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숄츠 총리 ‘표적 조절’ 발언에 英 반박…논란 와중 러 언론서 공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로이터=사진제공]
"타우러스로 크림대교를 공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독일군 고위 간부들의 대화 녹취를 러시아 측이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독일 정부는 하루 만에 도청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구체적인 경위 파악에 나섰다.
러시아 국영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문제의 녹취를 공개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독일산 장거리 순항 미사일 타우러스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독일과 유럽 내 불협화음을 키워 결과적으로 타우러스 지원을 무산시킬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 독일, 하루 만에 "도청 확인"…러 "다시 원수 됐다" 공세
독일 국방부는 2일(현지시간) ARD 방송에 "우리 평가에 따르면 공군 내부 대화가 도청당했다. 소셜미디어에 유포되고 있는 녹음본이나 녹취록이 수정됐는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도청의 주체가 누구인지 등 구체적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전날 녹취록이 공개된 직후 연방 군사정보국(MAD)이 도청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도청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고 나오는 길에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고강도로 신속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녹취는 잉고 게르하르츠 독일연방 공군 참모총장과 작전·훈련 참모인 프랑크 그래페 준장, 또 다른 장교 2명이 지난달 19일 암호화되지 않은 화상회의 플랫폼 웹엑스에서 나눈 대화로 알려졌다.
38분 분량의 녹취에서 이들은 "크림대교는 매우 좁은 목표물이어서 타격하기 어렵지만 타우러스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프랑스 다소의 라팔 전투기를 사용하면 타우러스로 크림대교를 공격할 수 있다" 등의 대화를 나눴다. 타우러스 미사일의 기술적 운용과 함께 "미사일이 어린이집에 떨어져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언급도 있다.
이런 대화는 타우러스 배치를 전제로 했다기보다 혹시 있을지 모를 정부 결정에 대비해 필요한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치권이 타우러스 지원에 회의적이라는 언급도 등장한다.
녹취는 타우러스 지원을 두고 독일은 물론 유럽에서도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러시아 언론이 공개했다. 러시아 당국은 RT의 녹취록 공개를 기점으로 독일에 공세를 펴고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녹취가 공개된 뒤 "독일에 설명을 요구한다"며 "질문에 답을 회피하려는 것은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에서 "우리의 오랜 라이벌 독일이 다시 원수로 변했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공군 장교들이 크림대교 폭파를 언급하는 등 독일이 무기 지원을 넘어 전쟁에 사실상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크림대교는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동쪽 러시아 본토를 잇는 다리다. 전쟁 발발 이후 보급로를 끊으려는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표적이 됐다.
◇ "러, 정보력 과시하며 유럽 내분 유도"
서방은 러시아 측이 독일과 유럽을 상대로 정보력을 과시하고 내부 분열을 유도해 타우러스 지원을 최종적으로 무산시키려고 벌인 일로 의심한다.
우크라이나는 대반격을 앞두고 지난해 5월 독일에 타우러스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숄츠 총리는 야권은 물론 신호등 연립정부 내 찬성 의견에도 불구하고 확전 우려를 이유로 1년 가까이 타우러스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숄츠 총리는 지난달 26일 "전쟁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며 타우러스 지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흘 뒤에는 "잘못 설정될 경우 모스크바 어느 곳이든 도달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그는 또 "영국과 프랑스가 표적 조절을 위해 하는 일을 독일은 할 수 없다. 시스템을 다뤄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영국과 프랑스가 이미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스칼프(SCALP) 운용을 위해 자국군을 현장에 배치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다.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숄츠 총리의 발언 이틀 뒤 "스톰 섀도 운용과 표적 설정은 우크라이나 공군이 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토비아스 엘우드 전 영국 하원 국방위원장은 "타우러스 지원 문제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한 의도적인 기밀정보 오용"이라고 숄츠 총리를 비난했다.
그러나 공개된 녹취에도 스톰 섀도와 관련해 "현장에 (영국군) 몇 명이 있다"는 언급이 등장한다. 독일 연방군 대령 출신인 로데리히 키제베터 의원(기독민주당)은 "러시아가 독일의 의사결정을 얼마나 깊이 파악하고 있는지 공개해 타우러스 지원을 저지하려는 의도"라며 "영국과 프랑스, 독일을 갈라놓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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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핵전쟁이 오눈구나...유럽이ㅜ개입하면 핵공격으로 다 죽고 미쿡이ㅡ개입하여ㅠ세계가ㅜ핵폭탄으로ㅠ전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