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르키우 방어 목적 제한… “장거리 미사일은 계속 금지”
▶ 러 “비대칭 보복” 경고 수위 높여… “긴장고조→오판 가능성”
3년째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분수령을 맞았다. 우크라이나 최대 지원국인 미국과 독일이 자국 무기를 사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공격을 일부 허용하면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세에 맞설 역량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러시아는 즉각 '비대칭 보복'과 '핵무기'를 언급하며 경고하고 나섰다.
◇ "미·영·프·독 이틀간 협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미국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일부 허용했다고 말했다.
미국 폴리티코와 AP통신 등은 전날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공격이 집중된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를 방어하는 목적에 한해 미국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영토를 반격하는 것을 최근 허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독일 정부도 이날 오전 "우리가 공급하는 무기를 국제법을 준수해 사용하기로 우크라이나와 합의했다"며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과 독일은 확전을 우려해 최근 러시아의 공세가 집중되는 동부전선 하르키우 방어 목적에만 일부 무기 사용만 허용하는 등 제한을 건 것으로 보인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할 무기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중거리 유도 다연장 로켓 시스템(GMLRS)과 야포 체계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동원한 러시아 본토 공격은 계속 금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 정부는 다연장로켓발사시스템 MARS2와 자주곡사포 PzH2000이 사용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MARS2는 84㎞, PzH2000는 40㎞ 떨어진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장거리 미사일 가운데 미국 ATACMS는 사거리가 300㎞다. 영국 스톰 섀도와 프랑스 스칼프는 최장 240㎞로 사거리가 제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르키우에서 러시아 국경까지 거리는 약 30㎞다.
독일 정부는 29∼30일 미국·영국·프랑스 외교안보보좌관과 집중 협의했다고 밝혀 서방 다른 나라도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지난 29일 민간시설 등을 공격하지 않는 조건으로 서방 무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더 많은 나토 동맹국이 서방 무기로 러시아 영토에서 공격을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전쟁연구소(ISW)는 29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 군사 목표물 타격에 자국 무기를 일부 또는 제한 없이 사용하는 것을 지지한 국가는 현재까지 10개국이라고 파악했다.
◇ 러 "비대칭 보복, 핵무기 사용 권한"
러시아는 서방 무기의 자국 영토 공격을 강하게 경고했다.
러시아 하원(두마) 안드레이 카르파톨로프 국방위원장은 이날 "미국 무기로 러시아 내에 미사일 공격을 허용하기로 한 바이든의 결정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작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비대칭 보복'을 경고했다.
러시아군이 '비례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의 전날 발언에서 한발 나아간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앞서 28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서방은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사용도 오산할 수 있으나 이는 치명적 실수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 대통령이 언급했듯 유럽 국가들은 인구 밀도가 매우 높다"고 위협했다.
콘스탄틴 가브릴로프 빈 주재 유럽안보협력기구 대사도 앞서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며 서방이 재래식 무기로 공격할 경우에도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할 권한이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지난 21일부터 전술 핵무기 훈련을 하고 있다.
◇ "바이든 레드라인 넘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본인이 그은 레드라인을 분명히 넘었다"고 해설했다.
그간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이 '3차 세계대전을 피해야 한다'는 정책 기조(mandate)에 위배될 수 있다며 어떠한 도발에도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로 자국 영토 밖을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하르키우를 넘어 공세를 강화할 경우 미국 무기 사용 제한이 더 완화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NYT에 "이것은 새로운 현실"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아마도 새로운 국면(a new era)"이라고 했다.
뉴스 분석 매체 더컨버세이션은 앞서 23일 보도에서 서방 무기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다면 "무기를 공급하는 나토와 러시아 간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오판'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짚었다.
강력하고 예측할 수 없는 러시아의 대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컨버세이션은 크렘린궁의 핵 위협은 종종 '엄포'로 간주되지만 특히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 공격을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할 경우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