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의요구 채상병특검법 폐기…巨野, 전세사기법·유공자법 등 단독처리로 힘 과시
▶ 尹대통령, 내일 전세사기법 등 7번째 거부권 유력…행사시 임기 만료 폐기
▶ 野, 22대서 특검 강행·쟁점법 재추진 예고해 충돌 불보듯…원 구성 협상도 난항
21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정쟁으로 얼룩졌다.
28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이번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밀어붙인 '채상병특검법'은 재표결에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폐기됐다.
아울러 민주당 등 야당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을 이날 본회의에서 강행처리했고,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7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
오는 30일 시작되는 22대 국회는 21대와 마찬가지로 여소야대 국회 지형이 유지되면서 여야 간 양보 없는 대치가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국회 본회의를 단독으로 열고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가 되지 않은 채상병특검법 재의결 안건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처리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돌아온 채상병특검법은 재표결에서 여야 원내지도부가 각각 총동원령을 내려 맞붙은 결과 여당의 뜻대로 최종 폐기됐다. 재의결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하는 만큼 양쪽에서 이탈표만 없다면 부결되는 수순이었다.
반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과반 의석의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가뿐히 통과했다.
국회는 이 법안을 정부에 긴급 이송할 예정이지만,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9일 임시 국무회의를 거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유력시된다. 거부권 행사 시 국회에서 재표결해야 하지만, 21대 국회가 같은날 종료되는 만큼 재표결 없이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전세사기특별법을 강행 처리한 여세를 몰아 단독으로 본회의를 속개,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직회부된 7개 쟁점 법안의 단독 강행 처리도 시도했다. 민주유공자예우법 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세월호참사피해지원특별법 개정안 등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들 7개 법안을 모두 부의하긴 했지만, 민주유공자법·농어업회의소법·지속가능한한우산업지원법 제정안과 세월호피해지원법 개정안 등 4개 법안만 상정했고, 민주당을 위시한 야당은 이들 법안을 다시 한번 단독 처리하며 수적 위력을 입증했다.
국민의힘은 이들 4개 법안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거대 야당의 입법 강행,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국회 재표결 후 폐기로 이어지는 '도돌이표 정쟁'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이날까지 어김없이 반복됐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건 총 6차례로, 법안 수로는 총 10건이었다. 윤 대통령이 29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등 5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7번째 사례가 되고, 거부권 행사 법안은 총 15건으로 늘어난다.
여야의 극한 대치는 22대 국회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당장 이날 본회의에서 최종 폐기된 채상병특검법을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또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들도 모두 재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이른바 '쌍특검법'으로 불린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별검사법은 물론 '방송 3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21대 국회보다 늘어난 범야권 의석수(192석)를 토대로 법안 강행 처리를 이어가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22대 국회에서는 여당의 국회 무력화 시도와 온갖 훼방은 물론이고 산적한 법안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폐기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이 더욱 난항에 빠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은 18개 상임위 중 법안 최종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통령실을 관장하는 운영위원회를 포함한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맡고 국민의힘이 나머지 7개 위원장을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 관행에 따라 민주당이 차기 국회의장을 배출하는 만큼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하고, 대통령실을 관장하는 운영위원장도 집권당 몫이라고 맞서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개원 직후 열리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이로부터 사흘 안에 상임위원장이 선출돼야 한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가 다음 달 5일 열리기 때문에 이틀 뒤인 7일이 원 구성 협상 시한이지만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원 구성 합의에 실패해 민주당이 공언한 대로 6월 중에 단독으로 표결 처리한다면, 22대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민주당은 전 상임위원장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날 채상병특검법 폐기로 민주당 내 강경론이 득세하면 법사·운영위원장 고수는 물론 '18개 상임위원장 독식'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법사·운영위원장을 빼앗길 경우 차라리 민주당에 모든 상임위원장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경우 22대 국회는 유례없는 갈등과 대치 상태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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