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 미래 불안한 Z세대
▶인플레에 감당 힘든 생활비
▶ 7명 중 1명 카드 한도 초과
▶높은 소득 밑 빠진 독 물 붓기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Z세대의 재정난이 전체 세대 중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
성인 나이에 속속 들어서는 Z세대의 미래가 불안하다. 주택 비용, 학자금 대출, 크레딧 카드 대출 부담이 이들을 짓누르고 있다. Z 세대는 흔히 바로 윗세대인 밀레니엄 세대와 자주 비교된다. 경기 대침체를 경험한 밀레니엄 세대도 재정적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Z 세대는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밀레니엄 세대보다 훨씬 높은 비용 부담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감당 힘든 생활비
Z세대(12~27세)는 대학 진학률이 높고 취업률도 높아 밀레니엄 세대(28~43세)에 비해 높은 소득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Z세대는 밀레니엄 세대가 그들의 현재 나이인 10년 전 내던 주택 비용보다 31%(인플레이션 조정 후)나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주택 비용뿐만이 아니다. 16~24세 운전자가 내는 자동차 보험료는 2012년과 2022년 사이 두 배나 올랐고 건강 보험료는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46%나 인상됐다.
신용 평가 기관 트랜스 유니언의 마이클 라네리 미국 시장 담당자는 “Z세대 소비자의 재정은 팬데믹과 그 여파로 심각한 영향을 받았는데 이는 밀레니엄 세대가 글로벌 경제 위기 때 직면한 어려움보다 크다”라며 “두 세대 모두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서 성장했지만, Z세대가 훨씬 더 힘든 생활고를 겪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Z세대가 겪는 재정적 어려움은 이들의 표심에서 잘 드러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젊은 유권자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를 강조하고 있지만 지난 5월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30세 미만 유권자 중 오늘 투표가 실시되면 바이든 대통령을 찍겠다는 비율은 32%로 낮게 조사됐다.
■부채 수렁에 빠져
많은 Z세대가 크레딧 카드, 자동차, 모기지 등 각종 대출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데 이들의 연체율마저 밀레니엄 세대보다 높아지고 있어 우려된다. 트랜스 유니언에 따르면 지난해 말 Z 세대의 평균 대출 비율은 소득의 16%를 차지했는데 밀레니엄 세대가 현재 Z세대 나이였던 10년 전 12%보다 높다.
피츠버그에 거주하는 새라 마틴(21)은 약 2년 전부터 크레딧 카드 빚이 쌓이기 시작했다. 팬데믹 제한이 풀리고 옷과 화장품 등을 충동 구매하면서부터다. 갑작스러운 치과 치료비 등이 발생하면서 그녀의 크레딧 카드 지출은 통제하기 힘든 상태에 빠졌다.
그녀가 소지한 카드 중 한 장은 이미 한도 초과로 사용이 불가능하고 다른 한 장 역시 곧 한도 초과를 앞두고 있다. 현재 그녀는 8,000달러 넘게 불어난 크레딧 카드 빚을 갚느라 하루하루 재정적으로 쪼들린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현재 겪는 재정적 어려움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대침체가 불어닥쳤던 시기 그녀는 초등학생이었고 당시 부모 모두 직장을 잃고 살고 있던 집마저 압류당했다. 당시 부모가 경험했던 재정적 어려움을 그대로 물려받은 마틴은 “크레딧 카드 대출을 갚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높은 이자율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불안한 미래를 몹시 걱정했다.
■7명 중 1명 카든 한도 초과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Z세대 7명 중 1명은 현재 크레딧 카드 한도 초과 상태다. 이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 높은 비율로 크레딧 카드 이자율이 사상 최고 수준인 22%에 육박하면서 Z세대의 크레딧 카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소비자 재정 서비스 업체 뱅크레잇의 테드 로스만 크레딧 카드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20대 초반 크레딧 카드 사용자가 갚지 못하는 빚이 25%나 치솟았다”라며 “이 같은 연체율은 윗세대가 그들의 나이였을 때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안정적인 사회 진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Z세대는 코로나 팬데믹이란 유례없는 사태를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당시 부모의 집에 묶여 지내다가 2021년 제한이 해제되면서 이들의 소비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은행은 이 같은 추세를 겨냥, 젊은 세대의 크레딧 카드 발급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이들의 소비를 부추겼다.
2021년 18세였던 토마스 블랙은 당시 첫 크레딧 카드를 발급받았다. 자동차 개솔린과 크리스마스 선물로 1,000달러 썼고 자동차마저 고장 나면서 수리비로 또 수천 달러를 결제했다. 생애 첫 크레딧 카드를 발급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결국 크레딧 카드 회사로부터 한도 초과 통보를 받았다.
블랙은 “성인이 되자마자 3년 동안 크레딧 카드 빚을 갚느라 온갖 노력을 했다”라며 “가능한 모든 초과 근무를 하면서 일주일에 84시간씩 일한 적도 있다”라고 당시 어려움을 나눴다.
■높은 소득도 소용없어
Z세대가 밀레니엄 세대와 비교해 유리한 점이 하나 있는 바로 안정적인 고용시장이다. 밀레니엄 세대는 성인으로 접어들 당시 발생한 경기 대침체로 구직에 큰 어려움 겪었다. 당시 실업률이 약 1년간 10%대로 치솟았고 이로 인해 소득도 큰 폭으로 감소하는 고통이 뒤따랐다. 이와는 반대로 Z세대는 고용 불안이란 단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다.
팬데믹 이후 고용 시장이 강력하게 회복되면서 실업률은 지난 5월까지 사상 최장기간 4% 미만에 머물고 있다. Z세대의 월급봉투도 윗세대보다 두둑한 편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6~24세 임금 상승률은 8.6%로 전 세대 상승률(5.2%)보다 높았다. 안정적인 소득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이 Z세대 재정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경제 연구기관 무디스에 따르면 27세 미만 성인의 의식주 및 차량 유지비 등 생활 필수 비용 지출 비율은 다른 세대보다 높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주택 비용이다. Z세대는 30세가 될 때까지 평균 14만 5,000달러의 주택 임대료를 지출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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