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P, 트럼프·외국 정상급 면담 후일담…우크라戰 논의하다 골프 토론
▶ 전문가 “트럼프 정책 예측 불가…실질적 영향 여부는 미지수”
"그들은 롤링스톤스 커버 연주를 몇시간 동안 감상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내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접촉면을 넓히려는 외국 정상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크고 작은 후일담이 쏟아지고 있다.
2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
오르반 총리는 당시 면담에서 러시아가 궁극적으로 승리할 수밖에 없으며 미국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득한 뒤 커버 밴드가 롤링스톤스의 히트곡을 연주하는 것을 오랫동안 감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몇주 뒤 영국 총리를 지낸 데이비드 캐머런 외무장관이 마러라고를 방문했을 당시에 대화 흐름은 정반대였다.
스테이크 저녁을 함께 한 뒤 캐머런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지원을 멈춰선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역시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 회동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설득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과시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포기하도록 압박함으로써 전쟁을 조속히 끝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현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견지하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대비되는 것이다.
측근들과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외국 정상들의 노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을 내놓는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외교·안보 문제를 비롯해 대부분 정책 사안에 있어 즉흥적이고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여왔고, 이 때문에 그가 구체적 현안에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지근 거리에서도 안정적 예측을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쏟아지는 각국의 '러브콜'을 즐기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측근들은 복수의 사법 기소에 직면해 현재 형사 재판에 거의 매일 출석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같은 외국 정상들과 만남을 통해 '피고인'이 아닌 '세계적 지도자'로서 본인을 부각하고자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WP는 "외교가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그룹에 접근하기가 바이든 행정부와 비교해 비교적 쉽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통적인 미국의 외교 정책에 얽매이지 않는데다가 정책 결정도 빠르다는 점에서 이들 입장에선 기회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아예 접근하지도 않았던 뼈아픈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엔 일찌감치 공을 들이는 측면도 적지 않다.
우방 가운데는 영국이 트럼프 캠프에 가장 밀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수시로 마러라고를 방문하고 핵심 공화당원들을 만나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주기적으로 식사를 가지며, '슈퍼 화요일' 축하 파티에 참여한 것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대선 행사에도 꾸준히 눈도장을 찍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드러나게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뉴욕에서 만난 것은 물론이고, 야당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면담을 타진 중이라고 WP는 전했다.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대만 정부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과 접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동 국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50인 명단과 핵심 10인 명단을 작성해 관리에 나서기까지 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 정상과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 등 국제 현안을 비롯해 낙태권 등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민 문제에 강경한 정책을 취해 온 오르반 총리, 두다 대통령과는 이민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상당수 대화는 맥락이 없고 골프 등에 대한 잡담도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WP는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줄을 대는 유럽 국가들의 경우 어느 정도 역풍은 감수해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이 같은 행동들에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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