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 금리 내리면 모기지 이자율 떨어지지만
▶ 부동산 거래는 올해 안에 살아나기 힘들 듯
부동산 수수료와 관련된 새 규정이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새 규정에 따라 바이어도 수수료를 지급할 수 있게 됐다. [로이터]
올해 하반기 신규 주택 공급 상황이 조금 풀릴 것으로 전망됐다. [로이터]
지난 5월 주택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매물 부족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 한 주택 가격 상승세는 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와 관련된 새 규정이 실시될 예정으로 이에 따른 일부 혼란도 예상된다. 예년 같으면 주택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는 여름철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매물 부족 탓에 주택 거래량은 감소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매물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한 올 하반기에도 주택 거래는 살아나기 힘들고 주택 가격은 지속적인 상승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자 금융 정보 서비스 업체 뱅크레잇이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로부터 올해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에 관해 들어봤다.
◇ 이자율 소폭 하락에 그칠 것
모기지 이자율이 오르기 시작한 시기는 2022년이다. 당시 불붙은 인플레이션을 진화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서 모기지 이자율은 2022년 두 배로 올랐고 이후 계속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Fed가 모기지 이자율을 직접 정하지 않지만 모기지 이자율은 일반적으로 Fed의 기준 금리 동향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Fed는 올해 기준 금리를 크게 변동하지 않는 가운데 몇 차례에 걸친 인하를 단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빠르면 9월 금리 인하가 이뤄진 뒤 필요시 한두 차례 더 인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기준 금리 인하가 실시되더라도 모기지 이자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으로 올 하반기에도 많은 바이어들이 높은 이자율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렉 맥브라이드 뱅크레잇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금리 인하 일정이 반복해서 연기되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모기지 이자율은 올해 상반기 내내 기대치보다 높은 7%를 웃돌았고 주택 구매 능력을 떨어뜨린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라고 설명했다. 맥브라이드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Fed의 금리 인하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모기지 이자율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 새 수수료 규정 영향 아직 불투명
올해 하반기 주택 시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부동산 중개 수수료와 관련된 새 규정 시행에 따른 변화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 부풀리기 관행을 둘러싼 대규모 집단 소송이 지난 3월 피고 측의 합의로 일단락되면서 다음 달부터 새 규정이 시행될 예정이다.
새 규정이 시행되면 오랜 기간 셀러가 리스팅 에이전트와 바이어 측 에이전트 수수료를 지급하는 관행이 사라지고 바이어가 바이어 측 에이전트 수수료를 부담하는 새로운 수수료 지급 방식이 시도된다. 셀러가 양측 에이전트 수수료를 모두 지불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리스팅 가격이 부풀려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새 규정이 주택 시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예측하는 일은 시기상조다. 부동산 업계도 새 규정 시행에 따른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리스팅 에이전트 수수료는 셀러가, 바이어 에이전트 수수료는 바이어가 각각 부담하는 방식이 자리 잡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셀러가 부담하는 수수료가 낮아지면 리스팅 가격도 낮아질 것으로도 기대된다. 바이어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면 주택 구입비 부담이 높아져 주택 거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또 바이어 측 수수료 비용 절약을 위해 이른바 ‘알 라 카르테’(a-la-carte·맞춤형 서비스)를 활용하는 바이어도 늘어날 전망이다. 알 라 카르테 서비스는 바이어가 주택 구매에 필요한 서비스만 골라 제공받고 이에 해당하는 수수료만 지급하는 중개 서비스다. 부동산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에이전트 감소다. 바이어 에이전트에 대한 필요가 감소하면 업계를 떠나는 에이전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수십만 명에서 백만 명이 넘는 에이전트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 주택 거래 올해 안 살아나기 힘들다
고공행진을 거듭한 주택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자 주택 거래가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큰 폭으로 감소한 주택 거래는 올해 상반기에도 살아나지 못했다. 지난 5월 재판매 주택 거래는 3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 연율 기준 411만 건을 기록했다. 주택 거래가 살아나려면 모기지 이자율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떨어져야 하는데 Fed 금리 인하가 기대되는 연말쯤이나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7%대인 모기지 이자율이 6.5% 밑으로 떨어져야 거래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수요는 꾸준하지만 이자율 상승에 따른 구매 능력 악화로 1년 전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천 짜오 연구원은 “올 하반기 주택 거래가 소폭 늘어날 것”이라며 “하지만 모기지 이자율이 6% 중후반에 머물면 큰 폭의 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짜오 연구원은 시장의 기대대로 Fed가 오는 9월과 12월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바이어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모기지 이자율 하락 소식이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 신규 주택 공급 증가 기대감
주택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매물 부족 현상이다. 부족한 매물만 채워지면 주택 가격 하락, 주택 거래 증가 모든 문제가 술술 풀릴 수 있다. 올해 하반기 매물이 소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주택 가격 하락을 이끌 만큼 충분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5월 시장에 나온 재판매 주택 매물은 약 128만 채로 작년보다 약 18.5%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매물량은 3.7개월 치 공급량에 불과한 것으로 수요에 비해 여전히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려면 적어도 5~6개월 치 공급량에 해당하는 매물이 필요하다.
바닥 수준의 매물이 채워지려면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대거 내놓거나 대규모 주택 신축이 이뤄져야 한다. 낮은 이자율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른바 ‘금리 족쇄’(Lock-In Effect) 효과로 당분간 집을 내놓는 주택 보유자를 보기 힘들 전망이다. 다만 올해 하반기 신축 주택 공급이 이뤄질 전망으로 이에 따른 매물 증가가 기대된다. 로렌스 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지난 2년간 집을 내놓지 못한 주택 보유자 중 일부가 최근 집을 내놓기 시작했다”라며 “이 중에는 은퇴자, 신혼 가구, 자녀 출산 가구 등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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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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