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하나 풀면서 시작하자.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 치하에 몇 년이나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1910년 8월 29일에 일본과의 을사늑약에 의해 국권을 잃었고 1945년 8월 15일에 해방이 되었다. 대답해 보라. 36년인가, 35년인가 아니면 34년인가?
햇수 또는 나이를 세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그 일이 일어난 해를 처음으로 보고 1년이라는 말하는 방법이 있다. 나이의 경우 ‘세는 나이’가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그 일이 일어난 다음 해의 그날에 1년이라고 말하는 방법이 있다. ‘만 나이’가 이에 해당한다.
일제 치하 기간에 관한 문제를 첫 번째 방법으로 풀어보자. 1910년이 국권을 빼앗긴 첫 해이다. 1911년은 그 두 번째 해가 되고, 1912년은 그 세 번째 해가 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1945년은 서른여섯 번째 해가 되므로 ‘일제 36년’이 된다. 다음은 두 번째 방법으로 계산해 본다. 1910년 8월 29일과 1945년 8월 15일 사이에는 만 35년은 안되고 34년 11개월 17일 정도의 시간흐름이 있다. 이를 ‘일제 35년’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던데 정확히는 ‘일제 34년’이 아닐까?
이 얘기를 하는 것은 어느 한쪽이 틀렸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세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나이를 세는 것도 그렇다. 세는 나이 또는 한국 나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는데 태어난 그 해에 한 살이 되고 그 다음 해에 두 살이 되는 나이 계산법이다. 하지만 태어난 해에 한 살이 된다는 것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역사를 배우면서 기원전(BC)과 기원후(AD)를 알게 된다. 기원전 3년의 다음 해는 기원전 2년이 되고 또 그다음 해는 기원전 1년이 된다. 그럼 기원전 1년 다음은 무엇일까? 기원전 0년이 아니다. 그렇다고 기원후 0년도 아니다. 기원전 1년 다음은 기원후 1년이다. 기원전이든 기원후이든 0년은 없다. 그렇다면 아기가 태어났을 때 0살이라고 하지 않고 한 살이라고 하는 것이 뭐 이상할 것도 없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된다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태중에 있던 기간이 1년’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그것은 억지다. 열 달을 태중에 있었다고 하지만 이 열 달은 음력 10달 즉 양력으로 40주이고 이것은 양력의 1년인 52주를 기준으로 했을 때 12주나 부족하다. 12주면 거의 3개월이나 차이 나는 것인데 이것을 1년으로 칠 수는 없다. 음력으로 해도 두 달이나 부족하다.
세는 나이의 전제는 음력이다. 그리고 음력은 햇수를 세는 방법이 양력과 다르다. 양력은 2023년, 2024년, 2025년처럼 숫자로 이어가지만 음력은 갑을병정으로 시작하는 10간과 자축인묘로 시작하는 12지의 조합인 60갑자로 이어간다. 그래서 각각의 해는 갑자년, 을축년, 병인년, 정묘년 등의 이름을 갖게 되며 60갑자의 마지막인 계해년 마지막 날 다음 날은 다시 갑자년의 첫날이 된다. 이렇게 60갑자가 무한 반복하는 것이다.
60갑자의 각각은 자기 고유의 기운이 있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즉 갑자년에는 갑자의 기운이 있고 을축년에는 을축의 기운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갑자년에 태어난 사람은 갑자의 기운을 받았고 을축년에 태어난 사람은 을축의 기운을 받은 것으로 본다. 그런 것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사주팔자다.
세는 나이는 60갑자의 새로운 기운을 받을 때마다 한 살씩 늘어간다. 갑자년에 태어난 아기는 즉 갑자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아기는 몇 월에 태어났건 상관없이 모두 한 살이다. 그러다 을축년을 맞이하면 을축이라는 새로운 기운을 받았으므로 갑자년생 모든 아기는 일제히 두 살이 된다. 그리고 을축년이 시작되는 것이 설날이다. 설날에 세배할 때 ‘새해’라는 단어를 넣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설날이 음력으로 새해 첫날이라서 그렇다. 설날은 새로운 갑자가 시작되는 첫날인 것이다. 그래서 전국의 모든 사람이 설날에 일제히 세는 나이를 한 살씩 더 먹는 것이다.
세는 나이에 대한 가장 강력한 공격은 ‘12월 31일에 태어난 아기는 그 다음 날인 1월 1일이 되면 두 살이 된다는데 무슨 이런 나이 계산법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음력으로 세는 나이를 따진다는 것을 도외시한 결과이다. 여기서 언급하는 12월 31일과 1월 1일은 양력의 표현법이다. 정확한 표현은 ‘섣달 그믐에 태어난 아기는 그 다음 날인 설날이 되면 두 살이 된다’이다. 음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태어나면 그 해 갑자의 기운을 받았으니 한 살이 되고 설날이 되어 새로운 갑자의 기운을 받으면 한 살을 더하는 것이 세는 나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섣달 그믐과 설날은 불과 하루 차이이지만 거기에는 설날 즉 새로운 갑자의 기운이 시작된다는 중요한 변수가 있다. 새로운 갑자의 기운과 나이 한 살을 동일시하는 것이 세는 나이의 나이 세는 방식이다.
지금 생활의 모든 영역이 양력을 기준으로 하기에 음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졌다. 그래서 세는 나이에 대해 ‘12월 31일에 태어난 아기는 그다음 날인 1월 1일에 두 살이 되는 이상한 나이 계산법’이라는 오해가 생기는 것이다. 좀 더 알아보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뭔가 자신이 미처 살피지 못한 것이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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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스프링필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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