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제 실점에 후반 이영준 퇴장 수적 열세…연장까지 2-2, 승부차기 10-11
▶ ‘준비기간 2년 6개월여’ 황선홍, 신태용과 지략대결서 참패
▶ 파리행 좌절로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 무산
파리행 좌절된 한국 축구 [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황선홍호가 신태용호 인도네시아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패하며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대업 달성에 실패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와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2-2 무승부에 그치고 승부차기에서 10-11로 졌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하는 이번 대회에서 1∼3에는 파리행 직행 티켓을 얻고, 4위는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행 여부를 가린다.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매번 본선 무대에 올랐던 한국은 이날 8강에서 탈락하면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이후 40년 만이다.
2021년 9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더불어 이번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U-23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황 감독은 2년 6개월여의 시간이 주어졌는데도 올림픽 본선행에 실패하며 지도자 경력에 큰 오점을 남겼다.
한국이 인도네시아와 U-23 대표팀 간 대결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까지 5전 전승을 기록 중이었다.
2017∼2018년 한국 A대표팀을 이끌었으며 2020년부터는 인도네시아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지휘해온 신태용 감독은 한국이라는 아시아의 '거함'을 침몰시키며 지도력을 과시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이날 경기에 앞서 신 감독과 2027년까지 재계약을 맺으며 힘을 실어줬다.
인도네시아는 1956년 멜버른 올림픽 이후 68년 만의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과 마찬가지로 스리백 전술을 들고나왔다.
조현택(김천)과 이강희(경남), 변준수(광주)가 스리백을 구성했고 골키퍼 장갑은 백종범(서울)이 꼈다.
좌우 윙백으로는 이태석(서울)과 황재원(대구)과 나섰고 중원에는 백상훈(서울)과 김동진(포항)이 배치됐다.
팀 내 최다 득점자인 이영준(김천)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가운데 엄지성(광주)과 강성진(서울), 홍시후(인천)가 스리톱 공격진을 형성했다.
황선홍호는 예상과 다르게 시작부터 인도네시아에 크게 밀렸다.
전반전 점유율에서 48%-52%로 뒤졌고, 슈팅 수에서 1-7, 유효슈팅 수에서도 0-3으로 열세를 보였다.
한국은 전반 9분 프리킥 상황에서 나온 이강희의 벼락같은 중거리 슛이 골망 흔들면서 앞서나가는 듯했으나 주심이 비디오판독(VAR) 온필드리뷰를 한 결과 앞서 한국 공격수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것으로 확인돼 득점이 취소됐다.
이후 계속 밀리던 한국은 전반 15분 만에 라파엘 스트라위크가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때린 중거리 슛에 선제골을 내줬다.
이번 대회 첫 실점을 내준 한국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전반 32분 마르셀리노 퍼디난이 스트라위크와 공을 주고받으며 골 지역 정면까지 파고들어 와 때린 슈팅이 골대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한국은 전반 45분 상대 자책골로 동점골을 넣는 행운을 누렸다.
엄지성이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한 것이 인도네시아 수비수 코망 테구의 머리와 골키퍼 에르난도 아리의 손을 차례로 맞고 골대로 들어갔다.
겨우 한숨 돌리는 듯했던 한국은 불과 3분 뒤 스트라위크에게 수비진 실책에서 비롯된 어이없는 골을 내주고 말았다.
인도네시아 후방에서 한 번에 넘어온 공을 이강희와 백종범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으나 호흡이 맞지 않았고, 결국 스트라위크에게 슈팅을 허용했다.
패배 위기에 몰린 황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카드 3장을 쓰며 공격적인 방향으로 큰 폭의 변화를 줬다.
홍시후, 이태석, 김동진이 빠지고 이영준, 정상빈(미네소타), 강상윤(수원FC)이 투입됐다.
이후 공세의 수위를 높이며 분위기를 가져가는 듯했던 한국은 이영준의 퇴장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상대 센터백 저스틴 허브너와 계속 신경전을 벌이던 이영준이 경합하던 허브너의 발목을 걷어찼다.
처음에 경고를 줬던 주심은 온필드리뷰를 하더니 후반 25분 레드카드로 고쳐 들었고, 한국은 수적 열세에 놓였다.
황 감독은 후반 30분에는 엄지성 대신 홍윤상(포항), 35분에는 강성진 대신 장시영(울산)을 그라운드로 내보냈다.
한국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상대 진영을 몰아치더니 후반 39분 정상빈의 천금 같은 동점골로 2-2를 만들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역습 상황에서 홍윤상이 정상빈에게 패스했고, 정상빈은 골 지역 왼쪽에서 침착하게 오른발로 슈팅해 골대를 갈랐다.
한국에는 황 감독이 후반 추가시간 항의하다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는 겹악재까지 찾아왔다.
연장 후반부터 한국은 처절하게 '두 줄 수비'를 펼쳤고, 결국 경기는 승부차기로 향했다.
양 팀 모두 6번 키커만 나란히 실패했을 뿐 모두가 승부차기에 성공해 나갔고, 12번 키커까지 페널티스폿에 서야 했다.
한국의 12번 키커 이강희의 슛이 골키퍼에게 막혔고, K리그1 수원FC에서 뛰는 인도네시아 측면 수비수 아르한의 마지막 슈팅이 오른쪽 골대에 꽂히면서 한국의 파리행 불발이 확정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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