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박물관 건립 프로젝트 현황과 의의
▶ 연방·주·LA시 정부 지원금 1,450만달러 확보
▶KANM 이사회 팬데믹 따른 지연 등 난관 뚫고 한인사회 미래·후대 유산 위한 건립 노력 최선
한미박물관 이사회가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박물관 건립 새 디자인.
LA 한인타운 버몬트와 6가 코너의 한미박물관 건립 예정 부지. [박상혁 기자]
미주 한인 이민사 및 문화유산 보존의 산실 역할을 하게 될 한미박물관(KANM·Korean American National Museum) 이사회가 새로운 건축 디자인 세부안을 공개하면서 박물관 건립이 새 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본보 20일자 A1면 보도) 한미박물관 이사회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새로운 건축 디자인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탑 클래스 건축설계사무소‘모포시스’(Morphosis)의 이의성 건축가가 기와 지붕 디자인을 활용해 한인들의 문화유산을 기리는 상징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 전기를 마련한 한미박물관 건립 사업의 의의와 경과,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본다.
■의의
한미박물관 건립 프로젝트는 한인 이민사회가 커뮤니티의 정신적 뿌리라 할 수 있는 이민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한인 차세대에게 전수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남가주의 일본계와 중국계 커뮤니티가 대규모의 일미박물관(Japanese American Museum)과 중미박물관(Chinese American Museum)을 지난 1992년과 2003년 각각 개관한 것처럼, 121년의 이민 역사를 가진 미주 한인 이민사회가 후손들에게 이민 선조들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시켜 민족적 뿌리를 보존하고 차세대들의 이민 역사를 알리는 문화와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한미박물관 건립이 성사되면 LA 한인사회는 물론 미 전국에서도 최초의 일로 미주 한인 이민사에 커다란 획을 그을 역사적인 프로젝트라는 평가다.
■배경과 경과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미박물관의 건립 사업은 1990년 대 초반 진행됐던 ‘한미박물관’을 명칭으로 했던 사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다. 지난 2015년 고 홍명기 회장과 장재민 이사장 등 한인사회 유산 보존과 교육을 위한 역사적 시설 건립 구체화에 뜻을 모은 한인사회 리더들로 현재의 이사회가 구성된 후 한인 후세들과 미래 사회에 소중한 유산을 물려주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로 추진되어 왔다.
당초 새로운 한미박물관 건립 사업은 박물관 건립 이후 관리비 등의 충당을 위해 박물관 본관과 거주용 부속 아파트 건물을 포함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개발한다는 매스터 플랜을 바탕으로 추진됐다. 이를 위해 LA 시정부로부터 50년간 부지를 장기 무상임대 받아 총 2만9,000스퀘어피트 규모의 박물관 및 교육 시설과 함께 103개 유닛의 아파트 및 지하 주차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승인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매스터 플랜이 완성된 지난 2016년 이후 건설 환경이 크게 변한데다 시정부 부지 이용에 따른 건축 비용 상승과 건설 공사 직원들에 대한 우대임금 지급 등 당초의 프로젝트를 그대로 추진할 경우 건축 비용 급증과 향후 관리비 사용 등의 문제점들이 대두됐다.
특히 한미박물관 건립 사업은 미국 내 한인 역사 보존의 산실이라는 의미 뿐 아니라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의 민관 합동 프로젝트로서 정부 지원기금을 사용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LA시를 비롯한 행정기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미박물관 이사회는 이민역사 보존이라는 박물관의 본래 기능에 더 충실하고 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난 2018년 2만 스퀘어피트의 부지에 주거용 아파트 부속건물이 따로 없는 3층 규모의 한미박물관 건물만을 신축할 계획을 세우고 LA시에 새 프로젝트의 재승인을 요청, 본격적인 건립 사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러나 프로젝트 시행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장애물에 맞닥뜨려야 했다. 이로 인해 3년 가까운 기간 동안 시정부 행정 중단 및 지연 등으로 프로젝트의 진척이 사실상 정지되는 난관을 겪었다.
■프로젝트 예산
한미박물관 이사회는 그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한미박물관이 들어설 LA 한인타운 버몬트와 6가 교차로 남서쪽 코너의 LA시 소유 주차장 부지에 대해 지난 2018년 LA시와 장기 무상임대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LA 시정부(350만달러)와 캘리포니아 주정부(400만달러), 그리고 연방 정부 지원 기금(700만달러) 등 1,450만달러를 확보한 상태다.
이사회가 적극 나서서 정부 리더와 정치인들의 지원 및 협력을 이끌어내면서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22년 12월 LA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연방하원 캘리포니아 34지구의 지미 고메스 의원의 노력으로 지역사회 개발기금인 연방 예산 700만달러 지원을 승인받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에 더해 한미박물관 이사들과 한인사회의 뜻 있는 독지가들의 기부가 한미박물관 건립 프로젝트의 초석이 되어 왔다.
고 홍명기 회장과 장재민 현 이사장을 비롯한 초창기 이사진들이 50만달러씩 약정해 초기 기금을 조성하고 지난 2019년 고 홍명기 회장이 200만달러를 추가로 기부해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의 모범을 보였다. 또한 한미박물관 미셸 문 이사와 남편 문항업 회장 부부가 총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또 고 김용환 코아맥스 회장 부부, 데이빗 이 전 한미박물관 이사, 고 권정자 이사, 익명의 기부자 등이 5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거나 약정했다. 개인과 기업 등 10만달러 이상의 기부자를 포함한 고액 후원자들의 자발적인 민간 후원금도 조성돼 있다.
초창기 한미박물관 건립 프로젝트는 총 2,000만여 달러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플랜을 가동해왔으나 건축 관련 비용 급등과 인플레이션, 팬데믹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공사 착공 등 프로젝트 시행 최종 예산이 당초 예상보다 다소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미박물관 이사회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추가 기금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한미박물관 이사회는 체계적이고 철저한 기금 관리를 통해 그동안 건립 사업을 위해 지원과 기부를 아끼지 않은 독지가 및 기부자들과 함께 진행 상황과 비전을 모두 공유해 왔다고 전했다. 비영리단체인 한미박물관의 모든 재정 현황은 매년 외부 회계법인의 독립 감사(Audit)를 거쳐 2023년 현황까지 연방 국세청(IRS)에 투명하게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박물관의 비영리기관 재정 현황 보고는 일반에 공개되는 IRS 자료를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건축 디자인
한미박물관의 건축 디자인은 오렌지카운티 박물관을 디자인한 전문 건축회사인 ‘모포시스(Morphosis)’의 한인 건축가 이의성씨가 맡고 있다. 모포시스 아시아 총괄 소장인 이의성씨는 미국과 한국에서 영향력 있는 대표적인 건축가로 꼽힌다.
지난 2008년 한국 외교부가 진행한 주 일본 한국대사관 신축 설계공모에 당선됐다. 주일 한국대사관 설계는 ‘한국 전통정원’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 전통 이미지를 형상화해 창문을 천조각을 이어 붙여 만드는 전통 보자기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이 소장은 최초의 한인 이민 역사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이르도록 미국사회에 기여한 한국의 문화유산을 보존, 연구, 소개하기 위한 한미박물관 설계에 한국 예술과 문화의 영원한 주제인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망
한미박물관 이사회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한미박물관 건립 사업을 박물관 건물의 일부 세부 디자인 변경안을 검토하고 그동안 건축 관련 비용 상승, 코로나19 사태 등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제반 환경이 시시각각 변해온 현실 속에서 플랜 시행 가속화에 박차를 가할 방안들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미박물관 이사회 측은 “한미박물관 건립은 이제 121년을 넘은 자랑스러운 한인 이민사를 보존하고 250만여 미주 한인들의 자긍심과 한인 차세대들에게 물려줄 희망과 비전을 담아내기 위한 프로젝트”라며 “각계 전문가들과 리더들로 구성된 한미박물관 이사회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한인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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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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