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아성’ 유럽 원전 첫 진출 눈앞… ‘온 타임 위딘 버짓’ 앞세워 교두보 확보
▶ 확정된 2기만 24조원 예상…한전그룹사·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팀코리아’ 참여
▶ 발주사와 협상 거쳐 내년 3월까지 최종 계약 체결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축이 된 '팀코리아'가 24조원대로 추산되는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변이 없는 한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원전 수출을 앞두게 됐다.
특히 선진 시장인 유럽에 첫 교두보를 확보해 향후 한국 원전 수출 확대의 중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외신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17일(현지시간) 각료회의를 열고 한수원을 자국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한수원은 최종 계약 체결을 위해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CEZ)의 자회사인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와 단독으로 협상할 지위를 확보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획득한 한수원은 발주사와 세부 협상을 거쳐 2025년 3월까지 최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체코는 두코바니와 테멜린 지역 원전 단지에 각각 2기씩, 총 4기(각 1.2GW 이하)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해왔다.
현재 체코는 두코바니와 테멜린 원전 단지 두 곳에서 각각 4기, 2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데, 새롭게 4기의 원전을 추가로 짓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다.
체코 정부는 이번에 두코바니 2기(5·6호기) 원전 건설 계획을 먼저 확정하고 한수원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체코 정부는 향후 테멜린 지역 2기(3·4호기) 원전을 추가 건설할 경우 한수원에 우선 협상권을 주는 옵션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은 "체코 정부가 향후 테멜린에 추가 원전 2기 건설을 결정할 경우 한수원은 두코바니 2기에 이어 테멜린 3·4호기에 대해서도 발주사와 협상을 거친 후 추가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체코 정부와 체코 전력 당국은 추후 테멜린 3호기와 4호기 건설을 결정하기로 했다.
세부 협상을 거쳐 최종 계약 체결이 이뤄져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사실상 신규 원전 2기를 수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체코 정부가 향후 나머지 2기의 추가 건설에 나설 때 한수원의 수주 가능성도 커 이번에 사실상 '2+α'기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사업비는 한수원과 체코 측의 추가 협상에서 결정될 예정이지만, 체코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우선 확정된 2기 건설 사업비가 4천억코루나(약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수원이 주도하는 '팀코리아'에는 같은 한국전력 그룹사인 한전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와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민간 기업이 함께 참여했다.
한수원은 세계적인 원전업체인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치열한 경합을 거쳐 선진 시장인 유럽 진출 교두보를 처음으로 확보했다.
2022년 3월 입찰 개시 후 한수원, 웨스팅하우스, EDF 3사가 경쟁에 참여했다.
이후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해 양자 대결 구도로 압축됐고, 한수원이 다시 유럽 원전 시장을 장악해온 EDF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획득했다.
한수원은 EDF 대비 우수한 가격 경쟁력과 계획 기간 안에 원전을 완공하는 우수한 공기 관리 능력을 압축한 '온 타임 워딘 버짓'(on time within budget) 구호를 앞세워 EDF와 경쟁에서 승리했다.
한수원은 "1970년대 원전 도입 이래로 50년 동안 국내외 36기의 원전을 지속 건설해 오며 축적한 기술로 주어진 예산으로 적기에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적기 원전 건설을 원하는 체코가 한수원을 최적 파트너로 평가한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최신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바탕으로 체코 측 요구에 따라 설비용량을 1.4GW(기가와트)에서 1.0GW로 조정한 APR1000 노형의 원전을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 체코 원전 최종 수주까지 이어지면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출 후 15년 만에 원전 수주에 성공하게 된다.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8월 한수원이 이집트 엘다바에 '2차 측'으로 구분되는 터빈·발전기 계통 시설을 중심으로 3조원 규모의 원전 관련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다만 여기에는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직접 발생시키는 '1차 측'인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체코 원전 수주는 유럽 원전 수출 확대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서는 무탄소 전원 확대 필요성에 따라 원전 건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독일은 '탈원전'을 했지만, 프랑스와 핀란드 등 여러 국가가 원전을 주요 전원으로 활용 중이다.
여기에 체코, 폴란드, 터키, 영국, 네덜란드 등이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전을 주요한 무탄소 전원으로 보고 신규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우선협상자 선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낸 자료에서 "이번 성과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 달성의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양질의 수출일감이 대량으로 공급되며 국내 원전업계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체코 정부의 결과 발표 직후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원전산업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인정받게 됐다"며 "팀코리아가 되어 함께 뛰어주신 우리 기업인들과 원전 분야 종사자, 정부 관계자, 한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고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전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