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관람중인 약 20,000여명의 관객들(핸드폰 촬영).
불멸의 사랑을 경험하고 싶은가? 이탈리아 베로나로 떠나면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뜨거운 사랑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객들이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베로나 최고의 명소는 줄리엣의 집이다. 내부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의상이 전시돼 있고 줄리엣의 침실도 있다. 침실을 나오면 그녀가 로미오를 기다리던 줄리엣의 발코니가 나온다. 로미오가 벽을 타고 올라 가 줄리엣을 만난 곳이다.
발코니에서는 연인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입맞춤한다. 그리고는 정원에 있는 줄리엣 동상으로 내려 가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영원한 사랑을 기대하는 간절히 믿음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줄리엣이 죽었다는 기별을 받은 로미오의 심장은 무너졌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 무슨 희망을 갖고 살겠는가.납골당으로 달려 간 그는 줄리엣이 정말 죽은 줄 알고 음독 자살한다.
이때 비약의 가사 상태에서 깨어난 줄리엣도 로미오의 시신을 보고 망연자실한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녀는 이내 로미오의 단검을 꺼내 자신의 가슴에 꽂았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하지만 지금도 불멸의 사랑은 어디선가 계속되고 있다. 위대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베로나의 중심 에르베 광장은 늘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18세기 괴테도 이곳을 방문하고 ‘장이 서는 날 에르베 광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찼다’고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기록했다. 에르베는 마늘, 양파, 고추, 후춧가루 등 허브를 포함한 농산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현재는 농산물 외에도 방 부스, 기념품 부스, 각종 먹거리 부스로 가득하다.
에르베 광장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은 높이 84m의 람베르티 탑이다. 1172년 부터 짓기 시작하여 1464년에 완공됐다. 탑 위에 오르면 광장과 시내를 바라볼 수 있다. 탑을 나오면 시뇨리 광장이 나온다. 광장 중앙에는 단테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단테는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시인이다. 그는 피렌체에서 추방된 뒤 베로나 영주(칸그란데)의 후원으로 몇 년 간 베로나에 머문 적이 있다. 그는 이곳에서 신곡 중 천국의 일부를 집필했다.
베로나 시에서는 1865년 단테의 동상을 세웠다. 광장 옆 산타 마리아 안티카 교회 입구에는 당시 단테를 도운 칸그란데의 무덤도 있다. 광장에서 나와 피에트라 다리를 건너 언덕 위에 오르면 시내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산 피에트로 성이 등장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베로나 시내의 풍경은 장관이다. 저녁에는 수많은 젊은이들로 가득 찬다.
1세기에 베로나 시민들은 모두 로마 시민권을 획득했다. 그리고 지어진 건축물이 로마 극장, 가비 개선문, 보사리 문 그리고 아레나였다. 모두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보다 더 오래 전에 세운 것은 기원전 100년에 지은 피에트라 다리다. 아레나는 로마시대 때 목숨을 건 검투 경기가 펼쳐지기도 했다. 중세시대 때는 카타리파 사람들을 화형시키는 화형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1913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오페라 ‘아이다’가 공연됐다. 당시 첫 공연 지휘는 툴리오 세라핀이 맡았다. 관객 중에는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와 피에트로 마스카니도 있었다. 아이다가 첫 무대를 장식한 후 아레나에서는 매년 여름(6월 말-9월 초) 오페라 축제가 펼쳐진다. 이곳 무대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가수로는 베냐미노 질리와 마리아 칼라스가 있다.
2024년 아레나에서의 마지막 아이다 공연에서 우리는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가격은 좌석 배치에 따라 32유로에서 300유로까지 다양했다. 그 중 가장 저렴한 일반 티켓(32유로)을 시니어 가격(24유로)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는 보통 65세 이상을 시니어로 인정한다.
아이다는 이집트로 잡혀 와 노예가 된 에티오피아 공주로 이집크의 라다메스 장군과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라다메스는 아이다 부녀의 탈출을 돕고 조국을 배신했다. 그리고 발각되어 생매장 처벌을 받게 됐다. 이때 그는 지하로 숨어 들어온 아이다를 발견한다.
도주한 줄 알았던 아이다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는 지상에서의 마지막 작별을 고한다. 이때 아레나로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라다메스와 아이다의 눈물인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눈물인가? 나는 아내의 손을 꽉 잡고 천천히 아레나를 빠져나왔다.
곽노은
여행 칼럼니스트로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에 거주하고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도서관, 중앙시니어센터, 상록대학 초청강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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