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유재석 /사진=스타뉴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방영 시절부터 존재한 '유재석 위기론'이 또 등장했다. '유느님', '국민 MC' 타이틀을 단 유재석이 최근 프로그램 시청률 1%, 2%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유재석은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통하지 않은, 구시대 인물이 된 걸까. 그런데 이 질문에 답하기 전, 반드시 알아봐야 할 점이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 홍수 속 시청률이 가진 의미다.
요즘 드라마, 예능 등 장르를 막론하고 TV 콘텐츠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는 분위기다. 최근 가장 화제성 있는 예능인 tvN '삼시세끼 Light'는 방영 초반 11.4%를 기록했으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7%로 소폭 하락했다. 이 외에 SBS '골 때리는 그녀들 - 세계관의 확장'은 5.2%, MBC '라디오스타'는 4%,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은 4.8%, JTBC '아는 형님'은 2.1% 등이다. 늘 떠들썩한 SBS 플러스·ENA '나는 솔로'도 단순 시청률만 따지면 고작 1.9%에 머물렀다.
과거 큰 명성을 갖던 예능이 모두 저조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낮은 시청률의 원인을 MC로 지목했다. 이전과 프로그램의 구성이 다르지 않으니 발전하지 못한 MC를 탓하는 거다. 하지만 이는 겉핥기식 문제 파악에 불과하다. 현재 대중에게 '전문 MC'라고 평가받는 유재석이 진행하는 MBC '놀면 뭐하니?'는 4.5%,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5%, KBS 2TV '싱크로유 1.4%, SBS '틈만나면,' 2.8%, SBS '런닝맨'은 3.5%를 기록했다. 이어 전현무 출연작 MBC '나 혼자 산다'는 6%, MBN '전현무계획2'는 1.3% 등이다.
이러한 성적표는 유독 예능에서만 두드러지는 건 아니다. 미니시리즈 기준, JTBC '조립식 가족' 는 3.4%, ENA '나의 해리에게'는 3.3%, tvN '좋거나 나쁜 동재'는 2.7%,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5.3%, JTBC '정숙한 세일즈'는 4.8%, 채널A '새벽 2시의 신데렐라'는 0.5%다. 그나마 최근 종영한 SBS '지옥에서 온 판사'(11.9%)와 현재 방영 중인 tvN '정년이'(10.1%) 등 두 작품만이 간신히 10%의 문턱을 넘겼다. (이하 10월 5주차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 "TV는 옛말?" 대세된 OTT·유튜브
애드워드 리, 트리플 스타, 정지선, 요리하는 돌아이, 장호준, 이모카세 1호, 최현석, 나폴리 맛피아 /사진=스타뉴스
소수 작품을 제외하고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호재가 탄생했다. 바로 OTT 콘텐츠인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다.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이다. 이는 넷플릭스 '톱10'에서 비영어TV 부문 1위를 차지했으며 국내를 포함해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18개국에서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또한 넷플릭스 코리아 예능 최초 3주 연속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면서 '흑백요리사' 열풍이 불었다.
유튜브도 만만치 않았다. 유튜브엔 비교적 심의 기준이 낮고 접근성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창작자들은 이 점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냈고, 연예인들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특히 늘 청순가련한 이미지였던 배우 한가인은 유튜브로서 다시 탄생했다. 매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그의 채널 '자유부인 한가인'은 업로드된 6개 영상 중 단 하나만 제외하고 모두 100만 조회수를 훌쩍 넘겼다. 방송국 출신 코미디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빵송국', '숏박스', '쉬케치' 등은 여전히 재미있는 소스를 남겨 팬들을 열광시켰고, 유재석의 '핑계고', 장도연의 '살롱드립', 나영석 PD의 '채널 십오야' 등은 매회 화제되고 있다.
배우 한가인 /사진=유튜브 채널 ‘자유부인 한가인’
TV 매체와 다른 상황이 지난 몇 년간 이뤄지다 보니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시청률이 아닌 화제성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전문기업이 생겨나 온라인 검색량, 프로그램 및 출연자 경쟁력 등을 산출해 화제성을 조사했다. 그러면 시청자들은 어떤 출연자, 프로그램이 1위를 기록하는지 찾아보기 시작했고, 방송 측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됐다. 과거 성공의 지표로 사용된 시청률의 의미가 점차 사라졌다.
◆ 달라진 미디어 환경..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소비자 흐름을 보면 확실히 미디어 환경이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이 상황을 인지한 TV 매체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이다. 현재 그들이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판권이다. 해외에서 마땅히 국내 작품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시청자들은 OTT 플랫폼을 접하고 편하게 시청했다. 이에 방송사도 프로그램 시청 타깃층을 이전보다 더 넓힐 수 있게 됐다. 또한 OTT 플랫폼에 판권을 팔아 수익을 올리고, 후속 프로그램을 제작해 고유 IP를 굳건히 했다.
실제 이 과정을 밟은 콘텐츠는 여럿이다. 올해만 해도 드라마 tvN '눈물의 여왕'·'선재 업고 튀어' 등과 예능 MBC '송스틸러', KBS 2TV '싱크로유', 엠넷 '커플팰리스', 티빙 '환승연애' 등이 판권 판매에 성공했다. 판권 판매는 K-콘텐츠 산업의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과 같다. 여기서 얻은 이익으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니, 제작 환경에도 긍정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유명 드라마를 다수 제작한 제작사 관계자 A씨는 "시청률 1~2% 나오는 드라마도 해외 시청자를 잡으면 수익 분기점을 넘긴다. 특히 판권을 파는 게 가장 좋은 일"이라며 "과거 시청률이 중요한 이유는 국내 시청자를 대상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이젠 해외를 대상으로 만드는 프로그램도 만들어지면서 시청률은 숫자에 불과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선재 없고 튀어'는 낮은 시청률에도 화제성이 높아 성공한 드라마로 평가받는다. '선재 업고 튀어'를 연출한 윤종호 PD는 인터뷰를 통해 "화제성이 좋다고 하고 티빙에서도 기존 목표치보다 300% 가까이 오르는 데이터를 받았다고 하더라"며 "새로운 선례를 만든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배우 김혜윤, 변우석/사진제공=CJENM 2024.04.03 /사진=스타뉴스
이쯤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유재석은 정말 시청률 때문에 '위기'를 맞이했나. 답은 '아니'다. 이미 그가 출연하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해외에서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췄고, 실제로 판매됐다. 시청률 이상의 가치를 해내고 있으니 유재석이 '늪에 빠졌다'라거나 '실패했다'라고 볼 수 없다.
혹자는 여전히 시청률을 '성공의 지표'라고 볼 것이고, 수십년간 조사해온 수치인 만큼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시대는 변했다. 미디어 환경이 달라졌으니 모두가 시각을 달리하고 발맞춰 나아가야 할 때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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