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버리 2분기 매출 23% 급감
▶스와치는 상반기 14% 줄어
▶ 기대 못미친 실적에 주가 ↓
▶경기둔화·과잉재고에 할인
▶‘사치 자제’ 분위기도 겹쳐
런던의 뉴본드 스트릿에 위치한 버버리 매장(위쪽 사진)과 밀라노의 베르사치 매장. [로이터]
코로나19 이후에도 중국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중산층 소비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자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급기야 반값 할인에 나섰다.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은 경기 둔화가 가장 커다란 원인이지만 균등한 부의 분배를 강조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 추진 등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정보제공업체 럭셔리사이트 집계를 인용해 베르사체와 버버리의 중국 내 평균 할인율이 지난해 각각 30%, 40%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50% 이상을 기록 중이라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알리바바와 자회사인 티몰(天猫·톈마오)에서는 마크제이콥스가 이달 초 핸드백·의류·신발 등을 50% 이상 할인을 했고, 보테가베네타는 가방 구매 시 24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기도 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막혔던 코로나19 확산 당시 중국 시장에서의 고가품 매출이 급증, 2019년 대비 2021년에 약 2배를 기록하기도 했다. 고가 브랜드들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재고를 늘리는 한편 매출을 늘리기 위해 티몰·징둥닷컴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판매를 시작했고, 유럽·미국 등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 내 판매가격을 올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문제는 2022년 들어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 봉쇄가 장기간 이어졌고 이후 ‘위드 코로나’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 둔화, 실업률 상승 등으로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았다. 고가 브랜드들이 과잉 재고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중국인들은 해외여행 재개 이후 엔화 약세를 이용해 일본에서 제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커머스 업체들이 경기 둔화 속에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가격 할인에 나섰고, 온라인 판매에 따른 반품률 증가도 골칫거리가 됐다. 마크제이콥스의 중국 내 반품·취소율은 지난해 30%에서 올해 40%로 올라갔다는 게 럭셔리사이트의 설명이다.
베인앤드컴퍼니는 경기 둔화 속에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 부유층 사이에서 사치를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고가 브랜드들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분배를 강조하는 공동부유를 내세우는 가운데, 올리버와이먼의 케네스 차우는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를 추진하면서 배금주의를 막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럽의 유명 명품 제조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 소비 시장을 발판 삼아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중국이 경기 침체에 빠져들자 그 충격이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의 버버리그룹은 2024년 4~6월(회계연도 2025년 1분기) 소매 부문 매출이 4억5,800만 파운드(약 6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나 급감한 수준이다. 제리 머피 버버리그룹 회장은 “이번 분기 실적은 실망스러운 결과”라면서 “명품 시장은 예상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며 현 추세가 2분기까지 지속한다면 반기 영업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명품 업체의 부진은 버버리뿐만이 아니다. 오메가·브레게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시계 제조 기업 스와치그룹의 올 상반기 매출도 34억4,500만 스위스프랑(약 38억5,000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14.3%나 줄었다. 독일 브랜드인 휴고보스의 올 2분기 매출(10억2,000만 유로·약 11억1,000만 달러) 역시 전년 대비 약 1%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은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런던증권거래소에서 버버리 주가는 하루 새 16.08%나 빠졌다. 스위스에서 상장된 스와치그룹의 주가도 전일 대비 9.78%나 떨어졌다. 휴고보스 역시 2.91% 하락했다. 다음 주 실적 발표를 앞둔 세계 최대 명품 그룹 LVMH도 2.65%의 낙폭을 기록했다. 금융 투자 시장에서 명품 제조 업체를 대하는 시선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지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같은 결과는 중국 경기 침체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유럽의 명품 업체들은 급팽창하는 중국의 소비 시장을 등에 업고 커왔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 침체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현지 소비자들이 고가품 구매를 줄이자 관련 업체 실적도 흔들리는 것이다. 실제 스와치그룹은 이번에 실적을 발표하면서 “중국에서 사치품에 대한 수요가 급락하면서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WSJ는 “명품 시장이 직면한 주요 문제 중 하나는 중국의 침체”라면서 “중국은 핸드백에서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성장을 견인했지만 최근 고가품 소비가 말라붙었다”고 지적했다.
업체들은 대응 방안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버버리는 2년 만에 대표 교체를 단행하고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향후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골드만삭스는 버버리에 대해 “중국 본토 매출이 21% 감소했고 다른 아시아 시장의 매출도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은 회사의 재정적 압박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스와치 측은 “홍콩을 포함한 중국 시장은 올 연말까지 전체 명품 시장에 있어서 거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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