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상병 수사 축소 의혹 제기 시점…한총리·조태용·김태효 등과도 소통
▶ 李측, 입장문 내 의혹 차단 시도…경호처도 “기관장 간 수시 통화” 반박
李 ‘독자 판단’ 주장했지만…소통 배경·내용 등 수사 요구 커질 듯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를 회수한 지난해 8월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도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통화한 것 외에도 대통령실 내 측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 등과 민감한 시기에 밀접하게 소통해 온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이 전 장관과 경호처 등은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를 통해 이들이 연락을 주고받은 배경과 그 내용을 규명해야 한다는 요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이 전 장관, 김용현 경호처장과 나흘간 8회 통화·문자
29일(이하 한국시간) 연합뉴스가 확보한 통화 기록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여덟 차례에 걸쳐 김 처장과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
8월 4일 오전 10시 20분과 10시 22분에 김 처장이 먼저 전화를 걸어 27초, 35초간 통화했다.
이튿날인 8월 5일에는 오전 10시 13분 김 처장이 이 전 장관에게 문자를 보냈고 이 전 장관이 오전 10시 16분(11초), 오전 10시 34분(20초), 오전 10시 56분(3분54초)에 잇달아 김 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전 장관과 김 처장은 8월 7일 오후 7시 26분(18초)과 오후 8시 23분(6초)에도 전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는 해병대 수사단이 8월 2일 경찰에 이첩한 조사 기록을 국방부가 당일 오후 회수한 뒤 처리 방향 등을 논의하던 시점이다. '혐의자에서 사단장을 빼라'는 취지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 이 전 장관의 결재 번복 과정에 윗선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 등이 제기되던 때이기도 하다.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국방부와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이 없는 경호처장이 이 전 장관과 여러 차례 연락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 처장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지낸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육사 40기인 이 전 장관보다 두 기수 선배다. 이 전 장관이 장관으로 부임하기 전부터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이기도 하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변호인단 중 한 명인 김규현 변호사는 이달 초 JTBC 인터뷰에서 "어디 경호처장 '빽'이다, 임성근 사단장이 어디에 줄을 댔다, 온갖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빨리 진실을 밝혀서 정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 8월 2일 전후로 대통령실·정부 고위 관계자들과도 수차례 소통
이 전 장관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도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8월 4일 오전 10시 22분에 이 전 장관이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35초간 통화했고 이튿날인 8월 5일에는 이 전 장관이 오전 10시 15분께 문자를 보낸 뒤 이 장관이 10시 28분 전화를 걸어 1분 32초간 통화했다.
8월 6일에는 오전 8시 16분(1분 53초)과 오후 9시 30분(3분 8초)에 이 장관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했고 그 중간인 오전 9시 36분과 오전 9시 37분 문자도 주고받았다. 8월 7일에는 오전 9시 13분에 이 전 장관이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1분 48초간 통화했다.
두 사람 모두 국무위원인 만큼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부자연스럽지는 않지만, 해병대 수사단과 경찰 간 사건 이첩·회수를 계기로 '수사 축소 의혹'이 불붙던 시기였던 만큼 두 사람이 해병대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해 논의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장관은 경찰을 지휘하는 행안부 수장이자 윤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서울대 법대 후배다.
이 전 장관은 8월 2·6일 한덕수 국무총리와도 세 차례 통화했다. 방문규 당시 대통령실 국무조정실장과도 8월 3일 한 차례 문자 이후 3차례 통화했다.
여당 의원이던 신원식(7월 28일 문자 3회·통화 1회), 강대식(8월 1일 문자 3회), 성일종(8월 7일 통화 2회) 국민의힘 의원 등과도 연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8월 2∼8일 4차례 통화),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8월 2일 문자 1회·통화 1회),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8월 8일 전화),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8월 4일 통화 1회),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7월 31∼8월 4일 통화 3회) 등과도 연락했다.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정부 고위관계자들과 주고받은 연락이 몰려있던 작년 8월 2일은 그가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었던 때와 겹친다.
이날 여름휴가 첫날이던 윤 대통령은 공식 일정으로 전북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2차전지 투자협약식'과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했는데, 오후 12시 7분부터 57분까지 세 차례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건 통화의 발신 기지국은 대통령 공관이 있는 한남동이었다.
◇ 통화 내용 밝혀질까…이 전 장관·경호처 "수사와 무관한 통화"
이 전 장관은 그동안 이첩 회수와 항명 사건 수사 지시 등 일련의 과정을 스스로 결정했다고 밝혀왔으나, 그 전후에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연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구심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실제로 이 과정에 대통령실 등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파악하려면 구체적인 통화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이 전 장관은 지난 3월 7일 공수처에서 4시간 동안 '약식 조사'를 받으면서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지만, 장관 임기를 마친 뒤 바꾼 기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수처가 수사를 통해 내용을 확보하거나 관련자 진술을 통해 맥락과 취지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장관과 대통령 경호처 등은 즉각 의혹 차단에 나섰다.
이 전 장관의 법률대리인 김재훈 변호사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과의 통화 여부에 대해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통화 여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관련하여 제기되는 의혹들은 모두 사실무근이어서 반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 8월 2일 있었던 윤 대통령과의 통화 기록은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항명죄 수사 지시나 인사 조치 검토 지시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대통령 경호처도 "경호처는 군·경 경호부대와 통합경호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국방부와는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기관장 간에도 수시로 통화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경찰 이첩 관련 개입설은 전혀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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