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사, 년간 수조원 규모 협력
▶ 양사 AI 5개년 파트너십
▶GPT·애저 고객사 공략
▶통신업 의존서 탈피
▶전담법인 세워 기술 결집
KT가 인공지능(AI) 전문 자회사를 신설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수조 원 규모의 협력을 추진한다. 오픈AI의 최대주주이자 세계 3대 클라우드 기업인 MS와 연구개발(R&D), 인재 양성 등에 전방위적으로 협력해 기존 통신 사업에서 벗어나 AI·클라우드 분야의 신사업을 발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KT는 27일 김영섭 KT 대표와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이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MS 본사에서 만나 5개년에 걸쳐 수조 원 규모의 사업 협력을 진행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KT는 우선 양 사 협력의 거점 역할을 할 AX(AI 전환) 전문법인을 신설하고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AI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신설 법인은 KT그룹의 정보기술(IT) 역량과 MS의 AI·클라우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용 AI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강력한 빅테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AICT 컴퍼니’로 빠르게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나델라 CEO도 “민간과 공공 산업 분야 전반의 AI 전환을 가속화하고 더 많은 고객들이 새로운 AI 기반 경험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KT는 자체 AI 모델 ‘믿음’을 통해서 이미 AI 사업을 벌여왔지만 국내를 넘어 해외 고객사 유치를 위해서는 MS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MS는 ‘챗GPT’의 개발사 오픈AI의 최대주주이자 ‘코파일럿(Copilot)’ 등 자체 기술도 가진 생성형 AI 분야 선두 주자다.
특히 MS의 클라우드 ‘애저’는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클라우드와 함께 세계 3대 클라우드로 꼽힌다. KT뿐 아니라 삼성SDS 등 국내 경쟁사들도 MS와 손잡고 해외 진출을 타진 중인 상황이다. MS는 신설 법인에 3년간 전문인력을 지원하고 현장에서 실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하기로 했다.
양 사는 글로벌 진출에 앞서 한국형 AI 모델과 클라우드를 통해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 국내 고객사부터 안정적으로 확보한 후 해외에서도 AI·클라우드 기업으로 각인시킨다는 것이다. 한국은 업무용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해야 하는 망 분리 규제로 인해 공공·금융기관의 AI·클라우드 도입이 더딘 상황이다. 국내 규제를 준수하고 산업과 문화에 최적화한 이른바 ‘소버린(자립형) AI·클라우드’를 먼저 내놓는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마침 한국 정부도 망 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KT는 특히 수요가 급증하는 생성형 AI 에이전트(비서) 시장을 노린다.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와 음성 데이터까지 처리 가능한 오픈AI의 최신 멀티모달(다중모델) ‘GPT-4o’와 MS의 소규모언어모델(SLM) ‘파이(Phi)’ 등에 자사가 보유한 한국 산업·문화 데이터를 입히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용 AI 비서 서비스를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MS의 ‘코파일럿 스튜디오’와 ‘애저 AI 스튜디오’ 등 AI 개발 플랫폼도 활용한다.
KT는 그 밖에 광화문 사옥에 MS·스타트업과의 공동 R&D 거점인 ‘이노베이션센터’를 세우고 MS의 R&D 조직인 리서치센터(MSR)와도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KT 스스로도 개발자를 포함한 임직원들에게 애저·코파일럿 등 MS의 솔루션을 도입해 AI 전환을 가속화한다. 양 사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5년간 기술·컨설팅·마케팅 등 전 직원의 AI 리터러시(이해도)도 강화한다. 양 사는 이 같은 협력 추진을 위해 5년간 수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수립 중이다. KT 관계자는 “투자 규모와 추진 시점 등 구체적인 계획을 조만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KT가 MS와의 협력을 결정한 것은 기존 주력 사업의 기반인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 유입이 줄고 전체 인구마저 감소하면서 글로벌에서 통할 신사업 발굴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KT의 올해 2분기 매출은 6조 546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4.3% 감소했다. 자체 AI 모델 ‘믿음’이 있지만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이 버거운 상황이다.
KT와 경쟁하는 국내 통신사들도 자체 기술 개발과 글로벌 협력을 통해 AI 전환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은 자체 AI 모델 ‘에이닷’을 개발한 데 이어 도이치텔레콤·소프트뱅크·싱텔·이앤 등 전 세계 주요 통신사들과 연내 AI 합작법인을 세우고 13억 명의 가입자 데이터와 수요를 활용한 ‘텔코(통신)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의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와 1,000만 달러(약 130억 원) 상호 투자 및 기술 도입 등 협력을 맺고 KT처럼 AI 비서 시장을 공략 중이다.
LG유플러스는 LG AI연구원의 ‘엑사원’ 기반 생성형 AI 모델 ‘익시젠’을 최근 공개하고 역시 고객사와 이용자 확보에 나섰다. 메타와는 인스타그램용 AI 챗봇과 릴스(숏폼 콘텐츠) 제작 서비스도 상용화했고 AI 기반 통화 녹음이 가능한 비서 서비스 ‘익시오’를 다음 달 출시한다. AWS와도 AI·클라우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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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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