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주도 휴전결의안 중·러 거부로 불발…앞선 3번은 美가 거부권 행사
▶ 우크라이나 전쟁·北 유엔결의 위반 대응도 美·중러 갈등 구도에 무산
▶ 25일 휴전결의 논의도 美 거부권 가능성…”안보리 기능고장 확인될 것”
가자지구 휴전 결의안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 [로이터=사진제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강대국 간 입장 차에 따라 잇따라 거부권이 행사되면서 핵심 안보 이슈에 대해 안보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이하 현지시간) dpa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안보리는 이르면 25일 공식회의를 열어 비상임 이사국들이 주도해 제출한 휴전 결의안에 대해 표결한다.
제출된 초안은 라마단을 맞아 항구적이고 지속가능한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촉구하고 가자지구 전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호 지원 필요를 강조하는 내용을 담았다.
안보리는 지난 23일 오전 해당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일정이 연기됐다.
오는 25일 예정된 회의도 개최 시간에 임박해서 또다시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휴전 결의안 논의는 앞서 지난 22일 미국이 주도해 제출한 휴전 촉구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되면서 이어진 것이다.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보호하고 인도주의적 구호 지원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즉각적이고 지속가능한 휴전이 필요불가결(imperative)함을 결정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남아 있는 인질 석방과 연계된 휴전을 보장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명백히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회람된 초안에는 휴전과 인질 석방을 직접적으로 연계하는 내용이 있었으나 안보리 이사국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최종 문구에서는 빠졌다.
이 같은 결의안에 15개 이사국 중 11개 이사국이 찬성표 던졌고, 중국, 러시아, 알제리 등 3개국은 반대, 가이아나는 기권표를 행사했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반대 또는 기권 표를 던진 나라들은 결의안에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demand)하거나 '촉구'(call on)한다는 명확한 표현 대신 다소 모호하고 생소한 '필요불가결함을 결정한다'(determines the imperative of)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을 문제삼았다.
기권표를 던진 가이아나의 카롤린 로드리게스-비르케트 유엔대사는 "이번 결의안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call)하지 않는다"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범죄로 인해 집단적으로 처벌받고 인질로 잡혀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거부권을 행한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에 대해 "과도하게 정치화됐다"라고 비판하며 "만약 결의안이 채택되면 이는 가자지구 휴전 필요성에 대한 논의의 문을 닫게 만들고 이스라엘의 묶인 손을 자유롭게 해 결국 가자지구 전체가 이스라엘 수중에 들어가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서방과 곳곳에서 대립하고 있는 중국·러시아의 견제가 거부권 행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부결 후 발언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그들은 하마스를 비난하기를 거부하고, 나아가 미국이 주도한 결의안에 찬성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안보리가 성공하는 것보다는 미국이 실패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6개월째 이어진 전쟁으로 가자지구 내 민간인 희생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서고 100만명 이상이 식량 위기 심각성의 최고 단계인 재앙·기아 상황에 놓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안보리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에 그동안 실패해왔다.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주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앞서 세 번은 미국에 의해 이뤄졌다.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가 하마스에만 유리할 수 있거나 중동 협상을 망칠 것이란 이유를 들어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미국이 마지막 거부권을 행사했던 지난달 20일 회의 때는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미국과 영국(기권)을 제외한 13개국의 찬성을 얻어 유엔 내부에서 거부권 행사에 따른 역풍이 컸다.
그러나 민감한 안보 현안을 두고 안보리 내에서 미국을 필두로 하는 서방과 그 반대편에 서는 중국, 러시아가 거부권을 시사하거나 실제로 행사하며 사사건건 대치하는 것은 최근 새롭게 대두된 일은 아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 연차총회에서 안보리 회의에 직접 참석,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전쟁 책임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기능이 무력화된 점을 비판하며 유엔 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비호 속에 안보리 차원의 핵무기·탄도미사일 개발 견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 같은 구도 속에서 이르면 25일로 예정된 안보리 회의에서도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예정된 결의안 투표도 미국의 네 번째 거부권 행사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많은 전문가에게 이번 사태는 안보리 기능이 고장 났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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