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스 스토브 사용 시 실내 이산화질소 농도 높아져
▶소고기 요리 시 유해 초미세입자까지 발생
▶ 전기 사용 인덕션으로 교체하면 다소 도움
▶후드 켜고 창문 열어 환기하면 높은 정화 효과
개스 스토브를 사용하면 인체에 유해한 유해 개스 배출을 막을 수 없다. 요리 시 반드시 후드를 작동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면 실내 유해 개스 농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로이터]
4,000만이 넘는 미국 가정은 저녁 식사 준비를 위해 매일 개스 스토브를 켠다. 그런데 메탄 개스를 사용하는 개스 스토브가 건강에 해롭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실내에서 메탄 개스를 연소하는 것이 노약자의 천식과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개스 스토브가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아직 없다. 그러나 메탄 개스를 연소하면 이산화질소(NO2), 포름알데히드, 벤젠과 같은 인체에 해로운 개스가 생성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다만 개스 스토브 사용으로 발생하는 유해 개스가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 수준이냐가 관건이다. 워싱턴포스트가 개스 스토브 사용이 인체에 해롭다는 논쟁을 확인하기 위해 전기를 사용하는 인덕션 스토브와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파스타 실험
실험팀은 첫 번째 요리 재료로 파스타를 선택했다. 파스타는 물만 끓이면 되기 때문에 요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이 없다. 따라서 실험팀은 메탄 개스를 연소하는 개스 스토브 사용 시 발생하는 유해 분진을 인덕션 스토브와 더 정확히 비교할 수 있을 것으로 가정했다. 요리 시 공기 중에 유입되는 대부분의 분진은 식재료를 요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실험팀의 예측대로 물을 끓임으로써 실내 공기질이 나빠지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개스 스토브를 작동하자마자 실내에서 높은 이산화질소 농도가 검출됐다. 인덕션 스토브를 사용했을 때는 검출된 실내 이산화질소 농도는 미량에 불과했다. 실험에 따르면 개스 스토브를 20분간 작동했을 때 발생한 실내 이산화질소 농도는 평균 0.07ppm이었고 한 때 0.17ppm까지 치솟기도 했다.
현재 인체에 해로운 실내 이산화질소 농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다. ‘가주대기자원위원회’(CARB)에 따르면 실외 활동 시 0.18ppm 이상의 이산화질소 농도에 1시간 이상 노출되면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권고된다. 연방정부 기준은 이보다 더 엄격한 시간당 0.1ppm이다. 환기가 잘 안되고 습도가 높은 실내에 적용되는 공기 오염 기준이 더 까다로운 만큼 이번 실험에서 검출된 이산화질소 농도는 실외에 비해 더 위험한 수준이라고 실험팀은 밝혔다.
■햄버거 실험
두 번째 요리 재료는 햄버거였다. 실험팀은 볶고 튀기는 햄버거 요리 과정에서 작은 기름 입자와 탄 음식 입자가 공기 중에 유입돼 공기 질을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 미국 가정에서는 일주일에 햄버거 2개에 해당하는 소고기를 집에서 요리하기 때문에 대부분 가정이 소고기 요리로 인한 공기 중 유해 분진에 노출된다고 볼 수 있다.
파스타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개스 스토브에서 햄버거를 10분간 요리하는 동안 이산화질소의 농도는 치솟았지만 인덕션 스토브를 사용할 때는 낮은 수준만 배출됐다. 반면 물만 끓이면 됐던 파스타 실험에 비해 초미세 입자로 알려진 PM 2.5와 같은 유해 미세 입자가 대량 발생했다.
개스 스토브는 물론 인덕션 스토브로 햄버거 패티를 불과 수 분간 굽는 과정에서 ‘연방환경보호국’(EPA)이 정한 호흡기 질환 유발 ‘대기질 지수’(AQI)를 초과하는 미세 입자가 검출됐다. 햄버거 패티를 굽는 동안 AQI가 노약자의 건강에 유해 수준인 100을 넘었고 모든 사람에게 매우 유해한 수준인 250을 초과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캐나다 산불로 워싱턴 D.C.의 AQI가 155로 매우 나쁨을 기록한 것보다 더 높은 수치가 이번 실험에서 검출된 것이다.
■환기가 정답이다
환기 후드를 작동했을 때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이산화질소 등 공기 중 유해 개스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러나 환기 후드를 최대치로 작동해도 요리 시 음식에서 배출되는 미세 유해 입자를 외부로 배출하는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팀은 환기 후드 사용과 함께 다른 환기법을 병행할 때만 개스 스토브로 요리할 때 발생하는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환기 후드 제품에 따라서 공기 중 이산화질소 제거 효과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어떤 제품을 고르는지도 중요하다.
한 실험에 따르면 제품에 따라 유해 입자 제거 효과가 15%에서 98%로 큰 차이를 보인다. 실험팀은 가장 효과적인 환기 후드는 공기가 외부로 배출되도록 환기구와 연결된 개방형 후드였다. 반면 전자레인지를 통해 환기하는 후드와 환기관 없이 필터를 사용하는 후드의 환기 효과는 낮았다.
실험팀은 가장 좋은 환기 방법은 환기 후드 사용과 함께 창문을 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문을 약 3~4분 정도 열고 선풍기나 공기 정화기를 켜놓았을 때 이산화질소 농도와 공기 중 미세 유해 입자가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실험팀은 밝혔다. 환기 후드가 설치된 집도 소음 등으로 인해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요리 시 창문이나 외부로 통하는 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이 실내 공기 정화에 가장 효과적이다.
■비싸지 않은 인덕션 함께 사용
집에서 개스 스토브를 사용해 요리를 자주 하지 않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노약자, 호흡기 질환자, 심장 질환자 가족이 잦은 요리로 인한 유해 개스에 노출되고 있다면 개스 스토브 사용 중단을 한 번쯤 고려해 봐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수동 환기다. 개스 스토브를 사용할 때 반드시 환기 후드를 작동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만으로도 유해 개스 제거에 매우 효과적이다.
개스 스토브 자리에 맞은 인덕션 스토브를 구입하고 설치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기존에 사용하던 개스 스토브를 제거할 필요 없이 시중에서 저렴한 인덕션 스토브를 별도로 구입해서 사용해도 좋다.
실험팀은 실내 평면이면 어디든 설치 가능한 인덕션 스토브를 시중에서 112달러(중고 제품은 50달러)에 구입해 사용해 봤다. 실험팀은 인덕션 스토브를 일반 전기 아웃렛에 연결해 사용했을 때 유해 개스 배출 없이 1분 만에 물을 끓일 수 있는 충분한 화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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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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