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고정관념이 바뀐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본질은 무시하고 본인이 알고 있는 상식만 앞세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2019년 12월 헌법재판소에서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공개 변론이 열렸다. 필자는 9명의 재판관 앞에서 한국에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은 미국 태생 한인 이민2세들이 복수국적으로 인해 미 공직이나 정계진출에 장애가 되고 있음을 증거 자료를 통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에 법무부 참고인인 모 법학대학원 교수는 “복수국적자라는 이유로 미국에서 제도적으로 공권적으로 취업 생활에 제한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이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다투어야 할 법률상의 문제이다.”라고 반박했다.
즉 복수국적으로 인해 공직이나 정계 진출에 불이익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병역과 무관한 선천적 복수국적 한인 2세들에게 국적 이탈을 하지 않으면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병역기피자로 만들며 원인 제공을 한 “홍준표법”을 왜 미국 정부에 따져야 하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2조 2항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라는 규정하고 있기에 모 교수의 주장은 법적 타당성 결여 및 책임 회피성 탁상공론이라 할 수 있다.
국적법 개정을 위한 대통령 청원서 발송에 관한 뉴욕 기자회견에 한국 특파원들도 초청했으나 모 특파원은 “한국에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국적자동상실제를 도입하게 되면 원정출산자가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병역을 기피할 수 있다”며 취재 참석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원정출산자는 모가 미국 방문 비자나 단기 체류 상태에서 출산하였기에 불법체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출산 후 아이를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지 병역을 피할 목적으로 모자간의 법적, 사실적 관계마저 끊어가면서 갓난 아이를 미국에서 입양이나 가디언을 두고 18년 동안 남겨 두거나 혹은 한국에서 출생신고 없이 키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더우기 2005년 홍준표법에 의해 원정출산자나 병역기피자는 병역을 필하지 않는 한 국적이탈을 못하게 원천봉쇄되었다. 빈대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산간 태운다는 말이 생각난다.
2015년 11월, 헌법재판소는 복수국적자가 공직에 취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극히 우연적인 사정”에 지나지 않아 입법자에게 이러한 경우까지 예상하고 배려해야 하는 “입법의무가 없다”고 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반대를 위한 반대의 결정’으로 인한 부정적 여파가 지금까지도 한국의 정부, 국회, 학계, 그리고 국민정서에 깊게 자리잡고 있어 복수국적으로 인한 해외동포 2세의 불이익을 인정하면서도 피해 구제를 위한 입법 개정의 의지에 등돌리는 시대낙후적 법적 후유증을 앓고 있다.
마침내 2020년 9월 헌법재판소는 필자의 5차 헌법소원에서 2015년의 결정을 뒤집으면서 “병역부담 형평의 원칙” 보다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병역자원이 아니다”라고 인정하였다. 즉 “주된 생활지가 외국이며 한국에 출생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국민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그가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기 어렵다”라고 현실을 직시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국적법 시행규칙은 국적이탈신고자에게 출생신고서 등을 제출하게 하고 있는데 이는 다소 불편함이 있지만 국적이탈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정도는 아니다”라며 필자의 주장에 대해 7:2 결정으로 위헌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에 부모가 이혼한 경우와 연방 정부 정보직에 근무하는 미국인 아버지가 개인 신상 정보를 한국 정부에 줄 수 없어 자녀의 출생신고가 불가능한 사례로 현재 헌법소원이 계류 중이다.
필자는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10년 이상 한국 정부와 국회에 문을 두드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은 아직도 옛 모습을 그대로다.
이제는 정말 헌법재판소가 또 다시 전의 결정을 뒤집기 전에 하루속히 현행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를 없애고 국적자동상실제를 부활해야 한다. 왜냐하면 재외동포 2세는 한국의 자산이며 미래의 한국을 더욱 빛나게 할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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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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