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은 우리 민족에 있어서 숙명적이고도 절대적인 숙원이다. 남북통일이라는 중차대한 사명을 까맣게 잊은 듯 남의 나라 일처럼 방치해 놓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남북 지도층의 자세가 개탄스럽다.
세계는 지금 냉전시대를 지나 패권 경쟁시대로 접어들었다. 공산주의니 민주주의니 한참 철지난 이념논쟁에 매달려 통일을 못하고 있는 우리 남과 북은 치졸하고 부끄러운 나라로 평가받고 있는 중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숫제 남한을 “한 나라가 아니며 전쟁으로 점령해야 할 적국이다”라며 분국론을 주장하고 있다. 자기의 선조 김일성, 김정일도 죽을 때까지 통일을 원한다고 했는데 김정은이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오며 정통 주사파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다.
김정은은 탄압정치, 경제파국으로 자기의 권력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연명수단으로 ‘통일 반대’ 구호를 택한 것 같다. 김정은은 새벽 2시가 넘도록 전 북한 인민을 동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성공하여 당분간 정권을 지탱할 수 있는 명분을 벌어놓고 있는 상태다.
김정은은 남한의 순수 진보세력과의 관계, 각종 공동선언마저 일절 끊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반통일, 반민족적 횡포를 대하는 남한의 대북정책도 지지할 만한 내용이 없는 실정이다.
남한의 통일정책이라는 것 자체가 있는지 존재를 찾을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출발부터 이념선동으로 보수세력 결집을 시도했다. 이회영 선생, 홍범도 장군등 민족주의 항일 애국투사들까지 좌익으로 격하시켰다. 극우 지지 구호를 외치는 여파로 대북강경론이 고개를 들게 되어 국론이 분열되고 대북 냉기류가 빚어지고 말았다.
한미 방위조약이 엄존하는 마당에 구태여 일본까지 끼워 넣고 ‘협력체’라는 것을 결성했다며 자랑하고 있다. 한미일 협력체는 침략 방어가 목적이지만 대북 화해 협력이나 통일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자극제일 따름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군 장병들에게 “북에서 총탄이 날아오면 즉각 대응, 끝까지 추적하여 응징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윤 대통령의 민족통일 철학이 있는지, 우리 군인들에게 내린 발언내용에 쓴 웃음이 나온다.
야당은 어떤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기억할 만한 대북 화해 분위기를 기록한 이래 그 다음은 다시 대북 혼란 분위기만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속절없는 저자세 굴종 대북외교로 지탄을 받았다. 탈북자들이 대북전단을 살포하자 북한 김여정 부부장이 김정은을 인신공격하는 삐라를 뿌렸다며 노발대발, ‘남북 군사 공동사무소’ 4층짜리 건물을 폭파시키자 문재인 정부는 한 달도 채 안돼 부랴부랴 안보 라인 각료들을 모조리 경질했다. 그 후 김여정의 불평 한마디로 강경화 외교장관도 해임 당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과하지욕(袴下之辱: 무릎 밑으로 기어들어 가는 자세)이다.
심지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우리 김일성 주석님, 김정일 총비서님의 통일을 위한 열정적 헌신…” 따위의 경어를 거침없이 인용한다. 북한에서 쓰레기 오물풍선이 날아들자 “윤석열 정부가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허용하는 몰상식한 정책으로 북한을 자극한 탓이다”라고 비난했다.
이재명은 도지사 시절 직권으로 ‘평화 부지사’ 제도를 신설하고 측근 이화영을 특채했다. 그리고는 정부와 따로 대북 채널을 열어 어마어마한 액수의 달러를 송금했다는 혐의로 검찰에서 기소를 한 상태다.
이재명처럼 남북 각 시, 도에서 부지사, 부시장 제도를 만들어 대북창구를 따로따로 운영했더라면 남한의 상황이 어떠했을지 상상만으로도 끔찍스럽다.
아무튼 남한에는 일관된 통일정책이 없다. 하루속히 정당, 정파의 이해관계를 초월한 민족차원의 통일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런 확고한 진리와 철학이 담긴 정책을 가지고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대북특사’ 파견이나 국내외 통일을 지향하는 중도인사들로 구성하는 ‘남북화해 교섭단’을 발족할 것을 제안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남북통일의 진리 가운데 하나라고 믿는다. 그의 4대 강국 보장 ‘남북 연방제’ 제안은 북에서도 공감, 노무현·문재인까지 강대국들의 압력을 비집고 한껏 평화무드에 젖었던 사실을 오늘의 남북위정자들이 특히 염두에 둘 것을 당부한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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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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