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협, 전임 통상본부장 초청 좌담회…여한구 “中 의존도 낮추고 美에 기회 열려”
▶ 유명희 “한미FTA로 보편관세 면제? 방심할 수 없다”
한경협, 역대 통상교섭본부장 초청 좌담회 (서울=연합뉴스)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미국 신 정부 출범, 한국 경제 준비되었는가 - 역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묻는다’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미국 의회를 공화당 다수로 점하고 더욱 강력해져 돌아온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세계 경제에 대격변과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임 통상교섭본부장들이 모여 미국 대선 이후 한미 통상관계의 지형 변화와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11일(한국시간 기준) 한국경제인협회 초청으로 열린 좌담회에는 역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종훈 전 국회의원(2007∼2011 통상본부장),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2011∼2013 통상본부장),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2019∼2021 통상본부장) 등이 참석해 머리를 맞댔다.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2021∼2022 통상본부장)은 영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도 미국이 보편관세, 상호무역관세 등 조치로 한국에도 품목별로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이 대미(對美) 무역에서 최근 큰 흑자를 내는 자동차 분야의 관세가 화두였다.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려는 미국 측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자동차 분야를 대표적인 본보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다음은 각 연사들의 발표 내용 요약.
◇ 여한구 "트럼프 1기, '자동차 관세' 못한 것 후회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자동차에도 '국가안보' 우려를 걸어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려고 했었지만 코로나19로 흐지부지됐다. 현재 한미 간 자동차 관세는 거의 제로이며, 미국의 자동차 관세율은 2.5%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미국의 자동차 관세율이 너무 낮다는 인식이 있다. 우려되는 부분은 트럼프 2기에서 관세를 높이려는 조처를 하지 않을까 싶다. 트럼프 1기 때 자동차 관련 232조를 담당했던 인사들을 나중에 만나 얘기 들어보니, '그때 (관세부과를) 했어야 했는데 못한 것을 정말 후회한다'는 얘기를 한다. 상호무역관세는 의회를 거쳐야 하지만 이 또한 의회를 쉽게 통과할 가능성도 있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10% 선에서 보편관세가 추진된다고 가정할 때, 한국이 예외를 받을 수 있는 구체적 논리와 협상 준비를 해야 한다. 트럼프 1기 때 철강이 232조에서 예외를 받았던 사례를 복기해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중국에 대한 60% 관세는 시행될 것으로 본다. 2017년 트럼프가 단행한 큰 폭의 세제감면이 2025년 말 일몰로 만료가 되는데, 분명히 연장될 것이다. 이를 연장하려면 새로운 세수 확보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가급적 넓고 크게 하려는 식이다.
한미FTA가 미국이 체결한 마지막 FTA가 됐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중국과 상호보완성을 가지고 한국 기업들이 엄청난 성장을 했지만 이제는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에서 기회가 열리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제조업 부흥을 노리는 미국의 파트너로 한국 기업에 기회가 있다고 본다.
◇ 유명희 "한미FTA로 보편관세 면제? 방심할 수 없다"
8년 전 트럼프 정부와 지난 4년간 바이든 정부를 거치며 미국의 통상정책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미국 노동자 중심의 통상 정책'이라는 점은 트럼프·바이든 공통 정책이다. 따라서 트럼프 2기에는 훨씬 더 속도감 있고 강력하게 보편관세 조치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항상 면제받는 국가, 면제받는 품목이 나온다. 한국엔 기회이자 도전이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이 '한미FTA와 WTO 규정 위반이다'라고 하는 것으론 미국을 설득할 수 없다. 한미FTA가 있어서 보편관세에서 면제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이하며, 이것만 가지고 방심할 수 없다. 우리가 대미 최대 투자국이고 일자리 창출국이라는 것도 중요한 논리지만 이것에만 안주할 수 없다.
미국이 중시하는 것은 무역수지 적자를 어떻게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소하느냐다. 트럼프 1기 협상 후일담으로 '한국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가르치려는 태도였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였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면서도 한국이 원하는 것을 반영할 수 있는 것을 포함해 패키지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 박태호 "美 관세 올리면 경제 망쳐…정책 유예기간 대응 잘해야"
이론적으로 보편관세는 WTO 회원국이나 한미FTA상의 약속을 어긴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에게는 막강한 정치력과 정책 추진력이 있다는 게 주의해야 할 점이다. 경제 이론상 보편관세 10% 인상, 중국 상품에 60% 관세를 매기면 미국 경제는 살아남지 못하고 첨단기술 분야 빼고는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 법인세·소득세 감면으로 부족한 세수를 관세로 메꾸는 것은 개도국이 하는 일인데 미국이 이렇게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과거 미국의 정책 추진 방식을 보면 복잡하게 정책을 설계해놓고 유예 조치를 한다. 미국이 중국과 2020년 말에 빅딜을 한 결과 중국에 대해서는 60%의 관세를 매길 것이지만 그 외 국가들에 대해서는 많은 예외 조치를 할 것이다. 우리가 잘 대응해야 한다.
IRA, 반도체법의 보조금 등 혜택이 줄어들까 봐 우려되더라고 위축될 필요 없다. 오히려 대미 투자를 더 늘리는 등 기업 차원에서 과감한 활동을 하면 돌파구가 나올 수 있다.
◇ 김종훈 "미국에 덜 팔지 말고 더 사 오는 방법을 발굴해야 윈윈"
대미(對美) 흑자에서 자동차가 가장 큰 부분인 것은 사실이다. 미국이 대표적으로 표적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때 우리의 대응은 '덜 팔게' 보다는 '미국이 경쟁력 있는 게 뭔데? 그걸 더 사보자'하는 쪽의 전략을 취해야 한다. 미국의 에너지 기술 경쟁력과 로켓 발사 기술, 민간 항공기 제조 기술 등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발굴하면 '윈윈'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과 관련한 보조금 제도는 미국 기업에 우선적으로 보조금 혜택이 가는 쪽으로 내용이 조정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보조금 자체가 확대되기보다는 축소될 수 있다. 한국 업체들은 전기차 내 배터리 외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사업 재편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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