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천적 복수국적법, 홍보는 ‘깜깜’ 개정은 ‘쿨쿨’
▶ 절차 난해하고 복잡한데 개정은 ‘하세월’
▶ 재외공관 영문 안내 부실…고지 위반 지적도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김모(25) 씨는 연방정부와 계약관계인 방위산업체에 근무 중인데 최근 자신이 선천적 복수국적자 임을 알게 됐다. 한국을 방문할 때도 생각지도 못한‘병역기피자’가 될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앞으로의 승진에도 걸림돌이 될 것 같아 국적이탈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려진 영문 안내만으로는 이해하기도 힘들고,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적이탈을 위해서는 부모의 혼인신고부터 출생신고 등 여간 복잡하고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더구나 어머니와 이혼 후 타주에 살고 있는 아버지와는 왕래를 거의 하지 않고 있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한숨만 나온다.
#노스캐롤라이나에 거주하는 고교생 이모(17) 군은 선천적 복수국적 이탈을 위해 애틀랜타 총영사관에 가야 하는데 6-7시간 운전의 장거리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신이 이중국적자라는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 친지를 통해 들었다.
2020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 과정 중 이슈가 되었던 재외공관의 복잡하고 불합리한 국적이탈 절차 및 홍보부족으로 인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현행법상, 국적이탈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개별 통지도 없고 또한 재외공관의 충분한 홍보도 없는 상황에서 국적이탈을 못한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병역의무가 부과되고 병역기피자로 몰리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
선천적 복수국적법 개정에 10여년 이상 매달려온 전종준 변호사는 “국적선택의 주체인 선천적 복수국적 미성년자가 자신이 복수국적자임을 알지 못한 상황에서 부모가 국적 선택을 대리하는 것은 국적이탈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한국보다 100배 넓은 미국 땅에 오직 10개의 한국 총영사관뿐이고, 주미대사관 홈페이지의 영문 안내는 한국어로 설명된 안내문에 비해 설명 내용이 충분하지 못해 병역과 무관한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국적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정보를 얻을 수 없는 현실이다.
전 변호사는 “주미대사관 및 뉴욕, 휴스턴 등 10곳의 총영사관 홈페이지 영문 안내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적이탈에 대한 정보가 여전히 빈약하고 일관성이 없어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정의와 범위, 한국 방문 및 비자 발급의 제한 등에 관한 내용조차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미대사관 영문 홈페이지에서는 간략하게 22세 전에 국적선택 의무가 있고, 남성의 경우는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 국적이탈을 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대한 설명으로 1998년 6월 13일까지 부계주의 그리고 1998년 6월 14일부터 부모 양계주의를 언급하였으나 구체적으로 부계주의 하에서는 남성과 여성 각각 몇 년도 출생일로부터 적용되는지에 관한 정보는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미대사관 영문 홈페이지에서는 최근 개정법인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에 대한 안내가 짧게나마 언급되어 있으나, 10개 총영사관 중 7개 총영사관의 홈페이지에는 이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조차 없었다. 신청자의 부 또는 모가 외국인인 경우 기본증명서를 발급할 수 없는데 대체 서류나 대응방법에 대해 시행규칙의 내용만으로 예측이 어렵게 돼 있다.
또한 영문으로 된 국적이탈 관련 게시물이 있는 경우에도 게시물의 첨부파일 대부분은 한글로만 작성되어 있고, 어떤 종류의 서류가 필요한지 알 수 없어 예약 방문을 통해 문의해야 한다.
전 변호사는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국적문제를 해결하는 절차의 복잡성, 국적법상 국적 선택의무의 위반 시 받는 불이익에 비하면 주미대사관 등 재외공관 영문 홈페이지에 공고한 것만으로 적절한 고지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국적이탈을 위해 부모의 혼인신고, 자녀의 출생신고 및 15가지 서류 제출 등의 불필요한 절차진행을 강요하고 있다. 또한 재외공관을 방문하기 위하여 거리, 시간, 비용의 손실이 막대한 점 등을 종합하면 국적이탈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 이는 국력의 소모이자 행정력의 낭비”라고 개탄했다.
한국에 출생신고조차 안 된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대한민국 국적만 있을 뿐 국민으로서 권리를 누리거나 보호를 받지 못했는데도 의무만을 강요하는 한국의 부당한 국적법은 하루속히 개정하여야 한다는 것. 미국에서 공직이나 정계 진출에 발목을 잡는 한국의 국적법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라고도 했다.
전 변호사는 “최근에는 피해 당사자인 한인 2세들이 직접 나서 미국 내 법적 대응 및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이런 변화는 2005년 홍준표법 이전의 국적 자동 상실제도로 되돌아가는 개정법 통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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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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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들어가지 말고 살수 밖에