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N, 미 당국자 인용 보도… “러 공격 막으려 중국·인도에도 도움 요청”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말, 미국 정부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비했다고 CNN 방송이 9일 보도했다.
복수의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당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열세에 몰리자 이를 타개할 수단으로 소형 전술 혹은 전장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틀린 예측이었으나, 당시 미 정부 당국자들에게는 이 우려가 '가설' 수준이 아닌 꽤 구체적인 형태의 위협이었다고 이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들은 당시 미 정부가 2022년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러시아가 핵 공격을 준비하고 있거나 실제로 공격을 감행했을 경우 미국의 대응책까지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만약 당시 러시아가 실제로 핵 공격을 감행했다면 이는 1945년 미국의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이후 80여년 만에 처음으로 발생한 핵 공격이었을 것이다.
CNN에 따르면 당시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핵 공격을 우려한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당시 러시아가 전쟁에서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의 대대적인 반격에 밀려 유일한 점령지였던 헤르손마저도 잃을 위기였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남부에 위치한 헤르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점령한 곳 중 하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곳을 이미 러시아의 일부라고 천명해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 코앞까지 진격해오자 푸틴 대통령이 이를 러시아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으로 간주해 핵 공격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것이다.
여기에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이 전쟁에서 방사능 폭탄을 사용했다는 거짓 주장을 퍼뜨린 것도 미국 정부의 걱정을 키웠다고 이 당국자들은 전했다.
2022년 10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 장관은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에 우크라이나가 방사능 폭탄을 전쟁에 사용하고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미국은 이를 즉시 거짓 선전으로 여기며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러시아가 이렇게 근거 없는 거짓말을 퍼뜨린 의도가 자신들의 추후 핵 공격을 덮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이런 와중에 이 시기 러시아 당국자들이 핵 공격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몇몇 정보 당국의 첩보까지 입수되며 이러한 우려는 현실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당시 미국 정부가 이러한 '러시아 핵 공격' 시나리오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정황은 이후 보여준 행보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그 즉시 러시아와 주변 동맹국들에 연락을 취하며 이것이 현실로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 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직접 접촉해 미국의 우려를 전달했으며, 마크 밀리 당시 미 합참의장도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에게 연락해 이를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빌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보내 당시 터키에 있던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을 만나게 하기도 했다.
당시 미 정부는 서방 국가 등 동맹국들 외에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 인도 정부에도 러시아의 핵 공격을 저지해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이 당국자들은 전했다.
미 당국자들은 당시 시진핑 국가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접촉했던 것이 러시아의 핵 공격 위험을 피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이 당국자들은 전했다.
한 당국자는 "중국과 인도, 다른 국가들까지 관여한 것이 러시아의 생각에 일부나마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이것이 우리의 내부적인 평가라고 본다"고 CNN에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상당 부분 실패로 돌아가고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진 현재로서는 러시아의 핵 공격에 대한 우려가 거의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러시아의 핵 공격 가능성은) 우리의 고려 안에서 멀어질 일이 아니다. 적어도 앞으로 몇 달 내에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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