 특별히 마지막 부분에서 의사가 직접 바로 진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한국의 의학 기술이 세계 최고인 것이며 또한 한국 사람들의 특징인 신속함과 민첩함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딸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을 칭찬하는 것은 어느 곳을 가든지 Customer service 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식당을 가든 병원을 가든 심지어는 머리를 깍으러 미용실을 가든 너무나 사람들이 상냥하고 잘대해 준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이처럼 조국인 한국에 대한 좋은점들이 많은 것에 대한 감사에 젖어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에 자고 있어났는데 큰 딸이 큰일 났다는 것이다. 간 밤에 “Martial Law” 가 있었고 지금 한국이 난리가 난 것이 아니냐며 미국에 있는 친구들이 걱정이 되어서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Martial Law” 라는 단어가 생소해서 구글을 검색해 보니 바로 계엄령이었던 것이다. 무척 놀란 가슴을 쓰다듬으며 뉴스를 보았는데 더욱 혼란 스러운 내용일 뿐 정황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런 가운데 딸이, “아빠, 이제 한국 어떻하면 좋죠? 외국 친구들 보기에 너무나 창피해요..”라는 말이 나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한국을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딸이 한 말이기에 부모로서 더욱 마음이 저려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의 마음가운데 한국을 향한 기도가 저절로 흘러 나왔다. “주님! 조국인 한국을 불쌍히 여기시고 속히 회복시켜 주소서!”…
어찌했든 이번 가족 여행은 나로서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고 감사한 시간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성경 구절인 갈라디아서 6장 10절, “그러므로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지니라”라는 말씀가운데 나와있는 “믿음의 가정들”가운데에 나의 가정도 포함되어 있음을 실감하게 된 소중한 여행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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