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경제·가자전쟁”…주별 현안 놓고 민주·공화 경쟁 가열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전 대통령[로이터]
5일 수퍼화요일을 기해 꼭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로 치러질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승패를 판가름할 키를 쥔 경합주의 향배가 주목된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에선 득표율이 높다고 무조건 당선이 되지는 않는다. 메인과 네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50개주 대부분이 한표라도 많은 표를 차지한 후보에 주별 선거인단 표 전체를 몰아주는 승자독식 선거인단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이미 확고한 지지세를 확보한 주는 사실상 결과가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이다. 어느 쪽이 승리할지 예측하기 힘든 이른바 '경합주'(swing state)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CNN 방송 등 외신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19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앞서는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선거인단 숫자인 270명에서 45명 모자란 225명을 확보한 채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반면 공화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표심이 기운 주와 선거구들에 속한 선거인단 수는 234∼235명 남짓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올해 미 대선의 승자는 애리조나(11명), 펜실베이니아(19명), 위스콘신(10명), 네바다(6명), 미시간(15명), 조지아(16명) 등 나머지 6개 경합주 유권자의 마음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전했다.
애리조나주의 경우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에 0.7%포인트차로 승리했지만, 2020년 대선에선 반대로 바이든에게 트럼프가 0.7%포인트차로 눌려 패배하는 결과가 나왔다.
조지아와 미시간,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등 나머지 경합주 대다수도 2016년에는 트럼프를, 2020년에는 바이든을 택했던 지역들이다.
바이든과 트럼프 측은 이미 경합주 주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쟁탈전을 펼치고 있다.
애리조나주와 관련, FT는 "멕시코와 거의 600㎞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고 있어 핵심 현안인 '불법이민' 문제 해결방안을 놓고 백악관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힘겨루기를 벌이는 상황이 대표적"이라고 짚었다.
미국행 불법이민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애리조나주에선 남동부 도시 투손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유입이 지속돼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돼 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국경 통제 강화 예산안이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된 것을 두고도 일각에서는 이민 문제를 악화한 상황 그대로 대선까지 끌고가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관측이 돌았다. 다급해진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강경이민 정책으로의 선회도 시사한 바 있다.
조지아에선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저지른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와 관련한 형사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바이든 행정부 들어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등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10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아랍계 미국인인 미시간에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뇌관으로 떠올랐다.
4년 전 미시간주는 바이든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 중 하나였지만, 현재는 가자 전쟁 과정에서 보여준 바이든 대통령의 친 이스라엘 행보로 아랍계 민심이 싸늘하게 식은 상태다.
실제 지난달 27일 치러진 미시간 경선에서 '지지후보 없음'이 10%대를 기록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아랍계 민심 달래기가 본선에서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태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자동차 제조업 등 분야에 종사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표심이 향방을 가르게 될 것이라고 FT는 진단했다.
미시간 등과 함께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에선 현지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셰일가스 생산이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최근 이 지역을 찾은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펜실베이니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란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약 2만표 차이로 박빙의 승리를 거뒀던 위스콘신에선 공화당이 다수인 주의회가 낙태 금지를 밀어붙이는데 대한 여성계의 반발이 거센 편이어서 낙태권 보장 문제가 현안이 될 것으로 진단된다.
이런 가운데 2008년 이후 네 차례 대선에서 일관되게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던 네바다주에선 올해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실업률이 미국 50개주 중 최고치인 5.3%에 이르는 등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으면서 민생고가 심화한 결과다.
FT는 "네바다주에선 지난 2022년 공화당 주지사가 선출됐고, 트럼프가 다른 어떤 주보다도 바이든에 크게 앞서고 있다"면서 두 잠재적 대선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평균 7.7%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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