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그데이즈’의 배우 유해진이 29일(한국시간) 오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CJ ENM
도무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다양한 장르를 통해 한국 영화계를 이끌고 있는 배우 유해진이다. 현장에서 단 한 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연기에 임한다는 유해진은 '후회'하지 않기 위해 달리고 있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의 배우 유해진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
유해진이 분한 '민상'은 영끌로 마련한 건물이 너무나 소중하지만 직장에선 치이기 바쁜 평범한 직장인이다. 계획형 싱글남 '민상'은 자신의 계획을 벗어나는 일이 발생하면 한껏 예민해지지만 속은 누구보다 인간적인 인물로, 유해진은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따뜻한 속정을 지닌 '민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날 유해진은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 없이 봐서 너무 재밌었다. 인물들이 잘 엮여있고, 두 번 정도 눈물이 나더라.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그러니 몰라도, 저는 강요 없이 스며드는 느낌이 있었다"고 밝혔다.
자극적이지 않고, 소소한 이야기에 감동과 걱정이 공존했다는 유해진은 "밋밋할 것 같기도 하고, 잘 나올지 걱정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나온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 영화 보면서 울기는 쉽지 않다. 안락사 장면도 그렇고, 제가 출연한 장면은 아니지만, 윤여정 선생님, 탕준상 배우가 호흡을 맞추는 장면에서 눈물이 나더라. 선생님이 '늙어봤어? 난 젊어봤어'라는 대사에 울컥했다. 청춘에 대해서 들을 나이는 아닌데 지나온 입장이어서 그렇게 생각이 드는건지, 그 대사가 너무 좋았고, 세련된 느낌이었다"며 "또 제가 저런 얘기를 해줄 입장이 돼서 그런 것 같다. 청춘을 낭비하지 말고 보내라는 말이 윤여정 선배님의 드라이한 톤과 잘 매치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반려견 안락사 장면에 대해서는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견 '겨울이'가 생각났다고. 유해진은 "그 장면은 잘 못 보겠더라. 겨울이가 제가 처음 보낸 강아지다.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고, 그 아픔이 오래갔다"며 "3년 정도 갔다. 울기도 많이 울었고, 겨울이와 사연이 많다"고 전했다.
유해진은 자신이 맡은 '민상' 역에 대해서는 "대부분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민상' 같은 인물도 있을 거다. 사는 거에 찌들다 보니까 (강아지를 좋아하던) 옛날 생각을 잊고 살았던 거다. 그런 사람이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키우고 싶어도 여건 때문에 못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그데이즈'는 반려인들이 아니라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를 안 키워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윤여정과 첫 호흡을 맞추게 된 유해진은 "처음 만났을 때 긴장을 많이 했다. 어떤 분인지 잘 모르고, 저에게 대선배님이다. 그런 부분 때문에 '실수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긴장을 하면 대사를 씹을 수도 있고, NG가 많이 날 수도 있어서 긴장을 많이 했다"면서 "(윤여정이) 김덕민 감독님 때문에 했다는 걸 좀 지나고 알았다. 어쩐지 스스럼없이 가깝게 대하시더라. 그뿐만 아니라 친한 분들과 지내는 모습을 보고, 인간적인 면을 느꼈고 이때다 싶어서 얘기에 끼어들고 그랬었다"고 웃었다.
오랜만에 연기를 하며 새로운 감정을 느꼈다는 유해진은 "모처럼 어른과 하는 느낌이었고, 긴장이 됐다. 후배들은 제 연기를 보고 '왜 저렇게 하지?'라고 생각해도 '선배님 왜 그렇게 해석하셨어요'라고 묻는 사람이 없지 않나. 근데 선배들은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고, 그럼 더 공부를 더 해가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그데이즈' 속 유해진은 김서형과 짧지만 강한 멜로를 완성했다. 지난해 '달짝지근해: 7510'에 이어 연이어 멜로를 선보인 데 대해서는 "이제는 안 들어올 때가 됐다. 작품이 연달아 나와서 그렇지, 그 사이에 멜로가 없는 작품이 더 많았다"며 "사실 젊었을 때였다면, 좀 다른 멜로를 했을 것 같다. 초반부터 불타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김서형에 대해서는 "흐트러짐 없는 올백머리를 보다가 이번 현장에서 머리를 내린 모습이 너무 반가웠다. 인간적으로 보이더라. (김서형에게도) '이런 역할 많이 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가웠다"고 말했다.
어려운 한국 영화계에서 유해진은 흥행 타율이 좋은 배우로 꼽힌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조: 인터내셔날'(2022), '올빼미'(2022), '달짝지근해: 7510'(2023) 등이 흥행에 성공하며 극장가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그는 "부담감이 있다"면서 "'유해진 감 죽었다'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흥행이 안 되면 개인적인 것도 있지만, 같이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같이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 같이 했던 스태프들에게 미안하다"라며 "제가 다 짊어져야 하는 건 아니지만, '참 힘 빠지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흥행이 되는 것보다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요즘에는 그게 큰 소망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유해진은 연기뿐만 아니라 '삼시세끼' 시리즈, '텐트밖은' 시리즈 등을 통해 예능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유해진은 현장에서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예능은 릴렉스해야 하고, 저의 실제 생활을 보여주는 거다. 근데 영화 현장에서는 넋을 놓고 있으면 산으로 간다. 이야기의 맥을 놓치고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후회할 일이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말 한 마디 더 좋은 대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슛 들어가기 전까지 생각의 연속이다. 그러다가도 릴렉스할 수 있는 장면은 릴렉스한다"면서도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긴장을 잡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해진은 '삼시세끼' 새 시즌에 대해서는 "정해진 건 없을 거다. 시즌 간 텀이 길어져서 '나영석 PD도 이제 놨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프로그램도 많지 않냐"면서 "또 만약 하게 되더라도 예전 같은 에너지가 가능할까 싶다. 차승원 씨나 저나 방구석에만 있을 것 같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것도 별로 없을 거고, 노부부처럼 지내지 않을까 싶다. 나 PD도 승산 없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웃었다.
한편 '도그데이즈'는 오는 2월 7일 개봉한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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