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의협 집행부 수사 착수…전국 곳곳서 일부 전공의 병원 복귀
남은 의료진 피로 누적… “사직 아니라 순직하겠다”, “더 버티기 힘들어”
▶ ‘파국’ 향하는데 중재·대화 안 보여…총리 “환자 곁 떠나는 것 용납 안돼”
의협 “처벌 겁박하는 전체주의 국가”…대통령실 “의협 대표성 없어”
(서울=연합뉴스) 의대 증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 이탈 등 집단행동이 벌어진 지 8일째인 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4.2.27
한국 정부가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에게 복귀 시한으로 제시한 29일(이하 한국시간)까지 하루가 남은 가운데, 전공의 단체 집행부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가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의 자택에 찾아가 복귀명령을 전달하기 시작한 가운데, 경찰은 전날 보건복지부가 고발한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집행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전공의 복귀 시한이 임박하며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오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집단행동이 9일째 이어지면서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피로는 쌓여가고 있다. 현장에서는 "순직하겠다",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탄식과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 전공의 대표 '자택' 찾아가 복귀명령…의협 집행부 수사 시작
정부는 이날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등의 집에 직접 찾아가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했다.
그동안 우편이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으로 전공의들에게 현장에 돌아올 것을 명령했으나, 마지막으로 '송달 효력'을 확실히 함으로써 사법 절차를 위한 준비를 마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이들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을 중심으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과 사법당국 고발 등의 조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복귀 마지노선 제시에도 상당수 전공의가 진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지만, 사법처리가 임박한 만큼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이달 29일까지 근무지로 복귀할 것을 요청하며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복지부가 고발하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을 향해 "어떤 이유로든 의사가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은 이해될 수도 없고 용납될 수도 없다"면서 "전공의들은 내일까지 꼭 돌아와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을 돌봐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진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는데,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 자격 정지뿐 아니라 3년 이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경찰은 이날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의협 관계자들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복지부는 전날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 5명과 인터넷에 선동 글을 올린 '성명불상자'를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경찰은 사건을 이날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했다. 피고발인이 합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하면 검찰과 협의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주동자는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는 등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전공의 자택 방문을 두고 "대한민국이 대화와 타협보다는 겁박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며 "정부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의업) 포기를 통한 의사들의 저항도 더욱 거세지고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 전국 곳곳서 일부 전공의 현장 복귀…대다수는 아직 '관망세'
전공의들과 정부 사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진료를 중단했던 전공의들이 현장에 복귀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서울 건국대학교병원 소속 전공의 12명이 지난 26일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국대병원 전공의 수는 2022년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집계 기준 인턴 29명, 레지던트 169명 등 총 198명이다.
전남대병원에서는 지난주까지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전공의 119명 중 7명이 복귀했고 조선대병원도 113명 중 7명이 돌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또 충북대 병원 6명, 제주대병원도 1명이 현장으로 돌아왔으며, 대구 지역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전공의들로부터 사직 철회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의료 현장의 혼란 상황을 고려해 "일단 복귀 후 대응하자"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를 표방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개설되기도 했다.
이 계정 운영자는 '2024년 의대생의 동맹휴학과 전공의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모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위기에 놓인 환자들을 위해, 집단행동에 휩쓸리고 있는 의대생·전공의를 위해, 더 나은 의료를 고민하는 시민들을 위해 활동하고자 한다"고 했다.
일부 예비 인턴 중에선 임용 포기를 번복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양대병원에선 전날 인턴 2명이 임용 포기를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한양대병원 인턴 정원은 40명이다.
다만 대부분의 병원은 아직 전공의들의 복귀를 체감하기 힘든 분위기이다. 대다수 전공의는 복귀 마지노선인 29일까지 '눈치'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빅5'로 불리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에서도 아직 전공의들의 뚜렷한 복귀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날 복지부가 발표한 99개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 사직서 제출자는 27일 오후 7시 기준 80.8%인 9천937명으로 하루 전의 80.6%, 9천903명보다 소폭 늘었다.
복지부는 복귀 시한이 다가오면서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전날 발표(26일까지)에서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57개 수련병원의 7천36명이었는데, 이날 발표(27일까지)에서는 100개 수련병원 9천267명으로 늘었다.
병원들은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인 29일이 돼서야 전공의들이 어느 정도 복귀할지 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 남은 의료인들은 "탈진" 상태…'의협 대표성' 놓고 갑론을박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병원에 남은 의사 등 의료진은 지쳐가고 있다. 제때 진료나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전날 오후 6시까지 기준 보건복지부의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신고는 304건이나 된다. 하루 사이 26건이 늘었는데, 수술 지연이 21건으로 대부분이었다.
보건의료노조 대전충남본부는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련의·전공의 업무까지 떠맡은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과중한 업무와 언제 의료사고가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다"며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촉구했다.
전날 전남대병원의 응급의학과 한 의사는 "(정부는) 부디 이 사태를 좀 끝내달라"며 "총(강경책)이든 펜(협상)이든 얼른 꺼내야지, 이러다 사직이 아니라 순직하게 생겼다"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대전의 한 종합병원 전문의는 "다들 지치고 힘들어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고 의료진들끼리도 언성이 높아지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서 "점점 체력적·정신적인 여유가 고갈되며 상황이 더 악화해 환자에게 혹시라도 피해가 갈까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이 '파국'을 맞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와 의사들이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의사협회는 의료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접촉해 말씀을 들어보면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는 좀 어렵다"며 "대표성을 갖춘 구성원을 의료계 내에서 중지를 모아 제안해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가시적으로 합의를 이룬 것을 전달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탈한 전공의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쉽지 않다. 전공의들 중에서는 정부와 대화를 하고 싶지만 동료들의 눈치가 보여서, 집단행동을 이끈다고 오해를 받을까봐 망설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복지부 입장은 집단행동 여부와 별개로 전공의 누구와도 만날 수 있고, 집단행동을 접으면 의료계를 대표할 수 있는 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의대 교수의회는 이날 "전공의와 교수단체를 포함한 의료계에서 의대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하라"며 전공의들의 기존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성명을 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합이----->합의로
윤측은 의사협회가 대표성을 갖는다는게 혼란스러운 모양인데, 의대정원 이천명 늘려야 한다는 확신은 어찌 가지게 됬는지 궁금함. 검찰에 있으면서 늘상 범죄자들만 상대하고 퇴근후엔 술집만 돌아치셔서 살아온 반경이 좁아서 그러신가?잡범 상대 하듯이 의사들 갈라치기하는걸로 끝날일은 분명히 아닌것 같은데. 국민들 쒝이고 고생 시키지 말고의사협회와 같이 합이를 이뤄 좋은 대안을 이끌어 내기를 바라는 마음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