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당 정강서 ‘北비핵화’ 빠져… “한국 곁 지킬 것” vs “힘을 통한 평화”
▶ 해리스, 대북억지 위한 동맹 강화…트럼프, 정상외교로 北 위협 관리
▶ 민주 “동맹에 등 안 돌려” vs 공화 “동맹, 공동방위에 투자할 의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
오는 11월 대선에서 맞붙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한반도 정책은 한미동맹, 대북기조 등에 걸쳐 선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우선 대북정책 면에서 양 진영 공히 북한 비핵화를 '현안' 목록에서 사실상 지운 가운데 북핵 위협을 대하는 방법론에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 강화를 통한 대북 억제(해리스)와, 과감한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한 위험 관리(트럼프)로 엇갈린다.
민주당 해리스 부통령은 집권 시 대북 억지력 유지 및 강화에 '올인(다걸기)'할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 19일 확정된 민주당 새 정강은 "북한의 불법적인 미사일 역량 구축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에 맞서 동맹국, 특히 한국의 곁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4년 전에 마련된 이전 정강에 '장기 과제'로 포함됐던 북한 비핵화 목표는 삭제됐고, 외교를 통한 북핵 위협 통제 내용도 이번엔 빠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새 정강 작성에 참여한 콜린 칼 전(前)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이(바이든) 정부의 목표로 남아 있으며, 해리스 행정부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단기적 관점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시급히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새 정강은 또 "한국, 일본과의 3국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 및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미일 양자간 동맹과, 최근 1주년을 맞이한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동력을 주입한 한미일 3각 안보 공조의 강화를 통해 북핵 위협을 억지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이와 관련, 칼 전 차관은 "단기적으로 우리의 우선순위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등 동맹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우리의 억제를 강화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북한에서 모든 결정권을 가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통한 관계 개선으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겠다는 기조다.
공화당이 지난달 발표한 새 정강은 '힘을 통한 평화'라는 안보 정책의 방향만 제시하고 대(對)한반도 정책에 대한 세부 기술은 생략했다.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집권 기간 3차례 대면 회담을 했던 김 위원장과의 친밀한 관계 수립을 재시도할 의지를 시사한 것이다.
북한이 전면 거부하는 '비핵화'의 험로를 가기보다는 북한의 핵 보유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정상 간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북핵 위협이 미국 해안에 도달하는 것을 막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됐다.
다만 이 같은 구상에는 사실상의 북핵 용인과 동맹국 방기라는, 한국 입장에서 간과할 수 없는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북한의 대미(對美) 핵타격 수단이 될 수 있는 무기 체계만 통제하고 나머지는 눈감아 주는 식의 대북 접근법을 택할 경우 북미 관계는 개선되더라도 한국은 항구적인 북핵 위협의 그늘에 놓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한미관계를 대하는 두 후보의 인식도 큰 차이가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한국과 같은 동맹 자체의 가치를 중시하며 동맹을 안보 파트너십의 시각에서 본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맹 인식은 미국 납세자들의 '비용 부담 증가 요인'으로 보는 측면이 강하다.
민주당 새 정강은 "나라 안팎에서 우리의 가치에 헌신하려면 동맹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미국은 파트너들이 강할 때 가장 강하다"고 명시했다. 이런 바탕 위에 해리스 부통령은 집권 시 한미동맹 중시 기조를 견지하는 한편, 증대되는 중국발(發) 위협에 대응함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안보문제에 있어서 한미관계를 바라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점은 "동맹국이 공동 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를 이행하도록 할 것"이라는 공화당 새 정강 기술 내용을 통해 선명하게 제시된다.
아울러 공화당 새 정강은 국경 안보 강화를 위해 현재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수천 명의 미군을 남부 국경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포함함으로써 해외미군 재배치 가능성도 띄웠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식은 지난 4월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좀 더 엿볼 수 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길 원한다"고 밝힌 뒤 주한미군이 "위태로운 위치"에 있다면서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 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한국)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미국이 3만명 가까운 젊은이(주한미군)들의 위험을 감수해가며 한국을 지켜주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부담은 한국이 더 감당해야 한다'는 논리를 분명히 한 발언이었다.
백악관 복귀 시, 현재 공동 부담 중인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대부분을 한국이 감당하도록 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기도 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브콜'에 김정은 위원장이 호응함으로써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한국의 비용 부담 확대 또는 주한미군 감축·철수 등에 대한 트럼프발(發) '충동'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예상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등 관계 진전의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거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안보 참모들이 대(對)중국 견제를 위한 한국과 주한미군의 역할에 주목할 수도 있지만 '전략가'보다 '충성파'로 백악관과 내각이 꾸려질 경우 한미동맹에 변화를 주려는 트럼프의 의지가 관철될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미동맹의 약화나 방향 변화는 현재 한국에서 계기만 만들어지면 터져 나올 수 있는 독자 핵무장 내지 핵무장 잠재력 보유 요구를 분출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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