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준, 2022년 3월 인상 시작…작년 7월 11회 인상 행진 끝낸 후 동결
▶ 작년 12월 올해 3회 인하 시사했지만 연초 물가 불안에 유야무야
▶ 6월 물가안정·고용시장 냉각에 피벗 기대 확산… “이르면 9월 인하 논의”
제롬 파월 연준의장[로이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3년 만에 최고 수준에서 1년 넘게 유지해 온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는 신호가 나왔다.
연준은 30∼31일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5.25∼5.5%로 동결하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고용시장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한다면 9월에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르면 9월에 금리인하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부터 시작해서 연말까지 총 3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파월 의장이 당장 0.5%포인트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는데도 금융시장에선 9월 큰 폭 인하 기대가 늘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연준은 지난해 7월 26일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16개월에 걸친 11회 인상 행진을 마무리했다.
이후 금리는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연준이 예상대로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경우 14개월 만에 첫 방향 전환이 된다.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2022년 3월 16일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서 0.25%포인트 올리며 시작됐다.
2022년 5월엔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보인 데 이어서, 6월과 7월, 9월, 11월에는 0.75%포인트씩 인상하며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이후 12월 0.5%포인트로 보폭을 좁힌 뒤 지난해엔 2월, 3월, 5월에 0.25%포인트씩 인상했고 6월에는 한 번 쉬었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2%)를 크게 벗어나 좀처럼 잡히지 않자 연준은 공격적으로 긴축 정책을 펼쳤다.
이에 앞서 연준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 3일 금리를 연 1.0∼1.25%로 0.5%포인트 낮췄고, 2주도 지나지 않은 15일에 다시 0∼0.25%로 1%포인트 떨어뜨렸다.
연준은 이 기간 코로나19 충격 완충과 경기 회복, 고용 개선에 집중했다.
초저금리가 이어지는 와중에 정부 재정 지원이 쏟아지면서 물가가 들썩였다.
이 때 연준이 물가 불안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지나친 것이 큰 패착이 됐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22년 1월 7.5%에서 출발해서 6월엔 9.1%로, 약 40년 만에 최고를 찍었다.
연준이 뒤늦게 나서 움직였지만 한 번 불이 붙은 인플레이션은 쉽사리 진화되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6월 이후 3%대 초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등 물가가 다소 안정되는 모습이 보였고, 슬슬 금리 인하가 화두로 떠올랐다.
긴축 정책 효과가 나온다는 평가와 함께 일각에서는 2024년 초부터 시작해서 5∼6회 인하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연준도 작년 12월 금리를 동결하며 추가 긴축이 없을 것임을 시사하고, 2024년 3차례 인하를 시사했다.
하지만 올해 초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며 다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연준이 기준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1분기 3.4%(연율)로 전년 1분기(4.2%)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도 3.7%에 달했다.
이에 더해 1분기 성장률이 1.6%로 예상치(2.4%)를 크게 밑돌자, 성장은 약한데 물가는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급격히 확산했다.
금융시장에선 상반기 금리인하 기대가 급격히 쪼그라들었고 12월 1회 혹은 연내 0회 인하 전망도 제시했다.
파월 의장도 처음엔 1월과 2월의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봤지만 4월이 되자 한발 물러나서 3월 물가 상승으로 인해 금리인하 시작이 몇 달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차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고용시장의 열기가 냉각되는 조짐이 나오며 경기침체 대응 필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6월 실업률은 4.1%를 기록, 5월(4.0%)보다 올라갔으며, 2021년 11월(4.1%)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고를 찍었다.
물가 상승세도 점차 둔화하는 모습이었다.
7월 11일 물가 지표가 발표되며 금리인하 기대가 부쩍 높아졌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0%로, 작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전월 대비로는 0.1% 하락하면서 코로나19 피해가 본격화되던 2020년 5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작년 동월 대비 2.5%, 전월 대비 0.1% 상승하며 전문가 예상치에 부합했다.
파월 의장 등 연준 인사들이 물가 상승률이 계속 하향하는 추세임을 확인하고 싶어 하면서도, 경제 연착륙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파월 의장이 7월 9∼10일 의회 발언에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관해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피벗)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확산했다.
이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11월 선거 전에 금리를 내리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정치가 연준에 영향을 미칠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고 밝히며 9월 인하 신호를 줬다.
그는 더는 인플레이션에 100% 집중할 필요가 없고 고용시장 보호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분기 물가를 통해 물가가 목표치인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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