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 득표 5선 확정
▶ 득표율·투표율 모두 사상최고
▶“강한 러 만들겠다” 승리 연설
▶우크라 문제 우선 해결 강조
▶서방에 ‘3차대전’ 근접 경고
블라디미르 푸틴(71) 러시아 대통령이 15~17일(이하 현지 시간) 사흘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로 5선을 확정하며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푸틴 대통령은 국내적으로는 경제에 집중하며 내부 동요를 차단하고 국제적으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중심축으로 한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핵 위협 카드를 흔들며 존재감을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2036년까지 종신집권 길 열어=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8일 개표율 99.43%를 기준으로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이 87.3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다른 세 후보는 3~4%대의 득표율에 그쳐 예상대로 푸틴 승리를 위한 조력자 역할에 그쳤다. 이는 사상 최고 득표율로, 종전 최고 기록이 2018년 76.69%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0%포인트 이상 높다. 투표율 역시 77.44%로 1991년 대선에서 기록한 74.66%를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030년까지 임기를 수행하면 푸틴은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 집권 기간인 29년(1924~1953년)을 넘어선다. ‘꼼수 개헌’을 통해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해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도 닦았다. 34년(1762~1796년)을 재위한 예카테리나 2세보다도 오래 집권하게 되는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1952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5세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잠입한 소련 스파이를 다룬 영화 ‘방패와 칼’을 보고 첩보 요원이 되기로 결심한다. 1970년 레닌그라드대 법대에 입학해 졸업한 뒤 1975년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정식 요원으로 발탁된다. 1999년 46세의 나이로 총리에 올라섰고 2000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된다. 총리는 두 차례(1999~2000년, 2008~2012년), 대통령은 네 차례(2000~2008년, 2012~현재) 지냈다.
◇서방 제재에도 선방한 경제 성적표=러시아 국민들이 푸틴을 선택한 이유로 여러 가지가 지목되지만 전쟁에 따른 경제적 피해 등 실질적인 어려움이 표면화되지 않은 점이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러시아에 대규모 경제제재를 가했지만 예상외로 러시아 경제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 등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국가들에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수출해 급한 불을 껐고 지난해에는 소폭의 경제성장까지 했다.
다만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중국에 에너지 자원과 원자재를 공급하는 ‘경제 식민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표면적으로는 경제적인 안정을 누리며 푸틴의 지지율도 견고한 모양새다.
푸틴의 지난해 지지율은 80%를 웃돌며 우크라이나 전쟁 전보다 외려 높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유권자들은 공산주의 붕괴 이후 경제적 어려움에 빠졌던 러시아를 푸틴 대통령이 구해냈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푸틴 대통령의 막강한 무기이며 러시아 국민들이 그를 대체할 리더십이 없다고 판단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푸틴, 우크라이나전 확전 나서나=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푸틴은 향후 추가 징집 등 특별 군사작전 정책을 강화하고 서방과의 신냉전 대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푸틴은 이날 승리 연설에서 “우리 앞에는 많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러시아가 하나로 뭉치면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일을 해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의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강한 러시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히 ‘누구도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라는 전제로 러시아와 미국 주도 나토 동맹의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난다면 3차 세계대전에 근접하게 될 것이라며 서방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앞서 13일 공개된 리아노보스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간 언급을 꺼렸던 자신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에 대해서도 발언했다. 푸틴은 “그는 세상을 떠났다. 이것은 항상 슬픈 일”이라며 “나발니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정부 구성원이 아닌 동료들이 나에게 나발니를 서방국가 감옥에 있는 사람들과 교환하려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말했다”며 자신이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나발니가 사망 직전 서방국가 감옥 수감자와의 교환으로 석방될 수 있었다’는 나발니 측근들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한편 미 백악관은 러시아 대선 결과에 대해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권력에 굶주린 독재자라고 표현하면서 “영원히 통치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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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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