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수명 늘며 유병 기간도 증가
▶“가족에 폐 끼칠까 두렵다” 87%
▶고연령층일수록 더 높은 응답률
▶ ‘웰다잉’ 관점서 필요한 점 묻자 “치료 위한 간병 부담 완화” 43%
▶“유언등 개인의 사전 준비” 24%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 관련 10명 중 8명은 “이용 의향 있어”
통계청이 지난 2023년 12월에 발표한 ‘2022년 생명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평균 82.7세로 남성이 79.9세, 여성이 85.6세로 나타났다. 1970년 62.3세였던 기대수명이 40여 년이 지나면서 약 20세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기대수명이 증가함과 동시에 본인의 삶에서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유병기간 또한 증가하고 있다. 기대수명 중 유병상태로 보내는 기간은 평균 16.9년으로 10년 전인 2012년 대비 1.7년가량 증가했다. 전체 기대수명 중 병을 앓으며 보내는 기간은 남성이 19%(79.9년 중 14.8년), 여성이 22%(85.6년 중 19.0년)로 삶의 5분의 1가량은 아프고 병든 상태로 지내다가 수명을 다하게 되는 셈이다. 피할 수 없이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질병과 죽음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5월 31일 ~ 6월 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질병 및 죽음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로 응답자의 인식과 더불어 연명치료중단, 조력안락사 등 관련 제도에 대한 인식을 함께 살펴봤다.
“질병 등으로 가족·지인에게 폐 끼칠까 두렵다” 87%
먼저 죽음, 질병에 대한 두려움, 평소 인식 등의 태도를 확인해 보았다. 무엇보다 ‘질병 등으로 가족, 지인에게 폐를 끼칠까 두렵다‘(87%)와 ‘나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는 내 스스로가 결정하고 싶다’(86%)는 데 동의하는 비율이 높다. ‘갑작스러운 죽음(사고사 등)에 대해 두렵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61%가 동의해 앞의 두 가지 인식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나, 이를 통해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문제로 인하여, 그리고 지속적으로 가족 등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계속 끼치는 것을 특히 두려워하고 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40대 이하의 저연령층에서는 50대 이상의 고연령층 대비 갑작스러운 죽음에,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에서는 저연령층 대비 질병 등으로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확인된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나는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가 84%, ‘죽음, 웰다잉 등을 타인과 이야기하기 꺼려지지 않는다’ 64%로 논의나 생각 자체를 터부시하는 경향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본인 스스로 남은 여생을 잘 정리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 웰다잉(Well-dying) 관점에서 필요한 점은 무엇인지 ‘지원을 통한 부담 완화’, ‘개인의 사전 준비’, ‘완화의료 등 관련 서비스 확대’,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총 4개 측면을 통해 필요성을 알아보았다. 조사 결과, ‘치료를 위한 경제적·정신적 간병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43%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유언·연명치료 여부·장기기증 등 개인의 사전 준비’(24%), ‘호스피스 등 완화의료(고통 경감) 서비스 확대’(14%) 등의 순이다. 연령별로 보면, 30대~50대에서 간병 부담 완화 필요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는 해당 연령대가 실질적으로 부모를 부양하는 세대인 점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제도 이용 의향 있다” 80%
개인의 선택을 통한 삶의 마무리와 관련된 제도는 사전에 본인이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법적으로 등록할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하나 해외 일부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조력존엄사(특정 조건의 환자에 한해 의사의 조력을 받아 약물 투여로 생을 마감하는 것)’가 있다. 이 두 가지 제도에 대한 인지 여부 및 상세 내용을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먼저 ‘우리나라에는 개인이 사전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있다’(정답: 그렇다)와 ‘해외에는 조력안락사가 가능한 국가가 현재 존재한다’(정답: 그렇다)에서는 80%가 정답을 맞추었으며, ‘우리나라도 조력안락사가 가능하다’(정답: 아니다)에는 71%가, ‘생명유지만을 위한 의료 행위 중단 요청이 가능하다’(정답: 그렇다)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5%가 각각 정답을 맞추었다. 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이나 조력안락사 등 국내외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인지도가 있는 편이나, 치료 중단 가능 여부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고 있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전에 연명의료시술 제한, 말기 환자 대상 호스피스 치료 이용 여부 등을 결정하여 이를 법적 효력화해놓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이 제도화되어 있다. 이에 대한 인지도를 알아본 결과 ‘들어본 적이 있다’는 사람이 63%이고 ‘이미 등록한 상태’라는 응답도 6%로, 둘을 합친다면 10명 중 약 7명은 해당 제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연령별로 비교해 보면 30대 이후부터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인지율이 높아진다.
현재 등록 상태인 응답자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를 설명한 후 이용할 의향을 물어보았을 때, 응답자의 80%가 ‘이용 의향이 있다’라고 하였으며, 이 역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이용 의향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그렇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본인의 죽음을 결정하는 조력존엄사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번 조사에서, 조력존엄사 제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4%로 필요하지 않다는 사람(7%)보다 크게 높다. 지난 2022년 7월 한국리서치에서 조사한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82%)과 거의 유사한 결과이다. 설문 문구 및 보기 제시 방식이 달라 결괏값에는 다소 차이가 있긴 하나, 지난 5월 한국일보가 창간 70주년을 맞아 웰다잉문화운동·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68%가 의료조력사 허용에 동의했고, 동의하지 않은 사람은 10%에 그쳤다. 조력존엄사 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지속적으로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조력존엄사 제도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본인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 보장’(46%), 필요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정신질환, 장애인 등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대상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서’(28%)라는 응답이 가장 많아, 찬반 여부와 관계없이 자기결정권 측면에서 이 제도를 평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조력존엄사 제도가 도입되었을 시를 가정했을 때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 관련 질문에서도 드러난다. ‘심리적 갈등 최소화를 위한 환자 본인과 가족에 대한 충분한 상담 마련’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32%로 가장 많아, 제도 자체에 대한 찬반은 있을 수 있으나 응답자 대부분이 조력존엄사 제도를 ‘죽음을 포함한 본인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 중 하나’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추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제도 확대나 조력존엄사 제도 논의 및 도입 등 관련 제도 정비 과정에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본인 스스로 깊은 고민 끝에 올바른 결정에 도달할 수 있도록 단계별 법적 장치 마련과 더불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할 수 있는 충분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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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휘 한국리서치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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