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소법원, 대법원 법리해석 거스른 채 “인도국 결정은 법원 권한”
▶ 검거 1년 지났지만 사법부 ‘난맥상’에 최종 결정 시기 불투명
권도형씨[로이터=사진제공]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씨의 범죄인 인도 문제를 놓고 그가 구금돼 있는 몬테네그로 사법부의 엇갈린 판결이 또 한번 되풀이됐다.
범죄인 인도국을 결정할 기관이 어디인지를 두고 내려진 대법원 판단을 항소법원이 뒤집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최상급 법원과 하급 법원 간 정면 충돌 양상이 빚어졌다.
항소법원은 24일(현지시간) 권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고등법원의 범죄인 인도 승인 결정을 무효로 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으로 돌려보냈다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은 재심과 결정을 위해 원심(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고 전했다.
앞서 고등법원은 지난달 8일 권씨에 대해 한국과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위한 법적 요건이 충족됐다며 범죄인 인도를 승인한 뒤 범죄인 인도국 결정 권한은 법무부 장관에게 넘겼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법원이 권씨의 범죄인 인도국을 직접 결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왜 관할권이 없다고 보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고등법원이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죄인 인도가 청구된 사람이 범죄인 인도에 동의하는 경우 약식 절차를 적용해야 하고, 이 경우 법원이 범죄인 인도국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는 항소법원이 고등법원에 권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보낼지 직접 결정하라고 다시 한번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대법원의 결정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터라 고등법원이 재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대법원은 지난달 5일 범죄인 인도국 결정 권한이 법원이 아닌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는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의 적법성 판단 요청을 받아들여 고등법원의 한국 송환 결정을 무효화하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문에서 "범죄인 인도를 놓고 두 국가가 경합하는 상황에서 법원의 의무는 피고인에 대한 인도 요건이 충족되는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범죄인 인도 허가나 우선순위 결정은 법원이 아닌, 관할 장관이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고등법원이 범죄인 인도국을 결정한 것은 법원의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적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범죄인 인도 절차를 규정한 법률을 근거로 권씨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양측은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미국 법무부는 권씨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물밑에서 몬테네그로 정부를 압박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이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방문하고, 미국 법무부 차관보를 만나는 등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대법원 판결로 이러한 줄다리기가 끝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실제로도 최상위 법원인 대법원의 법리 해석을 하급심이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항소법원은 기존의 법률적 판단을 고수했다. 항소법원은 그간 권씨의 인도국을 법원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결해왔다.
대법원과 항소법원이 정면충돌함에 따라 한국이든 미국이든 권씨의 실제 신병 인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등법원이 항소법원의 명령에 따라 권씨의 범죄인 인도국을 직접 결정할 경우 대법원이 또다시 제동을 걸 수 있고, 반대로 고등법원이 항소법원의 뜻을 따르지 않을 경우 항소법원이 파기 환송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는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한 후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한씨와 함께 UAE 두바이행 전세기에 탑승하려다 위조 여권이 발각돼 11개월간의 도피 행각에 마침표를 찍었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는 지난 3월 2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다.
그동안 권씨 측은 법원에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이에 반해 몬테네그로 정부는 권씨의 미국행을 희망한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히는 등 미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범죄행위의 주된 발생장소가 범죄인을 다스릴 국가를 결정한다 범죄인의 국적 과는 상관없다. 그나라 정부가 범죄인 인도 권한을 갖고있으면 법원은 권한이 없다.
한국사법재도는좀낮나?하는거보면 그게그거 권도형 포기해라 미국서재대로 처벌받게 내비둬라
저런 소국이 사법제도부터 엉망이다. 그러니 맨날 저 모양 저 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